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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디아스포라와 화교자본, 북미정상회담의 실질적 수혜자는?

 

(조세금융신문=구기동 신구대 교수) 우리가 사용하는 글에 ‘당대’라는 말이 있다. 어떤 사건이나 현상이 발생하는 때를 의미한다. 또 다른 의미로 ‘당대’는 오늘날 중국 영토의 토대를 이루고 문화가 가장 번영했던 당나라 시대이다.

 

이 말은 일반적인 의미보다 성장하거나 부흥하는 시기에 주로 사용한다.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은 아마 당대에 벌어진 가장 중요한 역사적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이 정상 회담을 놓고 언론은 당사자인 북미 양측이나 중재자인 대한민국을 승자로 보기도 하고, 항공기를 제공한 중국이나 개최국인 싱가포르를 또 다른 승자, ‘일본패싱’에 따라 일본을 패자로 간주하기도 한다.

 

북미정상회담 본 한반도 평화의 최대 수혜자는?

과연 한반도 평화의 최대 수혜자는 누구일까?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과거 한반도의 변화에서 일본은 가장 큰 수혜자였다. 북한의 개방은 기초 인프라를 건설하면서 산업 성장에 필요한 부품과 소재 등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이번에도 일본의 기업들이 숨은 승자가 될 수 있다.

 

그리고 경제 발전에 필요한 자본은 북한에 대한 투자위험과 우호적인 관계를 고려하면 중국이나 중국 관련의 자본에 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 그렇다고 한국과 미국이 완전히 배제되는 것은 아니며 언제든지 여건이 성숙되면 본 궤도에 오를 수 있다. 그 중에서 중국의 개혁과 개방에서 자본과 기술을 제공한 화교자본이 상당한 영향을 발휘할 가능성이 크다.

 

디아스포라를 통한 화교자본의 형성

그리스와 유대인의 박해사에 온 디아스포라(diasporas)는 원래 태어난 국가나 공동체를 떠나서 살아가는 민족분산 또는 민족이산을 뜻한다. 그 형태는 박해를 피해서 이동한 유대인, 노동을 찾아서 떠난 중국인과 인도인, 상거래를 추구한 이탈리아인과 중국인 등이 대표적이다.

 

중국인들은 오래 전부터 인접지역인 동북아 지역에서 시작하여 동남아 지역으로 확장하였다. 또한 중국의 송나라가 멸망 후 대규모 유민이 동남아(남양) 지역으로 피난하였고 명나라 정화(鄭和)의 7차에 걸친 대항해를 따라서 동남아 지역으로 이민자가 증가하였다.

 

한 예로 제나라의 강태공은 그의 자손에서 70여개 이상의 성씨가 나와서 세계에서도 가장 많은 분파를 이루고 있다. 한국의 후손으로는 강씨, 구씨, 노씨 등이 파생된 성씨로 알려져 있다.

 

강태공의 3남인 구목공(丘穆公)에서 시작된 구씨(丘氏)는 중국본토, 동북아시아, 그리고 동남아시아에 걸쳐서 광범위하게 흩어져 있다. 태국에서 총리를 지낸 탁신 친나왓(丘達新)과 그의 여동생인 잉락친나왓(丘英樂)도 구씨였다.

 

일부 씨족은 시조에 대한 향수로 중국에 있는 종묘를 수리하거나 비석을 세워서 자신과 종족의 번영을 추구하고 있다.

 

한편 통일신라 직후의 안동 지역의 중국식 전탑이나 한국인 성씨의 중국 시조는 중국인 이주자나 포로의 거주를 추측하게 한다. 특히 지명에 당나라의 소정방과 관련된 설화가 유독 많이 있다. 충남 서천의 천방산은 소정방이 천간(千間)의 방을 만들어서 제사하고 사비성을 함락시켰다는 전설이 있다. 부안의 내소사(來蘇寺)와 고려시대의 내소군(來蘇郡)은 소정방이 왔다는 설화로 만들어졌다.

 

또한 소래포구는 소정방이 군사를 이끌고 황해를 건너와 상륙한 곳이라는 설이 있다. 부여 정림사지오층석탑은 소정방의 전공을 기록한 ‘대당평백제국비명’이 존재하여 백제시대의 탑이나 유적이 대부분 소멸되는 과정에서도 살아남았다.

 

오랜 기간에 걸쳐서 중국인의 해외 진출에 대한 흔적이나 기록들은 세계 곳곳에 남아 있다. 그 과정에서 화교는 중화민족의 개념을 기초로 근대 중국을 건설하는 가운데 가장 늦게 생성된 개념이다. 본래 해외 중국인 중에서 ‘화인’은 거주국 국적을 취득한 사람이고, ‘화교’는 중국 국적을 유지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현지 정착과 융합과정으로 두 개념은 모호해졌고 양자를 합하여 통칭 ‘화교’라고 부른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중국이 화교들의 이중국적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해당 국가

의 국적을 취득하였다.

 

그러나 화교들은 거주국의 환경에 적응하면서도 모국의 문화적 사회적 양식들을 유지하는 모호한 태도를 취하였다. 이러한 모순에 대하여 1967년 11월 15일에 싱가포르의 이콴유는 화교와 화인들에게 중국인이 아니라 싱가포르인이 될 것을 요구하였다. 그는 역사와 문화적 이해관계가 다른 거주국에 대한 신뢰성을 회복하고 자신들의 운명에 대한 주권을 강조하였다.

 

이것은 거주국의 사회적 정체성과 모국의 민족적 정체성을 동시에 수용하는 초국가적 정체성을 형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따라서 화교들은 현지에 완전히 적응하면서도 여전히 모국에 대한 기억, 거주지의 소외감, 모국에 대한 참여 의식과 관계 유지 등을 공유하고 있다.

 

화교 자본의 축적으로 2차 디아스포라의 발생

화교들은 노동에서 자본을 축적한 다음에 소규모 상업으로 이전하여 그 규모를 확대하였다. 자본축적의 주요한 수단은 대부분 부동산이며 부동산 가격의 상승으로 큰 부를 축적할 수 있었다. 화교기업들은 부동산회사를 거느리면서 보유한 부동산의 가격이 상승할 경우 금융을 통하여 사업을 확장하였다.

 

그렇지만 동남아 국가들이 서구 식민지에서 독립하여 민족국가를 형성하고, 각국의 정부가 화교를 압박하기 시작하자 화교자본도 중국과 대만 등으로 이동하였다. 화교들은 1970년대까지 고향인 홍콩과 대만에 투자를 집중하였고, 1980년대부터 중국의 개혁과 개방을 따라서 중국 투자를 확대하였다. 화교는 중국의 초기 근대화의 토대를 마련하면서 중화민족의 주체로 성장하였다.

 

각국의 화교의 세력이 커지면서 상호 교류도 활성화 되었고 점차 초국가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해 갔다. 형성된 화교의 인적 네트워크는 지역과 시장 중심의 서구 경제협력체와 다르며, 중화민족의 연장선상에서 존재한다.

 

특히 인적네트워크의 핵심은 친족 중심의 신뢰관계 구축이다.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화교 네트워크가 만들어져서 다국적 기업과의 공동사업, 민간자본의 지원정책 활용, 중화권(중국, 대만, 홍콩)의 시장침투와 자본을 활용한 지역경제 통합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막대한 화교자본과 조직력을 유치하려고 각국이 법률과 제도를 개선하면서 2차 디아스포라도 발생하고 있다. 점차 민족적 정체성과 동질성보다는 글로벌 네트워크에 편입되면서 수평적이고 다원적인 구조로 바뀌고 있다. 화교네트워크도 지역적 토대를 버리고 세계화상대회처럼 다양한 연대를 토대로 글로벌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에 따라서 중국도 화교네트워크와 화교 거주 국가가 충돌하지 않도록 예방하여 왔다.

 

화교사회에서 금융센터인 싱가포르와 홍콩

화교네트워크는 언어와 관습을 공유하면서 종친 조직인 동성회, 향우 조직인 동향회, 동업 단체인 직업상조회, 그리고 동창회 등을 중심으로 움직인다. 화교네트워크는 1991년 싱가포르 이콴유 수상이 세계화상대회를 창설하면서 더욱 성장하였다. 이 대회는 화상 중심의 중국과 동남아를 생산기지, 홍콩과 싱가포르를 금융센터, 북미와 유럽, 기타 국가를 소비기지로 구상하여 개최되고 있다.

 

주요 의제는 서구중심의 세계주의(WTO)와 지역주의(EU 등)에 맞서 화교들의 연계성을 강조하였다. 각국의 정부와 산업계는 화상들의 막대한 유동자본의 투자 유인하기 위하여 2년마다 열리는 대회를 유치하려고 노력한다.

 

세계화상대회는 화교자본의 금융센터인 싱가포르가 1회(1991년), 홍콩이 2회(1993년)를 개최하였다. 싱가포르는 도시국가로 영토가 협소하고 자원도 부족하지만, 말래카 해협의 길목에 자리하여 오래전부터 태평양과 인도양을 연결하는 동서양 해상 교통로의 요충지이다.

 

대항해 시대부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였고 본격적으로 1800년대 초반에 영국의 식민지가 되면서 서유럽의 문물을 받아들이는 자유무역항으로 발전하였다. 2016년 기준으로 싱가포르의 총인구 560만명 중에서 대략 70~80%가 복건, 광동, 해남, 절강 출신의 화교들이다.

 

홍콩은 아편전쟁 이후 자유항으로 중계 무역의 메카로 발전하였다. 2014년 기준으로 약 720만명이 거주하고 2006년부터 런던 다음의 두 번째로 큰 자본시장이다. 그 배경은 1949년 국공 내전을 피하여 기술과 자금이 들어왔고 홍콩 상하이 은행(HSBC)과 영국계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이 이전하였기 때문이다.

 

중국은 1997년 반환 이후 홍콩의 자율적 역할을 보장하였고, 홍콩에 대한 주도자가 아니라 참여자로서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홍콩은 주로 복건이나 광동 지역 출신의 화교들이 고향과 가까워 선호하는 곳이다.

 

북미정상회담 이후의 한민족 공동체의 필요성

북미정상회담으로 한반도의 미래는 그 자체가 지정학적인 중요성 때문에 당사국과 주변국간의 미묘한 견제와 협력 속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승자와 패자를 가르지 않는 ‘윈윈게임’이 전개될 것으로 판단된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화교 국가인 싱가포르와 중화민족의 종주국인 중국과 홍콩의 역할이 클 것이라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그 이유는 북한의 우방인 중국을 통해야 북한에 대한 투자위험을 낮출 수 있고, 싱가포르와 홍콩이 자본조달 창구로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만일 이러한 상황이 발생한다고 해도 단기적인 측면에서 이루어지고 전쟁위험이 점차 완화되면서 장기적으로 우리나라가 중심에 서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초기에도 과거 화교들이 중국투자시 홍콩이나 싱가포르를 활용한 모델은 참고할 만하다.

 

해외한상네트워크가 자본을 조달하고 서울이 중간 창구가 되어 북한에 자본을 투여하는 방식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물론 홍콩이나 싱가포르 자체가 자본국이면서 자본조달 창구의 역할만을 수행했기 때문에 서울도 북한 투자의 중간창구에서 자본투자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

 

‘세계화상대회’를 모티브로 세계한상대회도 2002년부터 개최되고 있다. 이러한 경험에 기초하여 한상네트워크가 거주국에 현지화된 재외동포들의 자본과 국내 기업을 통합하는 주체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개성공단이나 금강산관광에서 나타난 것과 같이 남북간 대치 상황에서 국가간 이해관계가 대립할 경우 국내투자의 경우 투자위험이 커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었다.

 

따라서 완전한 평화체제가 이루어지기 전까지 동질성이 수반된 해외 한상자본의 중간자적인 역할이 필요하다. 북미정상회담의 최후의 승자는 우리가 되어야 한다.

 

해외의 중국인들은 자생적인 방(幇)을 형성하여 자신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였고 자본을 형성하여 중화민족의 공동번영을 추구하였다. 전 세계의 차이나타운은 광범위한 물적, 인적네트워크의 거점으로 새로운 이주자와 그들간의 결속력을 지탱하는 근거지이다.

 

그리고 중화민족은 화상네트워크(싱가포르), 홍콩, 중국의 관계 속에서 자본을 이동하였다. 우리나라도 당나라에 신라방을 만들어서 재당 신라인의 권리와 이익을 보호하였고 장보고는 청해진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동북아의 해상을 장악하고 부를 축적하였다. 한민족 네트워크와 우리나라가 연대하여 평화시대의 한반도를 준비해야 한다. 우선적으로 한상네트워크, 서울, 북한으로 이어지는 자본이동선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프로필] 구 기 동
• 현) 신구대학교 글로벌경영학과 교수

• 금융감독원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시민감시단

• 덕수상업고등학교, 경희대 경영학과, 경희대 경영학석사

• 고려대 통계학석사, 영국 리버풀대 MBA, 서강대 경영학박사

• 국민투자신탁 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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