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김지연 객원기자) 겨울과 봄, 계절의 경계에 서 있습니다. 겨울의 한가운데를 지나왔지만 봄이라 부르기에는 아직 이릅니다. 마음은 겨울의 추위를 느끼면서도 곧 이어질 봄의 따뜻함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 미묘한 시간의 감각을 음악으로 옮겨봅니다. 슈베르트의 즉흥곡 Op.90 no.3 만큼 이 계절에 잘 어울리는 음악도 없을 듯 합니다. 이 곡이 작곡된 1827년, 슈베르트는 이미 병으로 쇠약해진 상태였습니다. 경제적 어려움과 건강 악화, 그리고 생전에 인정받지 못한 현실 속에서 그는 이전보다 훨씬 내면적으로 침잠한 음악을 써 내려갑니다. ‘즉흥곡’이라는 제목이 주는 느낌과 달리 오히려 차분히 정리된 고백에 가까운 음악입니다. 곡은 일정한 리듬 위에 부드럽게 흐르는 선율로 시작됩니다. 왼손의 반복적인 반주는 마치 멈추지 않는 시간처럼 흐르고, 그 위에 오른손이 만들어내는 선율이 얹혀집니다. 감정이 폭발하지도, 완전히 가라앉지도 않은 이 곡은 그래서 2월의 느낌과 흡사합니다. 이 음악은 슬픔을 직접 말하지 않습니다. 비극적인 화성도, 극적인 전개도 없습니다. 그저 조용히 흐를 뿐입니다. 대신 슈베르트는 “말하지 못한 감정”을 음과 음 사이의 여백에
입춘 _ 하영순 유리 벽을 월장한 햇살이 전해 주는 따뜻함을 받아 입춘대길이라 쓴다 개나리도 목련도 이 소식 전해 듣고 작은 입술 달석 달석 하겠지 미소 짓고 싶어 시베리아 말발굽 소리 천지를 진동할 때 길게 느껴지던 겨울이 어느새 꼬리 감추고 양지 바른 언덕배기 노란 아기 민들레 배시시 예쁜 눈으로 미소 지으니 대지는 벌써 가쁜 숨을 내쉰다 [詩 감상] 양현근 시인 입춘이라는 말이 이렇게 먼저 웃을 수 있다는 걸 이 시를 읽으면서 알게 된다 하영순 시인의 「입춘」은 계절을 말로 설명하지 않고, 몸으로 전해준다 유리 벽을 넘은 햇살 하나가 겨울의 경계를 가볍게 지우고, ‘입춘대길’이라는 말이 기도가 아니라 생활이 되는 순간을 보여준다 시베리아의 말발굽 소리가 아직 귓가에 남아 있는데도 노란 민들레는 먼저 웃고 있다 봄은 이렇게 늘 성급하고, 그래서 믿음직하다 이 시의 입춘은 선언이 아니라 대지가 먼저 내쉬는, 조금 가쁜 안도의 숨이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찻잔 속에 핀 서리 / 유영서 오랜만에 만난 벗과 볕이 드는 창가에 앉아 국화차를 우린다 모락모락 피어오른 국화 향이 햇살처럼 번져 우정처럼 짙다 홀쭉해진 얼굴에 꽃잎에 내린 서리처럼 눈물만 그렁그렁 애써 태연한 척 내 눈가에도 서리가 서 말 긴 세월 어깨처럼 받쳐준 정이 늦가을처럼 깊다. [시인] 유영서 충북 진천 출생 인천 거주 대한문학세계 시 부문 등단 (사)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회원 대한문인협회 인천지회 전지회장 대한문인협회 상벌위원장 인천시 남동문학회 회원 [저서] 1시집 <탐하다 시를> 2시집 <지우는 마음도 푸른 물든다> 3시집 <구름 정거장> 4시집 <굼벵이의 사계> 5시집 <노을 싣고 가는 자전거> [詩 감상] 박영애 시인 따뜻한 국화차를 앞에 두고 무언가 가슴이 울컥하는 느낌이 든다. 오랜만에 만난 벗 앞에서 웃고 있지만, 말하지 못한 세월이 눈가에 서리처럼 맺혀 있는 장면이 오랜 여운으로 남는다. ‘서리가 서 말’이라는 표현에서 꾹 눌러 참아온 감정이 조용히 전해져 가슴이 시리다. 겉으로는 태연한 척하지만, 세월을 견뎌온 서로의 시간을 다 알고 있는 듯 말하지 않아도 그 마음이 깊게 전해
(조세금융신문=구재회 기자) K팝을 기반으로 제작된 '케이팝 데몬 헌터스' 사운드트랙 '골든'이 최고 권위의 음악 시상식 그래미 어워즈에서 수상하자 미국 주요 매체들도 앞다퉈 이 소식을 비중 있게 다뤘다. 1일(현지시간) 연합뉴스에 따르면 '골든'은 이날 오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린 제68회 그래미 어워즈 사전 행사(Premiere Ceremony)에서 '베스트 송 리튼 포 비주얼 미디어'(Best Song Written For Visual Media) 부문 수상작으로 발표됐다. 이 부문은 노래를 만든 송라이터에게 주어지는 상으로, 이날 '골든' 곡 작업에 참여한 이재(EJAE)와 테디, 24, 아이디오(이유한·곽중규·남희동) 등이 그래미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K팝 작곡가 혹은 음악 프로듀서가 그래미 어워즈를 수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P통신은 이 부문 수상자가 발표된 직후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골든'이 시각매체용 최우수 노래 부문에서 수상하며 K팝 아티스트의 그래미 첫 수상 기록을 세웠다"고 타전했다. 이어 "(수상) 작곡가들은 영어와 한국어로 함께 수상 소감을 전하며 이 곡의 이중언어적(bilingual) 매력을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조세금융신문=황준호 여행작가) 부산의 상징은 바다다. 바다를 그리워하거나, 바다로부터 쌓인 그 무엇인가를 스스로 녹여내려는 사람들 역시 바다를 찾는다. 오래전 부산은 서울에서 참, 먼 동네였다. 새마을호가 아니고서는 비둘기호를 타고 열몇 시간을 가야 했으니 말이다. 당연히 돈 없는 서민들은 비둘기를 탔고, 나 역시 영등포에서 열 시간을 훌쩍 넘겨 부산에 도착하곤 했다. 빈속으로 떠돌던 시절, 낯선 도시에서의 첫 끼니는 십중팔구 국밥이었다. 예부터 장터가 발달했던 우리 민족은 전국 어디를 가더라도 잠깐의 발품만 팔면 장날과, 장날에 파는 허름한 한 끼를 만날 수 있었다. 그렇게 탄생한 음식이 국밥이다. 장돌뱅이에게든, 장날을 기다리며 빈속으로 물건을 팔러 나오던 촌로들에게든 뜨끈한 국밥 한 그릇은 추위와 가난, 배고픔을 잠시나마 잊게 해주던 소울푸드였다. 부산을 찾는다. 일부러 이른 시간에 도착하는 까닭은 국밥 한 그릇 때문이다. 서울에도 부산 돼지국밥 간판을 단 식당이 많지만, 돼지국밥은 역시 부산에 와서 먹어야 제맛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부산 출장길에는 일부러 속을 비워 둔다. 슴슴한 듯하면서도 감칠맛의 끝판왕인 돼지국밥 한 그릇을 먼저 비워내야 다음 출
(조세금융신문=나단(Nathan) 작가) “인한 자는 남을 사랑할 줄 알고, 예를 갖춘 자는 남을 공경할 줄 안다. 남을 사랑할 줄 아는 자는 남도 늘 그를 사랑하고, 남을 공경할 줄 아는 자는 남도 늘 그를 공경한다.” - 〈이루 하〉 8.28 맹자가 제자들과 유세를 다닐 때는 수많은 수레와 구름 같은 제자들로 위풍당당한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맹자는 평생 고독한 처지였습니다. 자신의 염원인 ‘왕도정치’ 사상을 실현할 ‘덕’이 있는 위정자를 찾지 못했기 때문일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흔들리지 않고 꾸준하게 자신의 길을 갈 수 있었던 것은 사람의 선한 마음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를 ‘성선설’이라고도 합니다. 그러한 바람직한 동기와 희망이 있었기 때문에 비록 정치인으로 중용되지 않았더라도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맹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군자가 보통 사람과 다른 점은 자신의 마음에 간직하고 있는 것 때문인데, 군자는 인(仁)을 마음에 간직하고 예(禮)를 마음에 간직한다.” 인은 남을 사랑하는 마음이고, 예는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입니다. 그러면서 인한 자는 남을 사랑할 줄 알고, 예를 갖춘 자는 남을 공경할 줄 안다라고 했습니다.
(조세금융신문=송기현 기자) ‘숫자로 엿보는 세계사의 비밀’(부제:역사를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회계)는 인류 문명의 탄생부터 현대 기업의 몰락, 그리고 다가올 AI 시대까지 세계사의 중요한 사건들을 ‘회계’라는 새로운 렌즈로 투영해낸 인문 교양서이다. 25년 경력의 회계사인 이중욱 저자는 역사의 흐름을 결정하는 순간은 어떤 식으로든 회계와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가 있었다는 관점에서 출발한다. 역사는 왕들의 전쟁이나 사상가들의 철학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언제나 ‘경제적 이해관계’와 ‘자본의 흐름’, 그리고 그것을 기록한 언어인 ‘회계’가 있었다는 결론이다. 첫 장은 인류 최초의 문자인 수메르의 쐐기문자는 통치자의 철학도, 종교적 메시지도 아닌 순수한 ‘회계장부’였다는 놀라운 사실에서 시작한다. 이어서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한 배경에는 백성들이 관료들의 수탈에 맞서 회계장부를 직접 읽고 자신의 권리를 지킬 수 있게 하려는 깊은 애민 정신이 깃들어 있었음을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찬란하게 번영하던 로마 제국과 스페인 제국의 몰락을 앞당긴 인플레이션과 분식회계의 민낯, 루이 14세의 화려한 궁정 생활을 지탱하기 위해 자행된 분식회계가 결국
그 겨울, 남춘천역_양현근 대합실의 나무의자는 먼지를 끌어안고 추위를 견디고 있었다 펄펄 내리는 눈은 길을 지우고 새벽을 껴입은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역무원이 느릿느릿 잠을 털며 난로에 불을 지피고 잔기침소리에 타닥, 타닥 불길이 일었다 허연 입김을 내뿜는 아저씨를 배경으로 등 굽은 노인이 급하지 않은 이정표를 뒤적거렸다 기차는 오지 않고 눈발은 풍경을 하얗게 지우는데 발목이 젖은 사람들 난로에 둘러앉아 온기를 껴입었다 외진 순대국밥집에서 며칠 눈에 파묻혀 막걸리나 몇 사발 걸쳤으면 싶은 날 대설주의보 소식이 분분하게 날리고 어느 설해목 아래 젖은 상처 부둥켜안고 한 사나흘 모진 눈발로 마저 휘날렸으면 싶은데 내내 소식은 오지 않았다 소복하게 기다림이 쌓여갈 때쯤 난로 위의 주전자는 들끓는 입김을 허공에 풀어내고 한 그릇 국밥 같은 소리가 선로 위를 달려오고 부풀어 오르는 발자국들 먼 길 가는 노인의 보따리에 창틈으로 스며든 외풍이 시린 엉덩이를 슬쩍 걸친다 초행길도 같이 기대어 가면 화르르 봄꽃도 될 거라고 몰려오는 졸음이 말없이 그 바람을 당겨 덮고 있다 울퉁불퉁한 사연을 견딘 멍 자국 가뭇한 유리창에 막 나온 국밥처럼 뜨거운 입김이 공손하게 얹
(조세금융신문=김영기 기자) “무대 위에서 가장 조용한 숨으로 깊은 소리를 만드는 오보에처럼, 이제는 소외된 아이들의 숨소리를 담아내는 무대를 만들고 싶습니다” 오보이스트에서 공연 제작자로 변신한 주식회사 스토리움의 김소정 대표가 뮤지컬 〈4번 출구〉를 통해 청소년 생명존중 메시지를 전한다. 2026년 청소년 생명존중 문화 확산 사업 작품으로 선정된 이번 뮤지컬은 김 대표가 연주자의 길을 잠시 멈추고 제작자로서 내딛는 첫 번째 공공 프로젝트다. 공연 제작자 김소정 스토리움 대표 인터뷰 내용을 통해 '4번출구'에 대해 들어봤다. ■ 완벽을 추구하던 연주자, ‘사람의 삶’에 질문을 던지다 김소정 대표는 오랫동안 클래식 무대에서 활동해온 오보이스트다. 예민한 악기인 오보에를 다루며 늘 완벽한 소리를 향해 자신을 조율해왔던 그는 어느 날 스스로에게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김 대표는 “어느 순간 ‘나는 무엇을 위해 이 숨을 쏟고 있는가’라는 질문이 남았다”면서 “완벽한 소리를 위해 버텨온 시간이 누군가의 삶과 어떻게 닿아 있는지 생각하게 되면서 개인의 완성을 넘어 더 많은 사람과 만나는 무대를 꿈꾸게 됐다”고 제작사 ‘스토리움’의 설립 배경을 밝혔다. ■ 〈4(死)
(조세금융신문=구기동 신구대 교수) 의자왕은 방탕한 군주로서 정사를 돌보지 않았고, 700년 역사의 백제를 멸망시킨 무능한 왕으로 평가받아 왔다. 그러나 신라가 관산성으로 가던 성왕을 살해하면서 시작된 오랜 혼란은 무왕에 의하여 수습되었고, 그의 아들인 의자왕은 지속적으로 신라를 공격하여 수많은 성을 빼앗으며 신라를 궁지로 몰아넣었다. 특히 신라의 합천 대야성 전투의 패배는 김춘추의 사위인 김품석이 개인적인 일탈로 부하의 신임을 잃으면서 발생하였다. 위기에 몰린 김춘추는 왜와 당에 대한 외교 확대를 모색하여 돌파하고자 하였다. 의자왕, 친위정변과 신라 공격 백제의 30대 무왕은 신라를 공격하여 여러 성을 빼앗고 귀족세력을 재편하여 왕권 중심의 국정운영을 꾀하였다. 그는 익산에 궁궐을 짓고 미륵사를 창건함으로써 사비 지역의 토착 세력을 견제하였다. 이에 사비의 왕족과 대성 8족을 중심으로 반발이 일어나면서 왕권 강화에 한계를 가져왔다. 그의 아들인 의자왕도 기존 세력의 심한 견제로 정국 운영의 주도권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했다. 의자왕은 왕위를 계승하자 친위 정변을 일으켜 정적을 제거하고 정국 운영의 주도권을 장악하였다(640). 귀족 중심의 정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