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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젤게이트에 BMW 화재까지…저무는 ‘디젤 시대’

계속되는 악재에 소비자 외면…일부 디젤 차종 단종 검토
배출가스 규제도 강화…“가솔린·하이브리드로 시장 재편”

(조세금융신문=김성욱 기자) 지난 2015년 폭스바겐의 ‘디젤게이트’ 사태에 이어 올해는 BMW 차량의 잇따른 주행 중 화재사고로 디젤차에 대한 소비자 신뢰도가 곤두박질치고 있다. 특히 디젤차는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미운 오리’로 전락한 모양새다.

 

이참에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디젤차를 퇴출시키겠다고 공언했고 경유 가격 인상에 대한 사회적 논의도 계속되고 있다. 이달부터는 국내에서 한층 강화된 디젤 자동차 배기가스 측정방식이 적용됨에 따라 디젤차의 입지가 더욱 좁아질 전망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강화된 배출가스 규제인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이 1년의 유예기간을 완료해 이달부터 모든 디젤 차량에 적용됐다. 새로운 배출가스 규제에 따라 국내에서 판매되는 모든 디젤차는 국제표준배출가스시험방식(WLTP) 기준을 따라야 한다.

 

WLTP는 기존 유로6의 배출가스 허용 기준(질소산화물 배출량 0.08g/km 이하)과 동일하지만 측정방식이 바뀌었다. 기존보다 더 오랜 시간(기존 19분 40초→30분)동안 더 긴 거리(기존 11km→23.3km)를 더 높은 속도(기존 33.5km/h→46.5km/h)로 주행해야 한다.

 

이는 기존 측정 기준이 실주행과 차이가 있고 조작이 쉽다는 지적에 따른 것인데 결국 측정 환경이 더욱 엄격해진 셈이다. 측정 조건이 가혹해진 만큼 배출가스 내 오염 물질도 늘어나게 된다.

 

이처럼 강화된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국내 완성차업계는 배출가스재순환장치(EGR), 희박질소촉매장치(LNT) 외에 추가 배출가스 저감을 위해 요소수를 사용하는 선택적환원촉매장치(SCR)를 추가 장착하며 대응에 나서고 있다.

 

문제는 새로운 배기가스 저감장치가 추가로 달리면 차량 가격이 상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SCR 장치에 따라 가격이 100~300만원 가량 오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일부는 수요가 낮은 디젤 모델에 한해 단종을 추진하고 있다.

 

실제로 현대차가 그랜저, 쏘나타, i30, 맥스크루즈 등 4개 차종의 디젤 모델을 단종하기로 한 것도 판매량이 저조해 추가 비용을 부담하면서까지 생산을 유지하는 게 효율적이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디젤 차량은 그동안 높은 연비와 고질병이던 소음 및 진동도 잡아내며 거침없이 점유율을 확대해왔다. 하지만 폭스바겐의 디젤게이트로 ‘클린 디젤’이라는 환상이 깨지고 BMW 화재 사태, 디젤차에 대한 각종 환경 규제 등으로 소비자들이 외면하기 시작한 것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 2000년대 중반 디젤 승용차 판매가 시작된 이후 판매 비중이 급격히 증가하더니 2015년 52.2%로 역대 최고치를 찍으면서 가솔린차 판매를 능가했다.

 

하지만 2015년 하반기 폭스바겐 디젤게이트 발발 후 상승세가 꺾이면서 2016년 47.9%, 2017년 45.8%로 하락하더니 올해 상반기에는 45.2%로 가솔린과의 점유율 격차가 1% 포인트 수준으로 좁혀진 상태다.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디젤 모델에 대한 인기가 줄어드는 추세다. 디젤 차량의 본고장인 유럽도 지난 2012년 신규 차량 판매량 가운데 46%가 디젤 모델이었지만 지난해에 32%까지 떨어졌다.

 

이같은 변화에 수입차 업체들도 디젤 엔진 개발을 중단하는가 하면 탑재 차량도 축소하고 있다. 볼보는 이미 디젤 엔진 개발 중단을 선언했고 도요타·닛산·혼다 등도 디젤 모델을 퇴출하는 중이다.

 

업계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디젤차 퇴출에 가속도가 붙은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그 자리를 가솔린과 하이브리드를 거쳐 전기차 등 친환경차가 채울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디젤 차량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 규제까지 겹치면서 갈수록 디젤차의 설자리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BMW 화재 사태에 대한 조사도 진행 중인 만큼 당분간 디젤차에 대한 판매량 감소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디젤차에 대한 인식이 갈수록 안 좋아지는 상황에서 WLTP 도입으로 가격 인상마저 불가피하다”며 “최근 완성차 업체들이 디젤 라인업을 줄이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디젤차 입지가 좁아지면서 완성차 업체에서는 가솔린과 하이브리드에 이어 전기차 등 친환경차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며 “특히 인기 차종인 SUV에서도 가솔린 모델 출시가 잇따르면서 앞으로 이들이 디젤차의 공백을 채우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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