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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스캔들’ 수입車, 도대체 왜 이러나?

‘한국 소비자는 봉’ 소비자 불만 급증
판매지상주의? ‘기업 윤리’ 고민해야

(조세금융신문=김성욱 기자) 연이은 차량 화재로 물의를 일으킨 BMW 사태가 수입차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태도를 바꿔놓고 있다. 이른바 한국 소비자 홀대가 지나치다는 불만이다.

 

실제로 수입차 업체들의 안전관리 대처나 사후관리(A/S)망 확충 등 서비스가 판매활동에 비해 현저히 소홀하다는 지적이 나온지는 이미 오래다. 요즘에는 차량 안전 문제로 인한 리콜은 물론 배상 역시 해외 소비자에 비해 차별을 받고 있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6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국내 수입차 판매량은 지난 2012년 13만858대에서 지난해 23만3088대를 기록하며 5년 만에 78% 성장했다. 2012년 당시 10%이던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15.2%까지 오르며 ‘수입차 20만대 전성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이같은 시장의 높은 성장 속도와 비교해 리콜 늑장 대응과 서비스센터 확충 등 질적 성장 속도는 더딘 상황이다. 수입차 업체들은 각종 논란에도 ‘팔기만 하면 된다’는 식의 배짱영업을 펼치면서 애꿎은 국내 소비자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수입차 업체들이 한국 소비자를 홀대하는 방식은 매번 유사했다. 지난 2016년 배기가스 조작 논란으로 ‘디젤게이트’를 자초했던 폭스바겐은 당시 해외 시장과 국내 시장의 차별적 보상금 규모로 지탄을 받았다.

 

미국에서 1인당 최대 1200여만원, 캐나다에서 500여만원을 지급했지만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현금도 아니고 100만원어치 서비스 쿠폰을 제공하는 데 그쳤다.

 

이후 2년여가 지난 올해 초 폭스바겐 측은 신형 차량을 출시하며 조용히 국내 영업을 재개했다. 출시 행사를 전후해 디젤게이트에 대한 제대로 된 사과도 없었고 리콜 이행도 여전히 완료되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독일에서는 올 상반기 디젤게이트 사태에 대해 10억 유로(한화 약 1조2700억원)의 벌금을 부과 받았지만 국내에서는 관련 재판조차 제대로 마무리되지 못했다.

 

이번 BMW 차량 화재 사고의 경우에도 회사 측의 안일한 판단이 결국 사태를 키운 셈이다. 문제가 되는 BMW 520d는 지난 2016년 연료펌프 커넥터 결함으로 주행 중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문제가 제기됐지만 회사 측은 선제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더욱이 자동차 제조사를 관리·감독할 국토교통부에는 강제 리콜 시행 기준이 아예 없었을뿐더러 관련 근거 조항조차 마련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차량에 치명적인 결함이 있다고 해도 제작사의 양심적 판단과 자발적 리콜만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규제 자체가 수입차 업체들에 관대하고 디젤게이트나 이번 차량 화재 사태와 같이 운전자의 생명과 직결된 사안이라 해도 별다른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다”며 “이런 분위기 때문에 수입차 업체들이 늑장 대응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폭스바겐의 디젤게이트에 이어 BMW 등 수입차 업체들이 연이은 스캔들로 민낯을 그대로 드러내고 말았다”며 “당장 많이 파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장기적으로 한국 시장에 정착하려면 기업 윤리를 한 번 더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후서비스 ‘뒷전’…부품·공임비도 비싸

BMW 차량의 연쇄 화재 사태는 수입차 업체들의 미흡한 A/S 문제로도 번지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등록된 수입차 업체들의 서비스센터 숫자는 약 520여 곳으로 결국 서비스센터 한 곳이 약 4000~5000여대의 자동차를 처리해야 하는 셈이다.

 

서비스센터 1곳당 100여대의 차량을 수용할 수 있는 국산차의 경우와 비교하면 열악한 수준이다. 이마저도 수입차 브랜드별 균일한 분포가 아니라 업체마다 상이하다. 이로 인해 국내 소비자들의 불만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최근 5년(2013~2017년)간 품질이나 안전 등 문제로 소비자원에 피해구제를 신청한 수입차 건수가 50% 넘게 증가했다.

 

국산 자동차 관련 피해구제 건수는 2013년 615건에서 지난해 527건으로 5년간 14.3%(88건) 줄었지만 같은 기간 수입차 피해구제 건수는 198건에서 307건으로 55.1%(109건)나 늘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국내 브랜드는 차량을 대량 생산하면서 A/S 센터 구축이 잘 돼 있지만 수입차 업체의 경우 A/S 센터가 부족하다”며 “부품이나 공임비가 국산차에 비해 3~10배 높은 것도 문제”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국내 소비자가 '봉'이나 '마루타'로 불릴 정도로 홀대받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수십 년간 자동차 산업을 재벌과 브랜드 중심으로 키우다 보니 아직도 그 관행이 남아있어 자동차 문화가 후진적”이라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또 국내의 법에 문제가 있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사실 수입차 업체들이 국내에 들어올 초기에는 선진시스템을 많이 전파했던 것도 있다”면서도 “이제는 수입차 업체가 국내 법에 능숙해져 한국의 법대로 하려고 하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특히 “차량 결함이나 문제가 발생해 법적 다툼이 생기면 소송을 장기간 끌고 가려고 한다”며 “법적 다툼이 길어질 경우 개인인 소비자가 겪는 피로도가 상당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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