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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전문가칼럼]초고 쓸 때는 뒤를 돌아보지 마라 ‘초고는 걸레다’

(조세금융신문=이혁백 책인사 대표) 영국의 극작가 겸 소설가인 조지 버나드 쇼는 최대 걸작인 <인간과 초인>을 집필해 세계적인 극작가로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그는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라는 독특한 묘비명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은 이렇게 명성 있는 극작가인 조지 버나드 쇼도 생전에 책을 쓸 때는 초고를 일곱 번까지 수정했다고 한다. 그와 관련된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밤새 집필 작업을 마치고 새벽녘에 잠이 든 버나드 쇼의 방에 그의 부인이 들어왔다. 부인이 그의 원고를 읽고 나서, “당신 글은 쓰레기감이에요”라고 소리쳤다. 그러자 그는 태연한 듯 이렇게 말했다.

 

“맞아. 하지만 일곱 번째 교정을 마친 후에는 완전히 달라져 있을 거라고….”

 

초고에 마침표를 과감하게 찍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내 글이 말 그대로 ‘쓰레기’ 같더라도 태연하게 다음 장으로 넘어가야 한다. 초고를 완성했다고 그 원고 그대로 출판사에 투고할 어리석은 사람은 없다. 결국, 퇴고할 때 최종적으로 수정하자는 생각으로 글을 쭉쭉 써 내려가야 한다.

 

해외 주요 영화제에서 상을 휩쓸었던 <공동경비구역 JSA>의 박찬욱 감독의 말을 들어 보면 더욱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내 영화의 줄거리는 순식간에 만들어진다. <쓰리, 몬스터>의 전체적인 윤곽도 담배 한 대를 피울 동안 세워졌다. 일단 이야기의 윤곽이 잡히면 가능한 한 빨리 시나리오 초안을 써내려고 애쓴다. 뒤에 가서 어려운 신(Scene)이 생기면 시나리오를 다시 정리할 수도 있지만, 어쨌든 초고를 빨리 끝내는 것이 중요하다.

 

<복수는 나의 것>은 20시간 만에 초안을 완성했다. 그런 다음 시나리오를 몇 달 동안 손질했다. <공동경비구역 JSA>는 여섯 달 동안 그 작업을 했다. 결국 이야기의 윤곽을 잡는 것은 제트기의 속도로 하고, 시나리오 초안은 스포츠카, 그리고 시나리오 수정 작업은 오후 산책처럼 느긋하게 한다는 말이다.”

 

초고에서 모든 것을 마무리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잘못된 문장이나 어휘가 눈에 띄어도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다. 초고는 말 그대로 처음 쓴 글일 뿐, 몇 번의 수정과 교정이 가미되면 버나드 쇼의 말처럼 ‘완전히 달라져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초고를 쓰기 시작할 때는 우선, 각 장에 배치된 ‘꼭지’ 수를 기준으로 각 꼭지에 들어갈 원고 분량을 체크해야 한다(앞서 설명한 대로 각 장의 주제를 풀어내는 작은 제목들을 출판 용어로 ‘꼭지’라고 부른다). 시중에 출간되는 단행본의 페이지 수는 평균 200~300페이지 안쪽이다. 이를 원고지 매수로 환산하면 800~1000매, A4 용지로는 80~120매 정도의 분량이다.

 

원고를 집필할 때 요즘에는 한글이나 워드 프로그램을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글자 크기는 10~11포인트를 지정하면 된다.

 

초고는 단시간에 몰입해야 한다

 

이제 본격적으로 원고를 써야 한다. 책의 뼈대를 모두 잡았으니 살을 붙여 나가기만 하면 된다. 지금부터 해야 할 것은 오로지 몰입과 집중이다. 앞서 말했듯이, 초고는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마치는 것이 좋다. 책 전체의 목차는 평균 40꼭지에서 많아야 60꼭지 안쪽이라고 생각하면, 하루에 한 꼭지만 쓰면 40~60일이면 초고를 완성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루에 한 꼭지는 무조건 쓴다고 스스로 다짐해야 한다. 변명은 모두 던져 버리고, 무조건 엉덩이와의 싸움을 즐겨야 한다. 그렇게 하루하루 꾸준히 쓰다 보면 한 꼭지를 쓰는 데 걸리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게 되고, 하루에 두세 꼭지도 거뜬히 써내는 날이 오게 된다. 초고 완성 기간이 그만큼 줄어들게 됨은 당연한 일이다.

 

“처음부터 압도적인 전력을 내세우지 못하면 한 번의 타격으로 무너질 수 있다. 일방적으로 경쟁 우위를 확보하고,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무기를 이용하는 것이 내 아이디어를 훼손 없이 존속시키는 최선의 방법이다.”

 

애플의 창업자인 고(故) 스티브 잡스의 어록 중 하나다. 잡스는 항상 처음부터 압도적인 전력을 내세우지 못하면 실패의 확률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책 쓰기도 마찬가지다. 초고완성이 두 달에서 세 달을 넘어가면 한없이 늘어질 가능성이 높다. 최단기간에 초고를 매듭짓지 못하고 어쩌다 한 번씩 드문드문 쓰면 전체적인 맥락이 끊어질 위험이 있다.

 

결국 전체 주제와 전혀 상관없는 원고까지 나오게 되어 탈고할 때 그만한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하게 된다.

 

초고를 쓰는 동안은 앞서 설정한 집필 계획서를 통해 스스로 정한 목표량을 지키도록 노력해야 한다. 새벽이든, 저녁이든, 점심시간이든 자신만의 하루 1시간을 확보하라. 그 시간에는 아무것도 하지 말고 책 쓰기에 몰입해야 한다. 그 시간에 인터넷을 하거나, TV를 보고, 친구와 술 한 잔 마시는 유혹도 이겨내지 못한다면 책 쓰기는 그냥 포기하는 편이 낫다.

 

웹툰 작가인 강풀 씨는 <아파트>, <그대를 사랑합니다>, <순정만화> 등 발표하는 작품마다 엄청난 인기를 끌며 영화로까지 이끈 인기 작가다. 그는 모든 작품을 재미있게 만든 비결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연재가 시작되면 약속도 잡지 않고 작품 활동에 몰두한다. 1년에 딱 4개월 반은 새벽 4시에 기상해서, 4시 반에 출근해, 밤 10시 반에 퇴근한다.”

 

책 한 권의 출간은 오로지 당신의 의지로 이루어진 결과물일 것이다. 초고를 두 달 혹은 세 달 안에 완성시키기 위해 그기간만큼은 적어도 하루 1시간을 확보하여 책 쓰기에 몰입하고 또 집중해야 한다.

 

그러나 초고를 몇 년씩 붙들고 있는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은 아예 책 쓸 생각을 접는 것이 낫다. 일단 초고가 완성되어야 글을 수정하는 작업도 진행되는데, 끝까지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아무리 수정해 봐야 시간만 흐르고, 열정도 사그라진다.

 

초고 이후에 퇴고가 기다리고 있음을 기억하라. 초고는 완성도에 집중하기보다 정한 기간 안에 마치는 것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계속 제자리걸음만 하게 되어 퇴고전에 지쳐 버리고 만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하루에 딱 1시간만 책 쓰기에 집중하자. 그리고 두 달을 목표로 초고를 무조건 써내라. 인생2막을 열어줄 책 쓰기는 지금 당신 삶의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하다.

 

[프로필] 이혁백 출판 전문 교육기업 ‘책인사’ 대표

• 북콘텐츠 문화공간 ‘책인사 감동’ 운영

• 작가추천도서 전용 ‘이혁백 책방’ 운영

• MBC <내 손안의 책> 문화평론가

• 베스트셀러 「하루 1시간, 책 쓰기의 힘」, 「가장 위대한 메신저」, 「나는 작가다」, 「나는 작가다: 두 번째 이야기」, 「내 마음대로 사는 게 뭐 어때서?」 기획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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