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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전문가칼럼] 도성과 내속에 의한 통치, 효율성 추구의 시대

 

(조세금융신문=구기동 신구대 교수) 한 국가의 수도는 통치자의 집무실과 관저를 포함한 주요한 국가 기구들이 밀집되어 있다. 주요한 의사결정이 전국적으로 신속히 실행될 수 있도록 국토의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다.

 

수도의 근간이 된 옛 수도의 모습은 왕이나 황제가 거주하는 왕궁이 있는 도성과 도성의 경제적 기반인 경기지역을 구분하였다. 현대에 교통과 통신의 발달은 수도의 위치나 경제적 배경의 조건을 완화시키면서 국가기구들의 분산과 분할로 효율성을 추구하고 있다.

 

전통적인 수도의 조건

 

고대부터 시작된 중앙집권제는 도성을 중심으로 직할지인 경기지역과 주변지역을 구분하여 통치했다. 도성은 국가의 설립과 성장을 반영하면서 지배계급인 왕과 귀족들이 살던 국가의 중심지였다. 내부적으로 정치와 경제에서 월등한 힘을 가진 지역단위를 형성하면서 타 지역을 통제할 수 있는 근거지가 될 수 있는 곳이 선택되었다.

 

이론적 근거는 거중(거점지 중심)과 관중(관할지 중심)이며, 위치는 국내의 반란을 진압하기 쉬우면서 외적의 침입에 항거하기 좋아야 한다. 유형은 분지형, 평원형, 반분지반평원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중국은 북방민족의 침입으로 장안에서 개봉까지 서쪽에서 동쪽으로 계속 도성을 이전했다. 도성의 이전은 지역적인 규모의 한계로 증가된 인구를 부양할 수 있는 생산력이 뒷받침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한, 왕권이 약화되면 토착세력과 권문세가가 득세했기 때문에 천도 또는 제2의 수도를 건설하여 왕권을 강화하려고 했다.

 

주나라에서 당나라까지 장안(長安), 송나라의 개봉(開封), 원나라에서 청나라까지 북경(北京)을 도성으로 정했다. 장안은 자연적인 지형을 가진 분지형이고, 개봉은 사방이 공개된 평원형이다.

 

분지형의 장안과 평원형의 개봉

 

분지형 도성은 국가가 강할 때 천하를 통일할 수 있으면서 국력이 약해지면 도성과 직할지를 중심으로 방어하기 쉬웠다. 장안은 사방에 관문을 가진 천혜의 ‘산하의 험’을 가진 직할지의 중앙에 위치했다. 직할지가 다른 지역보다 힘의 우위를 확보하면서 지방 통제와 방어의 근거지로 활용되었다. 방어에 유리하면서 인적, 물적 자원의 지원이 용이했기 때문이다. 수나라와 당나라는 서북방의 투르크와 대치하면서 장안을 수도로 정했다.

 

평원형은 지형적으로 방어가 어렵기 때문에 새로운 강자가 등장하면 기존 국가가 멸망하면서 새로운 세력으로 대체되었다. 개봉은 육로와 수로의 중심지로 주변에 4개의 하천이 흘렀다. 수도 자체가 방어의 거점으로 경기지역의 존재는 크지 않았다. 역할을 분담하는 경기지역이 도성 주변에 방사형으로 도성인 개봉(개봉부)을 포함하여 서경(하남부), 북경(대명부), 남경(응천부)이 환상적으로 위치했다. 배후 도시들이 일정한 역할을 담당하면서 도성이 운하의 중심지로 경제력을 집중시킬 수 있었다. 개봉은 전국시대의 위, 후량, 후진, 후한, 후주, 북송 및 금나라에서 수도로 삼았다.

 

 

내속에 의한 중앙집권의 강화

 

중원은 도성을 중심으로 주변국을 중국 질서에 편입하려는 내속(內屬)을 실시했다. 내속 시스템은 서주(西周)의 봉건제(封建制), 진(秦)과 초(楚)의 군현제(郡縣制), 당(唐)의 기미제(羈縻 制)와 3성6부제, 청(淸)의 이번제(理藩制)이다(쉬줘윈(許倬雲) 제시). 봉건제(封建制)는 고대 중국과 중세 일본과 유럽에서 시행했던 제도로 중앙 정부는 수도와 일부 요충지만 직접 통치하고 다른 지방은 제후나 영주를 임명하여 다스렸다. 그러나, 제후들이 왕권에 도전하면서 주나라가 멸망하자 진시황(秦始皇)은 봉건제를 폐지하였다.

 

진시황은 중앙 정부가 지방에 직접 행정관을 파견하여 통치하는 중앙집권적인 군현제를 실시했다. 진시황은 전국을 36군으로 나누고 하위에 현을 설치하여 군수(郡守)와 현령(縣令)을 파견했다. 한무제(漢武帝)도 왕과 제후들의 실권을 빼앗아서 전국을 13주로 나누고 자사(刺史)를 파견하는 주제(州制)를 실시했다. 중앙에서 파견한 지방관이 임기 동안에 해당 지역을 다스리도록 했다.

 

외곽의 군현은 각 지역의 고유한 질서를 유지하면서 자치활동을 보장받았다. 처음에 군이 현보다 하위에 위치했지만, 전국시대(戰國時代)부터 상위에 위치하게 되었다. 군현제는 동아시아 행정 제도의 기본을 형성하고, 일본은 현 아래에 군을 두고 있다. 한나라의 군국제는 왕국(王國), 후국(侯國), 공국(公國), 주(州), 군(郡), 현(縣)으로 구분했다.

 

 

한반도는 고대국가로 성장하면서 영토를 통치할 목적으로 군현제를 실시했다. 지방관은 행정적인 성격보다 군사적인 성격이 강하였다. 신라는 군 아래에 현을 설치하여 주-군-현 체제로 정비했다. 고려의 광종이 당나라 제도를 모방해서 전국을 10도(道)로 나누면서 많은 주(州)가 출현했다. 조선은 군현에 면리제(面里制)를 추가했다. 갑오개혁은 부(府)‧목(牧)‧군(郡)‧현(縣)에서 총337군의 단일시스템으로 단일화했다.

 

우리나라는 수도권 인구분산 정책에 따라서 정부기관과 금융기관을 분산하였고, 혁신도시를 건설하여 공공기관을 이전하였다. 그리고, 주요 정부부처가 국토의 중심지역인 세종으로 이전하면서 분권적인 구조를 이루고 있다. 고속철도망이 완성되면서 경기지역(직할지)에 대한 개념도 희석되었다.

 

군현제는 현재까지도 동아시아 행정단위의 기본적인 틀이 되고 있지만 새로운 시대에 맞는 행정구역 시스템도 필요한 상황이다. 그동안 이루어진 이전 선상에서 청와대도 용산으로 이동하였다. 그러나, 새로운 시스템에 맞는 조직이나 인프라가 지원되지 못하면서 발생하는 구조적인 문제점들도 드러나고 있다. 조선시대에도 모든 의식이나 제도는 규정이나 지침을 두고 실시하여 혼란을 예방하였다. 사후적인 대처보다 제약조건을 고려한 잘 준비된 사전 계획이 비용이 적기 때문이다.

 

 

[프로필] 구기동 신구대 보건의료행정과 교수

•(전)동부증권 자산관리본부장, ING자산운용 이사
•(전)(주)선우 결혼문화연구소장
•덕수상고, 경희대 경영학사 및 석사, 고려대 통계학석사,

리버풀대 MBA, 경희대 의과학박사수료, 서강대 경영과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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