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2.06 (금)

  • 맑음동두천 -4.4℃
  • 구름많음강릉 0.2℃
  • 맑음서울 -4.1℃
  • 맑음대전 1.1℃
  • 맑음대구 5.0℃
  • 구름많음울산 6.4℃
  • 맑음광주 3.6℃
  • 구름많음부산 9.9℃
  • 맑음고창 0.2℃
  • 구름많음제주 5.3℃
  • 맑음강화 -6.6℃
  • 맑음보은 0.1℃
  • 맑음금산 1.6℃
  • 맑음강진군 4.5℃
  • 맑음경주시 6.0℃
  • 맑음거제 7.3℃
기상청 제공

문화

[전문가칼럼]글이 책이 되는 기술 – 퇴고하기

(조세금융신문=이혁백 책인사 대표) 원고를 출판 계약 직전의 상태로 완성하는 것을 ‘탈고’라고 한다. 탈고란 원고를 탈(脫)하는 것, 즉 집필을 완전히 마치는 것을 의미한다. 탈고하려면 초고를 수정해야 하는데, 이 작업을 가리켜 ‘퇴고(推敲)’라고 한다. 처음 썼던 원고를 여러 번 수정하는 작업, 즉 퇴고를 통과한 원고는 세상 밖으로 나올 자격을 갖춘다.

 

퇴고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원고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고, 형편없었던 초고가 출판사에서 탐낼 만한 원고로 탈바꿈할 수 있기에 퇴고에 많은 정성을 쏟아야 한다. 원고가 제 모습을 갖추는 가장 중요한 과정이 바로 퇴고다.

 

미국의 유명한 소설가인 존 어빙은 레슬링 선수로도 활동했다. 그는 두 가지 직업에 대한 공통점을 다음과 같이 말했다. “레슬링을 잘하기 위해서는 공격하는 법과 몸동작 연습을 통해 수정하고 보완해야 합니다. 또한, 글을 잘 쓴다는 것도 자꾸 고쳐서 다듬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나는 단 한 번도 타고난 작가, 타고난 레슬링 선수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단지 다듬는 일을 잘할 뿐입니다. 단 한 번도 멋진 문장이 완성된 채로 머릿속에 떠오른 적은 없습니다. 단지 어떻게 하면 잘 고치고 다듬을 수 있는지를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원고를 고치고 또 고치는 것입니다.”

 

자신이 정한 기한 내에 원고를 쓰는 것이 초고라면, 제대로 모양을 내는 것이 바로 퇴고다. 우리가 잘 아는 아이작 뉴턴 또한 그의 저서인 《연대기》를 집필할 때 만족스럽다고 느낄 때까지 열다섯 번이나 다시 썼으며, 영국의 역사학자인 에드워드 기번 또한 자신의 저서 《회고록》의 원고를 아홉 번이나 고쳐 썼다고 한다.

 

장편소설 《7년의 밤》, 《28》의 작가인 정유정 씨는 초고 작성에 긴 시간을 들이지 않는다고 한다. 초고는 대충 쓰고, 수정에 엄청난 공을 들이는 편이라고 한다. 그녀는 “초고의 10% 이상이 소설에 살아남아 있으면 실패한 작품”이라고 말할 정도로 퇴고에 퇴고를 거듭한다고 한다. 2013년에 출간된 《28》 역시 결말 빼고는 초고를 모두 버리고 다시 쓴 다음, 네 차례나 더 수정한 작품이다.

 

베스트셀러의 타이틀은 그냥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애써 쓴 초고를 다 엎어 버릴 정도의 의지로 퇴고해야만 저자와 독자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책이 출간될 수 있다.

 

무엇을 어떻게 고쳐야 할까?

퇴고할 때 중점을 두고 수정해야 할 사항을 크게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전체 원고의 분량을 점검한다. 보통 전체 원고의 분량을 점검할 때 A4 용지 100매를 기준으로 원고를 가감하는 것이 좋다. 한 권의 책을 읽는다고 생각하면서 글의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고, 흐름과 주제에 맞지 않으면 과감하게 수정한다. 꼭지별로 사례가 너무 없거나 많은 원고 또한 수정 대상이다.

 

둘째, 기본적인 맞춤법 및 오탈자를 반드시 체크한다. 투고 후 출판사와 계약하면 출판사에서 맞춤법을 교정해 주기는 하지만, 기본적인 맞춤법 정도는 한글 프로그램에 내장되어 있는 ‘맞춤법 검사·교정’을 통해 수정해 놓는 것이 좋다. 그뿐만 아니라 서체를 통일(바탕, 굴림 등 무난한 폰트를 추천한다)하고, 따옴표 및 쉼표 등 문장부호를 꼼꼼히 살펴본다.

 

셋째, 책 속에 삽입한 사례의 사실 여부를 최종 확인한다. 예를 들어, 책의 문구를 인용한 경우에는 저서의 제목 및 저자의 이름이 제대로 되어 있는지, 인물 사례의 경우에는 해당 인물의 현재 근황 등을 반드시 살펴본다.

 

넷째, 문장을 최대한 간결하고 짧게 다듬는다. 문장은 간결한 것이 이해도 쉽고 읽기도 편하다. 뜻이 상통하는 범위에서 최대한 다듬는 작업을 하라. 문장을 간결하게 다듬는 작업을 위해 소리 내어 문장을 읽어 보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된다.

 

위에서 배운 대로 퇴고를 하더라도 대부분 겪게 되는 고충이 한 가지 더 있다. 내게 수업을 받는 작가들 대부분이, 초고를 완성한 후 모니터를 통해 퇴고 작업을 할 때, 머리가 뒤죽박죽하다고 고민을 토로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번거롭다고 생각하지 말고, 원고 전체를 출력해서 퇴고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 종이 값이 아깝다고 생각하지 마라.

 

책 또한 최종 인쇄 직전 출력한 용지를 통해 직접 감리를 본다. 퇴고역시 마찬가지다. 출력된 용지를 통해 퇴고 작업을 하다보면, 정말 신기하게도 모니터로는 보이지 않았던 오류와 글의 부자연스러운 흐름과 문맥을 보게 된다. 모니터로 아무리 꼼꼼히 봐도 절대 보이지 않았던 오탈자와 흐름 등이 기가 막히게 보이게 된다.

 

또 하나의 팁이 있다. 초고를 완성한 후 적어도 3일에서 5일이 지난 후 퇴고를 시작해 보길 바란다. 수고했으니 며칠을 쉬라는 의미보다는, 원고의 내용을 완전히 새로운 시선에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퇴고는 초고의 미완성의 상태를 직면해야 하는 작업이다. 때문에 퇴고를 하면서 자신의 글을 보게 되면 자신감이 떨어질 때가 많다.

 

분명 초고는 ‘걸레다’라고 알려주었음에도, 그 글 자체가 자신의 ‘현 상태’라고 단정 지으면서, 퇴고의 과정에서 힘들어하는 작가들을 많이 보아왔다. 때문에 일정 시간이 지난 후에 초고를 다시 보면서 ‘남이 쓴 원고’를 보는 제 3자의 시점으로 원고를 첨삭해야 한다.

 

그리고 ‘초고는 걸레다’라는 것을 반드시 인식하고, 전체적 배열 및 세부적인 글의 오류를 고쳐나가야 한다. 미완성의 초고 상태를 끊임없이 인식하면서, 더욱 완성도 있는 원고를 위해 퇴고를 진행하라. 그렇게 점점 원고가 자연스레 정리되면서 완전히 새로운 원고가 탄생된다. 독자의 객관적 시선에서 원고가 재탄생 된다.

 

《철학자와 하녀》로 유명한 고병권 작가 역시 책을 다 쓰고 나면 며칠 동안 묵혀 두는 습관이 있다고 한다. 칼럼 역시 하루 정도는 묵혀 두고, 다시 읽고 고친다고 한다. 만약, 바로 탈고에 들어가면 초고를 쓰며 지니고 있던 생각과 잔상이 남아 주요한 부분들을 놓치게 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좋은 책을 쓰는 유명한 작가일수록 탈고 과정에 더욱 정성을 쏟는다. 출판사에서 부탁하지 않아도 수십 혹은 수백 번이나 원고를 스스로 수정하고 보완한다. 초보 작가들이라면, 퇴고 과정을 최소 10번 이상 거친 후 출판사의 문을 두드리기 바란다. 출판 확률을 높이고자 함은 물론이요, 독자들을 위한 책을 내고자 한다면 당연히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단순히 출간을 위해 책을 쓰는 것이 아니라, 내 책을 읽어줄 독자들을 위해 진심을 담아 쓰는 것임을 기억한다면 퇴고 과정 또한 자연스레 가슴 뛰는 작업이 될 것이다. 당신의 퇴고로 세공될 완성된 원고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프로필] 이혁백 출판 전문 교육기업 ‘책인사’ 대표

• 북콘텐츠 문화공간 ‘책인사 감동’ 운영

• 작가추천도서 전용 ‘이혁백 책방’ 운영

• MBC <내 손안의 책> 문화평론가

• 베스트셀러 「하루 1시간, 책 쓰기의 힘」, 「가장 위대한 메신저」, 「나는 작가다」, 「나는 작가다: 두 번째 이야기」, 「내 마음대로 사는 게 뭐 어때서?」 기획 등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전문가 코너

더보기



[이명구 관세청장의 행정노트] 공정의 사닥다리
(조세금융신문=이명구 관세청장) 며칠 전, 새로 전입한 사무관들과 조용한 만남의 자리를 가졌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어떤 말을 전해야 할지 잠시 생각하다가, 결국 두 가지만을 강조했다. 인사를 잘하라는 것, 그리고 돈을 멀리하라는 것이었다. 이 말은 새로 만든 조언이 아니다. 지금으로부터 30여 년 전, 내가 사무관이던 시절 같은 과에서 근무하셨던 한 선배 사무관께서 해주신 말씀이었다. 그때는 그 의미를 다 헤아리지 못했지만, 공직의 시간을 오래 지날수록 그 말은 점점 더 분명한 울림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그날, 나는 그 말씀을 그대로 후배들에게 전했다. 인사는 결국 사람을 남기는 일이고, 돈을 멀리하라는 말은 공직자의 판단을 흐리는 유혹과 거리를 두라는 경고였다. 공직은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긴 항해이기에, 처음부터 방향을 잘 잡지 않으면 어느 순간 되돌아오기 어려운 곳으로 흘러가게 된다. 덧붙여 이런 이야기도 했다. 너무 경쟁하듯이 하나의 사다리만 오르려 하지 말고, 각자의 사닥다리를 각자의 속도로 차분히 오르기를 바란다고. 레드오션처럼 한 방향으로 몰려 달리다 보면, 사닥다리가 무너질 수도 있고 병목현상 속에서 누군가는 추락할 수도 있다. 성과와 평가
[인터뷰] 뮤지컬 '4번출구' 제작 김소정 대표...청소년 ‘삶의 선택지’ 제시
(조세금융신문=김영기 기자) “무대 위에서 가장 조용한 숨으로 깊은 소리를 만드는 오보에처럼, 이제는 소외된 아이들의 숨소리를 담아내는 무대를 만들고 싶습니다” 오보이스트에서 공연 제작자로 변신한 주식회사 스토리움의 김소정 대표가 뮤지컬 〈4번 출구〉를 통해 청소년 생명존중 메시지를 전한다. 2026년 청소년 생명존중 문화 확산 사업 작품으로 선정된 이번 뮤지컬은 김 대표가 연주자의 길을 잠시 멈추고 제작자로서 내딛는 첫 번째 공공 프로젝트다. 공연 제작자 김소정 스토리움 대표 인터뷰 내용을 통해 '4번출구'에 대해 들어봤다. ■ 완벽을 추구하던 연주자, ‘사람의 삶’에 질문을 던지다 김소정 대표는 오랫동안 클래식 무대에서 활동해온 오보이스트다. 예민한 악기인 오보에를 다루며 늘 완벽한 소리를 향해 자신을 조율해왔던 그는 어느 날 스스로에게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김 대표는 “어느 순간 ‘나는 무엇을 위해 이 숨을 쏟고 있는가’라는 질문이 남았다”면서 “완벽한 소리를 위해 버텨온 시간이 누군가의 삶과 어떻게 닿아 있는지 생각하게 되면서 개인의 완성을 넘어 더 많은 사람과 만나는 무대를 꿈꾸게 됐다”고 제작사 ‘스토리움’의 설립 배경을 밝혔다. ■ 〈4(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