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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전문가칼럼]글이 책이 되는 기술 – 퇴고하기

(조세금융신문=이혁백 책인사 대표) 원고를 출판 계약 직전의 상태로 완성하는 것을 ‘탈고’라고 한다. 탈고란 원고를 탈(脫)하는 것, 즉 집필을 완전히 마치는 것을 의미한다. 탈고하려면 초고를 수정해야 하는데, 이 작업을 가리켜 ‘퇴고(推敲)’라고 한다. 처음 썼던 원고를 여러 번 수정하는 작업, 즉 퇴고를 통과한 원고는 세상 밖으로 나올 자격을 갖춘다.

 

퇴고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원고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고, 형편없었던 초고가 출판사에서 탐낼 만한 원고로 탈바꿈할 수 있기에 퇴고에 많은 정성을 쏟아야 한다. 원고가 제 모습을 갖추는 가장 중요한 과정이 바로 퇴고다.

 

미국의 유명한 소설가인 존 어빙은 레슬링 선수로도 활동했다. 그는 두 가지 직업에 대한 공통점을 다음과 같이 말했다. “레슬링을 잘하기 위해서는 공격하는 법과 몸동작 연습을 통해 수정하고 보완해야 합니다. 또한, 글을 잘 쓴다는 것도 자꾸 고쳐서 다듬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나는 단 한 번도 타고난 작가, 타고난 레슬링 선수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단지 다듬는 일을 잘할 뿐입니다. 단 한 번도 멋진 문장이 완성된 채로 머릿속에 떠오른 적은 없습니다. 단지 어떻게 하면 잘 고치고 다듬을 수 있는지를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원고를 고치고 또 고치는 것입니다.”

 

자신이 정한 기한 내에 원고를 쓰는 것이 초고라면, 제대로 모양을 내는 것이 바로 퇴고다. 우리가 잘 아는 아이작 뉴턴 또한 그의 저서인 《연대기》를 집필할 때 만족스럽다고 느낄 때까지 열다섯 번이나 다시 썼으며, 영국의 역사학자인 에드워드 기번 또한 자신의 저서 《회고록》의 원고를 아홉 번이나 고쳐 썼다고 한다.

 

장편소설 《7년의 밤》, 《28》의 작가인 정유정 씨는 초고 작성에 긴 시간을 들이지 않는다고 한다. 초고는 대충 쓰고, 수정에 엄청난 공을 들이는 편이라고 한다. 그녀는 “초고의 10% 이상이 소설에 살아남아 있으면 실패한 작품”이라고 말할 정도로 퇴고에 퇴고를 거듭한다고 한다. 2013년에 출간된 《28》 역시 결말 빼고는 초고를 모두 버리고 다시 쓴 다음, 네 차례나 더 수정한 작품이다.

 

베스트셀러의 타이틀은 그냥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애써 쓴 초고를 다 엎어 버릴 정도의 의지로 퇴고해야만 저자와 독자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책이 출간될 수 있다.

 

무엇을 어떻게 고쳐야 할까?

퇴고할 때 중점을 두고 수정해야 할 사항을 크게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전체 원고의 분량을 점검한다. 보통 전체 원고의 분량을 점검할 때 A4 용지 100매를 기준으로 원고를 가감하는 것이 좋다. 한 권의 책을 읽는다고 생각하면서 글의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고, 흐름과 주제에 맞지 않으면 과감하게 수정한다. 꼭지별로 사례가 너무 없거나 많은 원고 또한 수정 대상이다.

 

둘째, 기본적인 맞춤법 및 오탈자를 반드시 체크한다. 투고 후 출판사와 계약하면 출판사에서 맞춤법을 교정해 주기는 하지만, 기본적인 맞춤법 정도는 한글 프로그램에 내장되어 있는 ‘맞춤법 검사·교정’을 통해 수정해 놓는 것이 좋다. 그뿐만 아니라 서체를 통일(바탕, 굴림 등 무난한 폰트를 추천한다)하고, 따옴표 및 쉼표 등 문장부호를 꼼꼼히 살펴본다.

 

셋째, 책 속에 삽입한 사례의 사실 여부를 최종 확인한다. 예를 들어, 책의 문구를 인용한 경우에는 저서의 제목 및 저자의 이름이 제대로 되어 있는지, 인물 사례의 경우에는 해당 인물의 현재 근황 등을 반드시 살펴본다.

 

넷째, 문장을 최대한 간결하고 짧게 다듬는다. 문장은 간결한 것이 이해도 쉽고 읽기도 편하다. 뜻이 상통하는 범위에서 최대한 다듬는 작업을 하라. 문장을 간결하게 다듬는 작업을 위해 소리 내어 문장을 읽어 보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된다.

 

위에서 배운 대로 퇴고를 하더라도 대부분 겪게 되는 고충이 한 가지 더 있다. 내게 수업을 받는 작가들 대부분이, 초고를 완성한 후 모니터를 통해 퇴고 작업을 할 때, 머리가 뒤죽박죽하다고 고민을 토로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번거롭다고 생각하지 말고, 원고 전체를 출력해서 퇴고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 종이 값이 아깝다고 생각하지 마라.

 

책 또한 최종 인쇄 직전 출력한 용지를 통해 직접 감리를 본다. 퇴고역시 마찬가지다. 출력된 용지를 통해 퇴고 작업을 하다보면, 정말 신기하게도 모니터로는 보이지 않았던 오류와 글의 부자연스러운 흐름과 문맥을 보게 된다. 모니터로 아무리 꼼꼼히 봐도 절대 보이지 않았던 오탈자와 흐름 등이 기가 막히게 보이게 된다.

 

또 하나의 팁이 있다. 초고를 완성한 후 적어도 3일에서 5일이 지난 후 퇴고를 시작해 보길 바란다. 수고했으니 며칠을 쉬라는 의미보다는, 원고의 내용을 완전히 새로운 시선에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퇴고는 초고의 미완성의 상태를 직면해야 하는 작업이다. 때문에 퇴고를 하면서 자신의 글을 보게 되면 자신감이 떨어질 때가 많다.

 

분명 초고는 ‘걸레다’라고 알려주었음에도, 그 글 자체가 자신의 ‘현 상태’라고 단정 지으면서, 퇴고의 과정에서 힘들어하는 작가들을 많이 보아왔다. 때문에 일정 시간이 지난 후에 초고를 다시 보면서 ‘남이 쓴 원고’를 보는 제 3자의 시점으로 원고를 첨삭해야 한다.

 

그리고 ‘초고는 걸레다’라는 것을 반드시 인식하고, 전체적 배열 및 세부적인 글의 오류를 고쳐나가야 한다. 미완성의 초고 상태를 끊임없이 인식하면서, 더욱 완성도 있는 원고를 위해 퇴고를 진행하라. 그렇게 점점 원고가 자연스레 정리되면서 완전히 새로운 원고가 탄생된다. 독자의 객관적 시선에서 원고가 재탄생 된다.

 

《철학자와 하녀》로 유명한 고병권 작가 역시 책을 다 쓰고 나면 며칠 동안 묵혀 두는 습관이 있다고 한다. 칼럼 역시 하루 정도는 묵혀 두고, 다시 읽고 고친다고 한다. 만약, 바로 탈고에 들어가면 초고를 쓰며 지니고 있던 생각과 잔상이 남아 주요한 부분들을 놓치게 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좋은 책을 쓰는 유명한 작가일수록 탈고 과정에 더욱 정성을 쏟는다. 출판사에서 부탁하지 않아도 수십 혹은 수백 번이나 원고를 스스로 수정하고 보완한다. 초보 작가들이라면, 퇴고 과정을 최소 10번 이상 거친 후 출판사의 문을 두드리기 바란다. 출판 확률을 높이고자 함은 물론이요, 독자들을 위한 책을 내고자 한다면 당연히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단순히 출간을 위해 책을 쓰는 것이 아니라, 내 책을 읽어줄 독자들을 위해 진심을 담아 쓰는 것임을 기억한다면 퇴고 과정 또한 자연스레 가슴 뛰는 작업이 될 것이다. 당신의 퇴고로 세공될 완성된 원고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프로필] 이혁백 출판 전문 교육기업 ‘책인사’ 대표

• 북콘텐츠 문화공간 ‘책인사 감동’ 운영

• 작가추천도서 전용 ‘이혁백 책방’ 운영

• MBC <내 손안의 책> 문화평론가

• 베스트셀러 「하루 1시간, 책 쓰기의 힘」, 「가장 위대한 메신저」, 「나는 작가다」, 「나는 작가다: 두 번째 이야기」, 「내 마음대로 사는 게 뭐 어때서?」 기획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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