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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동아시아 자본의 빅데이터, 부여백제 여행]⑧ 중화의 작동원리, 조공과 책봉

(조세금융신문=구기동 교수) 고대 동아시아의 국제관계는 강대국과 주변 소국 간 조공(朝貢), 봉책(封冊), 견사(遣使), 청구(請求), 전쟁(戰爭), 회맹(會盟) 등의 관계로 유지됐다.

 

중국은 중앙의 ‘성(城)이나 나라(中央之國)’로 황제가 직접 통치하는 지역으로 ‘中原(중원)’이라고 불렸다. 조공은 중심국(종주국)인 중국에 대하여 제후국(번국)인 속국의 충성을 요구하는 위계구조이다. 중국은 주변지역을 직접 다스리거나 정복하지 않은 국가를 조공으로 관리했다.

 

조공은 불평등한 관계였지만 중국 문화의 우월성에 대한 상호 인정을 기초로 이루어졌다. 황제는 번국의 조공을 통하여 상징적인 통치권을 인정받았고, 제후국은 종주국의 인정을 통하여 지배 영역의 지배권을 확인 받았다.

 

제후국들은 통치자가 바뀔 때마다 황제에게 승인을 요청했다. 또한 정기적으로 중국에 조공하여 친선관계를 확인했다. 지리적으로 가까울수록 그 관계는 밀접했다. 특히 한나라 이후 중국의 역대 왕조는 제후국에 군신의 질서를 요구했다.

 

 

황제는 조공한 국가에 왕이나 후(侯)라는 작위나 장군이라는 관직을 부여하는 책봉으로 주변국 왕조의 정통성을 인정했다. 중국이 무력으로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봉책으로 국제질서를 실현했다. 한무제는 베트남 북부지역, 인도와 동남아 국가들의 조공을 받았고, 2세기 후한 때 천축, 대진(동로마제국), 단국, 엽조 등도 했다.

 

백제는 근초고왕부터 의자왕까지 중국의 역대 왕조에 많은 책봉을 부여받았다. 그 명칭은 시기와 왕조에 따라서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역사적으로 백제의 근초고왕이 최초로 동진(東晉)에 조공하면서 진동장군령낙랑태수(鎭東將軍領樂浪太守)를 제수 받았다.

 

태수는 기원전 전국시대에 봉건제를 폐지하고 군(郡)을 설치하면서 만든 군의 장관이다. 동진은 백제에 낙랑군에 대한 지배권을 인정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동진을 이은 송(宋, 420~ 479)은 전지왕을 진동장군에서 진동대장군(鎭東大將軍)으로 한단계 승격시켜서 책봉했다.

 

개로왕(472년)은 신하들에게도 부여례(扶餘禮)에게 관군장군부마도위불사후장사(冠軍將軍駙馬都尉弗斯侯長史)와 장무(張茂)에게 용양장군대방태수사마(龍驤將軍帶方太守司馬)의 작위를 받도록 했다. 양나라의 고조는 무령왕(521년)에게 사지절도독백제제군사영동대장군 백제왕(使持節都督百濟諸軍事寧東大將軍百濟王), 성왕(524년)에게 지절도독백제제군사수동장군백제왕(持節百濟諸軍事綏東將軍百濟王)을 책봉했다.

 

위덕왕은 북제에서 570년 사지절시중거기대장군대방군공백제왕(使持節侍中車騎大將軍帶方郡公百濟王)과 571년 사지절도독동청주제군사동청주자사(使持節都督東靑州諸軍事東靑州刺史)을 받았고, 581년 수나라 고조에게 상개부의동삼사대방군공(上開府儀同三司帶方郡公)을 얻었다.

 

 

당나라는 무왕에게 ‘대방군백제왕(帶方郡王百濟王)’과 사후에 ‘광록대부(光祿大夫)’, 의자왕에게 ‘주국대방군왕백제왕(柱國帶方郡王百濟王)’과 사후에 ‘금자광록대부위위경(金紫光祿大夫衛尉卿)’를 부여했다.

 

그리고 부여융은 광록대부태상원외경자지절웅진도독대방군왕(光綠大夫太常員外卿使持節熊津都督帶方郡王), 사후에 보국대장군(輔國大將軍)을 받았다. 중국 왕조는 백제에‘대방군공(帶方郡公)’을 일관되게 책봉하면서 대방군에 대한 연관성을 부여했다. 특히, 수나라는 백제에 대방군공(帶方郡公), 고구려에 요동군공(遼東郡公), 그리고 신라의 경우 낙랑군공(樂浪郡公)을 책봉했다.

 

신라는 당나라와 군신관계를 맺고 매년 1회 이상 조공사절단을 파견했다. 703년~738년까지 46회 이상의 당나라 행사에 참석했다. 또한 아라비아 사절단이 651년~798년까지 최소 37회 이상 조공으로 장안에 머물렀다.

 

그렇지만 일본은 이해관계가 적고 멀리 떨어져 있어서 왜의 히미코 여왕(2세기-3세기)과 무로마치막부 시대의 아시카가 요시미치(1386년~1428년)때만 책봉이 있었다. 발해(渤海)도 당나라에 조공사절을 보내고 발해군왕으로 책봉을 받았다. 그리고 원나라는 고려의 충선왕(1308년)에게 요동의 심양왕을 책봉했고, 그후에 고려가 심양왕의 자리를 계승했다.

 

조공과 책봉제도는 계속 유지되어 오다가 19세기 말에 소멸됐다. 청나라 말부터 제후국과 주변국이 중국에 편입시키거나 독립을 하면서 통제를 벗어났다. 어떤 국가가 타국에 특정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파견하는 현대의 특사제도는 조공제도를 닮고 있다.

 

 

[프로필] 구기동 신구대 보건의료행정과 교수

•경희대 경영학과, 고려대 통계학석사, University of Liverpool MBA,

서강대 경영과학박사, 경희대 의과학박사과정

•국민투자신탁 애널리스트, 동부증권 본부장, ING자산운용 이사,

한국과학사학회 회원, 한국경영사학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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