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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전문가 칼럼] 저출산 고령화 시대, 환자중심의 의료인과 의료수단 확충

 

(조세금융신문=구기동 신구대 교수) 산업화(industrialization)는 개인의 건강, 질병, 그리고 죽음에 많은 영향을 미치면서 사회적 문제를 야기했다. 장기간에 걸친 의료화(medicalization)는 질병의 원인이 되는 환경이나 사회적 과정보다 의사에 의존하는 치료 중심으로 변했다.

 

의대 입학 후부터 난해한 의학 지식으로 일반인의 접근을 통제하면서 집단적 응집력과 폐쇄적 구조를 형성했다. 우리나라는 1999년 의약분업 사태를 시발점으로 의사들이 의대입학 정원의 동결을 배경으로 배출 인원과 자연 감소에 의한 의료 인력을 관리하고, 인구의 증가와 고령화에 따른 의료 수요의 증가로 의료비용이 증가해 왔다.

 

건강보험제도 실시 따른 의료 수요 확대

 

의사는 질병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일탈을 제거하는 문화적 가치와 규범의 수행자로 개인에게 영향력을 행사한다. 환자는 아프면 빨리 회복하기 위해 의사의 지시를 적극적으로 따라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의사는 생물학적 기술뿐만 아니라 권위를 가지는 집단으로 변모됐다.

 

의사는 자신의 노동에 대한 자율성을 가지면서 의료 내 다른 직군과 환자들을 통제할 수 있는 권력이 됐다. 의사들은 의료 기술을 기반으로 제도적으로 조직화하고, 그 특권을 합법화하는 데 성공했다. 의료행위를 둘러싼 다양한 집단을 상대하면서 그 결과로 권위를 인정받고, 그 행위를 합리화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정부와 국민을 설득해 왔다.

 

우리나라의 의사들은 광복 이후 의료 자본의 축적과 재생산 기반을 유지하면서 통제 받지 않고 성장해 왔다. 초기 의사는 의료 지식이 아니라 자격증을 중심으로 국가가 의사들의 이익 획득에 필요한 여건을 조성해 주었다. 전국민 건강보험 실시는 의사의 자율성에 제한을 두었지만 의료 수요를 확대하면서 낮은 경쟁 속에서 여유로운 자본 축적의 기회를 제공했다. 의약분업 이후 약사가 의료기관에 종속되면서 자율성이 약화됐지만, 의사는 공급을 제한해 국가와 의사단체 간 암묵 속에 경쟁을 차단했다. 대형병원은 사회의 핵심 기반시설로 신도시 건설에서도 유명 병원의 유치가 성공을 결정하는 중요한 경관 요인이 되고 있다.

 

치료에서 미용으로 의료 인력의 이탈

 

의사들은 일제강점기부터 내려온 의사에 대한 강압적 통제 방식이 자발적 참여 또는 자율성을 침해한다고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고, COVID19 팬데믹 이후 공공의료 확대에 대해서도 의사와 의사 단체에 대한 억압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렇지만 유럽과 미국에서 의사 권력은 공공의료시스템 정착, 원격진료의 허용, 컴퓨터 진단 및 정보 저장 등으로 의학 지식의 생산과 사용에서 주도권을 상실해 왔다.

 

의료 소비자와 건강 행위자의 여론이 높아지면서 일반인들도 진료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있다. 미국은 1970년대부터 의료비용의 상승을 줄이기 위해 포괄수가제(DRG)를 도입했다. 의료 영역도 숙련된 의사 이외의 전문가 집단에서 의사의 감독 없이 의료행위를 하도록 확대했다. 국가가 의사 인력을 대폭 확충해 의사가 상대적으로 임금이 낮은 분야에도 종사하도록 구조적인 변화를 시도했다.

 

우리나라 의사제도와 의료시스템은 변화하는 유럽과 미국과 달리 오랜 기간 커다란 정책의 변화없이 사회적 기득권을 형성하도록 방치해 왔다. 저출산과 노령화가 새로운 의료 수요를 창출하면서 의료시스템의 확대에 따라 환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의료 자본의 마케팅 대상이 됐다.

 

 

국가의 저출산 가족계획 정책은 산부인과와 소아과를 중심으로 의료 수요를 증가시켰고, 저출산이 고착화되자 미용분야에서 돌파구를 마련하면서 이익을 획득했다. 외모와 노화가 개인의 사회적 경쟁력에 많은 영향을 미치면서 성형수술로 돌파구를 마련해 수요를 증가시켰다. 한편, 일반적인 개인의 문제도 정신의학을 제도화해 질병의 관점에서 의료의 대상으로 삼았다.

 

복지의 향상 속에 힘의 불균형

 

우리나라 의사제도는 진입장벽을 높여서 이익 창출에 따른 사회적 불평등을 재생산해 왔다. 이러한 일반인들이 겪는 불만, 반대, 그리고 갈등에 대해 의료 권력과 국가는 서로 눈치보기로 무시하거나 정책에서 배제해 왔다.

 

의료행위의 카르텔 또는 ‘성장동맹(growth machine)’으로 소득에 대한 기대수준이 높아지면서 전 연령계층에서 동경의 대상이 됐다. 1980년 중반 지방 의대의 경우 서울지역 상위권대 공대와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학교에 관계없이 최상위권 위치에 있었다. 특히 코로나19(COVID-19)사태는 젊은 세대에게 의료 행위에 대한 환상을 심어 주었다.

 

유럽과 미국, 일본이 의사들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의료인력의 확충과 비의사 의료 영역을 확대하면서 새로운 의료 정책을 추진해 왔다. 물론 이에 따른 부작용도 많았지만 개선과 보완을 통해 문제를 해결했고, 우리나라는 의사들의 저항으로 시작도 해보지 못하고 많은 정책이 표류하고 있다. 정책을 시도할 때마다 대형병원이 전공의에 상당 부분 의존하면서 의료서비스 제공의 혼란을 일으켰고, 공공 의료기관은 홍보와 관리의 부족으로 대체 수단 또는 보완적 기능을 효율적으로 수행하지 못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모든 정책은 국가에서 해결해야 할 영역과 민간에서 해결해야 할 영역으로 구분할 수 있다. 최근 정부는 의료개혁에 실패할 경우 “대한민국은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의료행위의 비대화는 자본의 집중화 뿐만 아니라 사회의 잠재적인 불안요인으로 내재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의대 입학정원 확대에 대한 국민적 지지는 이러한 일반인들의 생각이나 의견에 대한 표출로 볼 수 있다. 일반인들은 의료의 공공성에 따른 법률에 의한 독점성을 인정하면서도 경쟁 없는 독점으로 과도한 이익의 추구에 회의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다.

 

의료행위 중심에서 환자중심으로 개선해야 한다

 

서구 국가들은 이러한 문제를 어느 정도 해소하고 지금은 사회경제적 요소인 소득, 교육, 인종, 연령, 성비에 따른 건강불평등의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 유럽은 미래 의료를 예방의학 관점에서 질병을 사전에 차단하고, 임상 치료와 의과학적 시스템으로 관리하고 있다. 서구의 산업화 과정에서 나타난 의료제도의 문제점이 우리나라에도 그대로 나타났지만 이것을 해결하기 위한 정책적 판단이 지연되면서 큰 문제로 진화됐다. 일시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이 의료행위에 대한 도전으로 인식되어 저항을 야기하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국가가 글로벌 표준을 확인하고 다수의 의견을 수렴하면서 미래지향적인 의료 정책을 한 단계씩 추진해 나가야 한다. 우리나라는 개원의 중심의 영리병원과 공익법인 중심의 비영리법인, 국가와 지자체 중심의 공공병원으로 다원화되어 있고, 국민과 국가는 건강보험료와 예산을 투입해 복지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그렇지만 양자가 힘의 균형은 편향적인 모습을 보여 왔다.

 

 

 

 

[프로필] 구기동 신구대 보건의료행정과 교수

•(전)동부증권 자산관리본부장, ING자산운용 이사
•(전)(주)선우 결혼문화연구소장
•덕수상고, 경희대 경영학사 및 석사, 고려대 통계학석사,

리버풀대 MBA, 경희대 의과학박사수료, 서강대 경영과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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