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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세법개정안] 되풀이된 부자증세·서민지원…한국판 뉴딜 열쇠 될까

다주택자 연 1800억원 증세. 서민·중소 2000억대 지원
금융투자소득 세율 20·25% 누진체계, 기본공제 5000만원
‘신탁세제’ 소득세는 수익자 과세원칙, 부가세는 수탁자
종부세 1주택 0.1~0.3%p, 조정대상 2주택 이상 0.6~2.8%p 인상

2020 세법개정안의 요체는 단기적으로는 다주택자와 부자 증세로 돈을 거두어 개인사업자와 중소기업을 지원하고, 중기적으로는 금융투자소득을 신설해 증권거래세 인하 효과를 상쇄하는 데 있다. 종합부동산세는 현 정부 출범 후 가장 강력한 다주택자 핀셋 과세로 변모했다. 고령자 1주택자에 대해서는 세액·합산공제율이 각 10% 증가했지만, 실거주가 아닌 단기매매의 경우 양도세 부담이 상당하다. 증감세 부문에서는 연간 135억원, 5년간 676억원 규모 증세로 마감했다. 세입·세출구조만 바뀌었을 뿐 총체적으로는 확장도, 긴축도 아닌 평형상태를 유지했다. /편집자 주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정부가 코로나19로 생산·고용 양쪽에서 위협받는 경제상황을 타계하고자 대대적인 세법개정에 착수했다. 주요 개편방향은 성장, 상생·공정, 제도합리화 등 세 가지다.

 

부자증세 기조는 유지했다.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과 다주택자 과세 강화로 5년간 1.8조원, 연간 3600억원 정도의 세 부담이 발생한다.

 

대신 자영업자·중소상공인 혜택이 커졌다. 부가가치세 간이과세 확대로 영세자영업자들은 연간 1000억원대 세금 절감 효과를 누리게 됐다.

 

투자세액공제가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되면서 투자 분야에서 연 1000억대 기업 세 부담이 줄어든다.

 

금융투자소득 과세는 과표 3억원 이하는 20%, 초과는 25%를 적용받는다. 기본공제가 당초 거론됐던 2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상향하고, 결손 이월공제도 허용되면서 개미 투자자들에게 불리한 제도라고 단정 지을 수 없게 됐다.

 

소득세율 최고구간이 생겼다. 과표는 10억 초과, 세율은 45%다. 공제제도에 손을 대기보다는 단순 세율 인상을 통해 변동성을 줄였다.

 

종합부동산세의 경우 1주택자 인상률은 0.1~0.3%로 정해졌다. 12.16 대책발표 시 책정된 0.2~0.3%보다 완화된 모습이다.

 

신탁 관련 소득세는 경제적 실질에 맞춰 과세대상을 조정하고, 부가가치세는 대리징수 개념에서 수탁자에게 납세의무를 물렸다.

 

< 투자세액공제 통합개편 >

 

정부는 10개로 나뉜 투자세액공제를 통합해 단순화시켰다. 지난 7월 14일 발표된 한국판 뉴딜 체계를 세제 차원에서 정착하기 위해서다.

 

투자공제세율에서는 상당히 의미 있는 개편이 이뤄졌다.

 

일반 투자에 대해서는 중소기업 10%, 중견기업 3%, 대기업 1%로 책정했다.

 

신성장기술 사업화시설 투자공제는 대기업 3%, 중견 5%, 중소 12%로 확정됐다. 이전 대기업 5%, 중견기업 7%, 중소기업 10%보다 표면적으로는 대기업과 중견기업에 불리한 것처럼 보이지만, 투자 증가분만큼 추가공제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꼭 그렇게만 볼 수 없게 됐다.

 

정부는 투자공제에 있어 올해 투자액이 과거 3년 평균 투자액보다 많은 만큼 3%의 추가공제를 제공하고, 신성장기술 시설투자에 대해 신성장 R&D 비중, 상시근로자 수 등 공제 제한요건을 제거했다.

 

추가공제액 한도가 기본공제액의 200%로 설정돼 있지만, 반도체 등 사업특성상 연구개발이 필수적인 일부 업종에 있어 유용한 제도로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적용시기는 2020년분 소득세, 법인세 신고분부터지만, 2020, 2021년 투자분에 대해서는 기업이 통합투자세액공제와 기존 특정시설 투자세액공제 중 유리한 것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투자세액공제의 포지티브 규제를 네거티브 규제로 바꾼 것도 주목할 만하다.

 

적용대상을 중견·중소기업을 넘어 개인사업자까지 확대하고, 시설투자공제의 경우 부동산·운송수단을 제외하고 모든 유형의 생산설비에 적용받을 수 있게 되었다.

 

투자공제는 수도권과밀억제권역 외 투자로 한정 짓고 있지만, 중소기업의 대체투자, 산업단지 내 증설투자 등에 한해서는 권역 내 투자도 허용한다.

 

상황에 따라 5~10년으로 나뉘었던 세액공제 이월공제기간은 10년으로 단일화했으며, 결손금 이월공제기간도 10년에서 15년으로 확대됐다.

 

의약품 등 초기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나 이익발생시까지 장기간이 소요되거나 기업실적 악화 등으로 결손이 발생한 경우에도 충분한 공제가 이뤄지도록 했다.

 

외국납부세액공제 이월공제기간도 5년에서 10년으로 확대하고, 10년 이내에 다 공제받지 못한 경우에는 비용으로 인정받을 길을 열었다.

 

한국판 뉴딜에 기여하는 SOC 민간 투자활성화를 위해 공모 인프라 펀드 투자자에 대한 배당소득 분리과세 특례를 신설한다.

 

< 금융투자소득 과세 >

 

개미투자자 잡는 세제냐, 투자활성화를 위한 세입조정이냐.

 

다수의 투자자가 궁금해하던 금융투자소득 과세방안이 베일을 벗었다.

 

금융투자의 문턱인 증권거래세는 내년에는 0.02%p, 2023년에는 0.008%p 줄어든다. 부가세(surtax)를 고려한 경감세수 규모는 2021년 5000억원, 2023년 1.9조원이다.

 

금융투자소득 과세의 대상은 금융투자상품의 상환, 환매, 해지, 양도로 발생하는 모든 소득이 과세대상이 된다.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인 이자·배당을 제외되며, 이자·배당이 원천인 펀드 분배금도 배당소득으로 분류된다.

 

세율은 과세표준 3억원을 기준으로 이하는 20%, 초과분은 25%를 적용받는다.

 

금융투자소득 내에서는 손익통산이 허용된다. 금융투자의 손실가능성을 고려하여 종합소득과 별도로 구분하고, 결손금 손실공제 기한은 5년을 적용했다.

 

가장 큰 관심 분야였던 기본공제액은 5000만원(국내 상장주식·공모 주식형 펀드 합산), 이 밖의 기타 금융투자소득은 250만원으로 책정됐다. 종잣돈이 5억원 이상인 자산가로서 연간 투자 수익률이 10%를 내지 않는다면, 부담할 일이 없게 되는 셈이다.

 

< 신탁세제 >

 

최근 자산시장에서 관심이 급부상하는 신탁제도도 합리적으로 개편됐다.

 

소득세·법인세의 경우 현행 수익자 과세를 원칙으로 하되 신탁재산에 대해서는 법인세 과세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소득 발생 시마다 소득을 수익자에게 배분하지 않고 신탁재산에 유보했다가 나중에 배분하게 해 운용의 효율성을 높인 것이다.

 

위탁자를 실질 수익자로 볼 수 있는 경우에는 위탁자에게 납세의무 부과한다. 수익자가 없거나 위탁자가 신탁을 사실상 통제‧지배하는 경우 등에는 위탁자가 자신의 소득 분산에 신탁을 활용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부가가치세는 납세의무자를 신탁회사(수탁자)로 변경했다. 재산을 맡긴 실소유주(위탁자)가 계약당사자(임대)이거나, 실질적으로 신탁재산을 지배‧통제하는 등의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위탁자 납세의무가 적용된다.

 

종부세는 납세의무자를 수탁자에서 위탁자로 변경했다. 부동산 신탁을 통해 보유 주택 수를 줄여 종합부동산세를 회피하는 꼼수를 막기 위해서다.

 

유언대용신탁, 수익자연속신탁의 경우 위탁자 또는 수익자 사망 시 증여세가 아닌 상속세로 과세함을 명확화했다.

 

< 소득세 최고세율, 부동산 세제 >

 

소득세율 최고세율이 신설됐다. 세율은 45%, 과세표준 구간은 10억원 초과다. 과세대상은 1.6만명, 증세효과는 5년간 0.9조원에 달한다.

 

종합부동산세의 경우 예고된 대로의 개편이 이뤄졌다.

 

1주택자 등 일반의 경우 세율은 과세표준 구간별로 0.1~0.3%p, 3주택 이상 및 조정대상지역 2주택의 경우 0.6~2.8%p의 인상이 이뤄졌다.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 세 부담 상한을 200%에서 300%로 인상해 과세를 강화했다.

 

매입 1년 만에 주택을 팔았을 경우 양도세율이 40%에서 70%로, 1~2년 만에 팔았을 경우 60%로 상향된다. 여기에는 조합원입주권·분양권도 포함된다.

 

조정대상지역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세율 10%p 인상되면서, 2주택자는 20%, 3주택 이상자는 30%의 중과세를 부과받는다.

 

1주택 실거주 고령자의 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과세표준 구간별 세액공제율과 합산공제율 한도를 각각 10%p씩 올렸다.

 

 

1세대 1주택자(실거래가 9억 원 초과)에 대한 장기보유특별공제율은 최대 80%(10년)를 유지하되, 적용요건에 거주기간을 추가했다. 실제 거주하지 않는다면 공제율은 절반으로 뚝 떨어진다.

 

 

< 법인 부동산 세제 >

 

법인 소유 부동산의 경우 최대 6%의 단일세율을 적용한다. 2주택 이하(조정대상지역 내 1주택 이하) 3%, 3주택 이상(조정대상지역 내 2주택) 6%다.

 

법인 보유 주택에 대해 종부세 공제(6억원)를 폐지했다. 주택보유만큼 신규 법인을 마구잡이로 설립해 공제한도를 넘겨 이익을 챙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법인 보유 주택에 대해서는 종합부동산세부담 상한을 폐지하고, 올해 6월 18일 이후 조정대상지역에 8년 장기 임대등록한 주택에 대해서는 종합부동산세를 전면 과세한다.

 

법인의 주택 양도차익 시 추가세율을 20%로 기존의 두 배로 올리고, 올해 6월 18일 이후 8년 장기 임대등록한 주택도 적용한다.

 

개인 종합부동산세와 마찬가지로 조합원입주권, 분양권에 대해서도 양도세 추가세율을 적용한다.

 

< 세법개정 효과 >

 

정부는 이번 세법개정에 따른 세수효과는 5년간 676억원의 증세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된 증세요인은 주식양도소득 과세 확대 1.5조원, 종합부동산세율 인상 0.9조원, 소득세율 인상 0.9조원 등으로 꼽혔다.

 

감세 요인은 증권거래세율 단계적 인하 2.4조원, 투자세액공제 확대 0.5조원, 부가가치세 간이과세 기준금액 대폭 상향 0.5조원 등이다.

 

 

서민과 중산층의 세부담은 1조7688억원 감소하고, 고소득자와 대기업은 1조8760억원 늘어난다.

 

 

기획재정부는 내달 12일까지 이러한 내용의 2020년 세법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8월 25일 국무회의를 거쳐 9월 3일 이전까지 국회에 제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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