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구기동 신구대 교수) 경제학의 고전 이론에 따르면 시장가격은 거래에 의하여 결정되는 균형가격 또는 공정가격이다. 그러나 시장 참여자가 가지는 정보의 상호 불균형으로 시장가격도 공정가격이 아닐 수 있다.
거래 상대방을 충분히 알 수 없기 때문에 정확한 의사결정을 내리기 어렵다. 따라서 판매자는 구매 이전의 정보를 활용하여 역선택(reverse selection)을 하고 구매자는 구매 이후의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를 일으킨다.
자본시장은 정보의 불균형이 큰 분야로 대리인 문제, 역선택과 도덕적 해이가 자주 발생한다. 공매도제조는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하는 장치로 도입되었다. 시장의 불균형이나 정보 비대칭으로 가격이 왜곡될 때 이를 바로 잡아서 시장의 효율성을 제고한다. 공매도는 해당 종목의 부정적 정보를 시장에 전달하여 가격 형성에 기여하며 과도한 평가와 비합리적인 과열의 가능성을 축소시킨다.
또한 금융사기 및 타당성 없는 버블에 대한 방어 수단으로 시장에 유동성도 제공한다. 이러한 순기능과 함께 예측 오류 시 과다한 손실이 발생할 수 있고 정상적인 시장가격의 형성을 방해할 수 있는 역기능의 측면도 있다. 국내의 경우 제도의 이러한 부작용을 우려하여 기관투자가로 공매도 자격을 제한하고 있다.
정보의 불확실성과 비대칭에 따른 공매도의 활용
공매도는 무차입 공매도(naked short)와 차입 공매도(covered short)로 구분한다. 무차입 공매도는 대상 주식을 빌리지 않고 공매도한 후 결제일까지 매도한 주식을 매입하여 상환한다. 결제시점까지 상환주식을 확보하지 못하면 결제 불이행이 발생할 수 있다.
우풍상호신용금고가 2000년 3월 29일 증권회사를 통하여 코스닥 등록기업인 성도이엔지 주식 33만여주를 무차입 공매도를 하였다. 그러나 성도이엔지 주가는 공매도 후 연일 상한가를 기록하고 유통 주식도 급감하면서 최종 결제일에 완전 상환하지 못하였다.
이 사건으로 우풍상호신용금고는 신뢰도 하락과 대규모 인출 사태 속에서 영업을 정지하였고 무차입 공매도도 금지되었다. 전 세계적으로도 시장 조성 등 특수한 상황에서만 허용하고 있다.
차입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서 매도하고 후에 매입하여 상환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주식을 대부해줄 대상자를 찾아서 보유자 대신에 매도하고 후에 주식을 빌려준 사람에게 주식을 상환하는 방식이다.
대차 거래(loan transaction)는 증권사가 자사의 고객이나 예탁결제원에서 주식을 조달하여 기관투자가에게 빌려준다. 그리고 대주 거래(stock loan)는 개인이 대차거래에 참여할 수 없기 때문에 개인이 증권사에서 주식을 빌린다.
공매도를 활용한 투자전략은 시장간, 업종간의 차이를 이용하거나 레버리지를 활용한다. 롱숏전략(long/short)은 자금을 차입하여 주가 상승이 예상되는 종목을 매입하고, 하락이 예상되는 종목을 대주하여 매도한다.
시장의 흐름에 대응하여 주식의 투자비율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면서 시장 변화에 대응 한다. 하락이나 상승에 대한 전망이 모두 틀리면 손실이 예상보다 더 커질 수 있다. 그리고 순수 공매도(Dedicated Short)전략은 과대평가된 주식을 대주하여 공매도 한다.
그렇지만 유동성이 낮은 소형주를 공매도할 경우 매도한 주식을 다시 사야하는 숏스퀴즈(short squeeze)에 쫓길 수 있다. 우풍상호신용금고 사태는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시장이 움직이면서 매입 가격의 폭등으로 발생하였다. 특히 단독 공매도일 경우 이론적으로 무한대의 손실을 볼 수 있다.
공매도 시스템의 불완전성과 도덕적 해이
2018년 4월 6일에 삼성증권은 직원들의 우리사주에 대한 배당을 실시하였다. 배당 계획은 현금배당 주당 1000원이었지만 시스템에 입력하는 과정의 착오로 현물배당 주당 1000주를 실시했다.
삼성증권이 보유하지 않은 주식을 직원들에게 매도한 무차입 공매도에 해당된다. 물론 이것은 내부적인 거래이기 때문에 거래소에서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은 잠재적인 공매도에 해당된다.
그런데 증권 지식이 많은 금융회사 직원들이 현물배당의 착오를 인지하고도 이를 악용하여 거래소에서 배당 주식을 역공매도하였다. 전일에 입력된 결과를 기다린 것처럼 상당히 많은 공매도 주식이 특정 시간에 쏟아져 나왔다.
이에 놀란 삼성 증권 주가는 시장에서 오전 10시께 전날 대비 11.68% 급락하기도 했다.
이와 유사한 사례가 2005년 12월에 일본의 미즈호증권이 시가 61만엔인 주식 1주의 매도 주문을 61만주 1엔으로 착오입력하여 발생하였다.
이 거래로 미즈호증권은 엄청난 손실을 보았다. 모회사인 미즈호그룹은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미즈호증권의 임원에게 가장 무거운 처분을 내리고 미즈호증권의 대주주인 미즈호은행과 지주회사의 임원에게 책임을 물었다.
이후 일본은 상장주식수의 10%를 초과한 대규모 주문 실수가 발생할 경우 거래소가 직권으로 거래 정지하였거나 취소할 수 있는 ‘착오 거래 정정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금융혁신, 시스템의 불안정성과 도덕적 해이의 해소에 필요
가장 합리적인 것으로 평가되는 금융시스템도 많은 허점을 가지고 있다. 자본시장의 시스템은 2009년의 ‘자본시장법’이 나올 때까지 개별적인 업무나 상품을 중심으로 법률과 시스템을 구축하였다. 이에 따라서 전체 자본시장을 포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늦어졌으며 여전히 외부적인 환경 변화나 돌발적인 상황에서 작동되지 않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법률과 제도를 완벽하게 구축하여 거래시스템에서 불안정성이 나타나거나 직원들이 도덕적 해이를 일으키면 혼란을 차단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개인의 경우 공매도가 금지되었는데 이번 과정은 개인의 역공매도의 가능성을 인식시켜 주었다. 그리고 정관 상의 발행 한도나 발행 주식 수에 관계없이 그 이상의 초과 공매도가 내부적으로 가능할 수 있었다.
한편 착오에 의한 거래임에도 차익을 실현하려는 금융기관 직원들을 보면 언제든지 쉽게 도덕적 해이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실 입력에 대한 착오도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만 발생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심각한 상황까지 연결되지 않았을 것이다.
[프로필] 구 기 동
• 현) 신구대학교 글로벌경영학과 교수
• 금융감독원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시민감시단
• 덕수상업고등학교, 경희대 경영학과, 경희대 경영학석사
• 고려대 통계학석사, 영국 리버풀대 MBA, 서강대 경영학박사
• 국민투자신탁 애널리스트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