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4.04 (금)

  • 맑음동두천 3.5℃
기상청 제공

불타는 BMW,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움직임

하루에 한 번꼴로 화재 발생…결함 사실 축소·은폐 의혹
소비자 보호 미흡 지적…“정부 차원의 강력한 조치 필요”

(조세금융신문=김성욱 기자) BMW가 잇따른 차량 화재와 늑장 리콜 의혹으로 구설에 오르고 있는 가운데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 제도만으로는 제작사의 책임을 묻기가 어려워 소비자 보호가 미흡하다는 판단에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BMW 차량에서 화재가 발생한 건수는 총 38건에 달한다. 특히 이달 들어서는 하루에 한 번꼴로 화재가 발생하고 있다. 이처럼 사태가 커지자 국토교통부가 최근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검토를 본격화하면서 도입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앞서 지난 8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며 “늑장 리콜 또는 고의로 결함 사실을 은폐·축소하는 제작사는 다시는 발을 붙이지 못할 정도의 처벌을 받도록 제도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기업 등 가해자의 행위가 고의적·악의적·반사회적 의도로 불법행위를 한 경우 피해자에게 입증된 재산상 손해보다 훨씬 많은 금액의 배상을 하도록 한 제도다. 현재 미국과 영국 등에서 이미 광범위하게 시행되고 있으며 한국도 가습기 살균제 사태를 계기로 지난 4월부터 제조물 책임법 등 일부 법안에 도입했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을 받으려면 ‘소비자의 생명과 신체에 중대한 손해가 발생했을 때’라는 단서가 달려있고 배상액도 손해액의 3배로 제한돼 있다. 미국은 손해액의 8배까지 배상액을 물릴 수 있다.

 

이에 따라 BMW 화재사고처럼 주로 재산과 관련된 손해가 발생한 경우 현행 법하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을 받긴 힘들다.

 

실제 BMW 사태로 징벌적 손해배상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제조업자가 제조물의 결함을 알고 있으면서도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그 결과 생명 또는 신체에 손해가 발생한다는 점을 동시에 피해자가 입증해야 한다.

 

결국 징벌적 손해배상을 받기 위해 소비자가 상당 부분 증거를 확보해 이를 입증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소비자가 기업으로부터 증거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BMW를 비롯한 수입차 업체들이 사고나 결함 조사 과정에서 배짱을 부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로 인해 전문가들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을 통해 제조사에 막대한 책임을 물어 안전에 만전을 기하도록 경각심을 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차량 화재의 경우 방화나 교통사고, 운전자 부주의로 발생하기보다는 전기·기계·화학적 요인 등 차량 자체 결함으로 의심되는 사고가 더 많기 때문이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미국은 징벌적 배상제도가 있다 보니 제작 회사 차량에 결함이 없다는 것을 직접 증명해야 한다”며 “반면 국내에서는 이런 관련법이 하나도 없어 운전자나 자동차 소유자가 자동차의 결함을 밝혀야 하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자동차는 국내 소비자 영역에서 가장 취약한 불모지이기 때문에 소비자 피해가 큰 상황”이라며 “한마디로 병원에서 수술을 잘못했는데 의료 과실을 피해자 가족이 밝히는 것과 똑같다”고 지적했다.

 

또 “심지어 국내 소비자가 마루타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며 “이번 사태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관련 법규 등 제도적 기반을 만들 수 있는 단초가 제공됐으니 이를 통해 정부 차원의 강력한 경고를 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황 고려대 교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국내에 도입돼 있지만 3배를 인정한 경우는 단 한 건도 없는 등 법 도입 취지 자체가 무색한 게 현실”이라며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실제로 작동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호근 대덕대 교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의 주요 관건 중 하나는 배상액 규모”라며 “현재 늑장 리콜에만 적용되고 있는 매출액 1%의 과징금 부과를 차량 결함 은폐나 축소 시에도 확대 적용한다는 국토부의 방침에 따르면 BMW에 대해 요구할 수 있는 금액이 최대 700억원 밖에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수조, 수천억원의 과징금을 물리는 미국 등에 비해서 너무 미미하다”며 “법을 만들어도 벌금이 약하면 기업에서 긴장할 이유가 전혀 없기 때문에 소비자를 무시하는 행태를 바꿀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꾸려 BMW 차량 결함 규명을 연내까지 신속히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BMW 본사의 차량 설계 결함, 은폐·축소·늑장대응 의혹 등을 집중 조사하고 부실한 피해관리에 대해서는 범정부 차원의 규제방안도 함께 마련할 전망이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네티즌 의견 0

스팸방지
0/300자







전문가 코너

더보기



[데스크 칼럼] 신뢰를 잃고 전략 없이 성공하는 정책은 이 세상에 없다
(조세금융신문=이상현 편집국 부국장) ‘국민연금법’이 여야 합의로 통과됐지만, 일하는 3040 세대의 상당 수가 불만을 표시한 것이 국민들의 대표(제발 그 이름값을 하기를!)의 표결 결과에서 드러났다. 그러니 바로 지금이 가계의 노후를 준비하는 연금과 금융투자, 부동산 문제를 되돌아 볼 적기다. 한국 가계경제의 특징은 독특하다. 국가가 책임져야 할 교육을 거의 완전히 사교육에 의존하도록 만들어 모든 소득계층에서 과도한 사교육비를 지출하고 있다. 사교육의 결과를 보면 그 가성비는 매우 낮다. 전 계층에서 사교육비를 쓰지 않아도, 아니 어쩌면 쓰지 말아야 더 많은 인재가 모든 분야에 골고루 나올 것이다. 그런데 사교육 결과 모든 소득계층 학생들의 문해력은 떨어지고 평생학습동기는 고갈되며 통찰적 사고능력이 떨어진다. 직업도 오로지 돈을 많이 번다는 이유로 의사로 쏠리는 기현상이 연출되고 있다. 가성비가 거의 제로에 가까운 사교육에 많은 돈을 지출한 결과, 학부모의 노후준비는 거의 포기해야 할 지경이다. 여러 이유로 10위권 밖으로 성큼 밀려난 한국의 세계경제순위와 무관하게, 오래전부터 악명 높은 노인빈곤율이 그 결과물이다. 가계 부문에서 착실히 자산을 형성해 노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