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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기업분석] ‘게으른 거인’ 농협생명, 겨울잠에서 깰 것인가

자산규모 빅4 대비 실적 ‘낙제점’…개선 여부 이목집중
빅3 철옹성 여전…기대감 대비 영향력은 ‘찻잔속의 태풍’
‘기획통’ 김인태 대표이사 투입…자본 확충·실적개선 동시 달성 ‘난제’

(조세금융신문=방영석 기자) 농협생명은 2012년 독립법인으로 등장한 이후 총자산 규모에서 수십 년간 생명보험업계를 호령했던 대형 3사 ‘빅3’를 위협할 정도의 잠재력을 과시했다. 특정 저축성보험 판매량을 제한하는 방카슈랑스 25%룰 적용도 유예받으면서 농협생명이 고착화된 3강 체재를 깨고 빅4 시대를 열 수 있을지에 이목이 쏠렸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농협생명은 막대한 자산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저축성보험 ‘원툴’ 성장, 이어진 IFRS17 도입 등 저축성

보험의 퇴조로 초라한 실적 성적표를 받아들고 있다. 2019년 적자 전환의 ‘굴욕’을 겪고 작년 흑자전환에 성공했긴 했으나 앞으로 나아갈 길은 험난하기만 하다. 농협중앙회의 ‘기획통’으로 꼽히는 김인태 대표이사가 구원투수로 농협생명의 위상을 변화시킬 수 있을지에 생보업계의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화려한 데뷔’ 9년차…무너지지 않은 ‘빅3’ 아성

 

농협생명은 2012년 독립법인으로 출범한 이후 농협금융지주 및 농협중앙회를 배경으로 막대한 자산을 확보, 생보업계의 시장 판도를 뒤흔들 ‘게임 체인저’로 꼽혔다.

 

농협생명의 총자산은 현재 64조 9210억원이다. 업계 ‘빅3’인 삼성생명과 교보생명, 한화생명에 이어 근소한 차이로 4위사 자리를 차지할 정도로 잠재력이 컸던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화려한 데뷔 9년차를 맞이한 농협생명의 현 입지는 당초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자산은 많지만 저축성보험이라는 특정 상품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았고 상품 포트폴리오 재구축에 따른 재무건전성 회복을 위해 적극적인 시장 공략에 나서지 못한 결과다. 이는 기업의 총자산에서 당기순이익 증가를 가늠하는 지표인 ROA로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농협생명의 ROA는 작년 3분기 기준 0.15%에 불과했다. 추격 대상이라 평가했던 삼성생명(0.35%), 교보생명(0.56%), 한화생명(0.26%) 등 빅3에 모두 뒤처진 것은 물론 생보업계 평균 ROA인 0.45의 3분의 1에 불과한 수치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 역시 1.1%를 기록, 업계 평균인 3.23%에 크게 뒤떨어진 성적표를 받아든 상태.

이는 쉽게 이야기해 농협생명이 가진 ‘실탄’은 많으나 자산규모에 비해 극히 미비한 순이익을 거둬들였다는 것으로 수익성이 경쟁사 대비 매우 떨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농협생명의 실적은 2015년 1573억원 순이익을 기록한 후 2016년 1545억원, 2017년 855억원으로 계속 줄어들다 2018년에는 1183억원 손실을 내면서 적자 전환하는 ‘굴욕’까지 겪었다. 매출 감소에 더해 해외 채권투자부문 손실과 환변동 위험 회피(환헤지) 비용 증가 등의 악재가 겹친 결과였다.

 

‘기획통’ 김인태 대표이사…자본확충과 실적개선을 동시에?

 

자연스레 생보업계의 관심은 농협생명이 이같은 상황을 뒤집을 수 있을지에 쏠려있다. 그 중심에는 올해부터 농협생명을 새롭게 이끌어 나갈 김인태 대표이사가 있다.

 

NH농협생명 신임 대표이사에 ‘기획통’ 김인태 현 농협금융지주 경영기획부문장이 투입됐다. 김 대표이사는 저금리 장기화로 인한 경영환경 악화 속에 실적 회복세를 이어가면서 오는 2023년 보험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등에 대비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1962년생인 김 대표이사는 고양종고와 국민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1991년 농협중앙회 입사 이후 농협중앙회 금융기획팀장과 NH농협은행 기획조정팀장, 인사부장, 종합기획부장, 마케팅부문장, 농협금융 경영기획부문장 등을 거친 농협중앙회의 대표적인 ‘기획통’으로 꼽힌다.

 

대표이사로 첫 달을 맞이한 김 대표가 풀어 나가야할 과제는 농협생명의 실적회복세를 이어가면서 IFRS17 도입 등 각종 제도 변화에 대비하는 것이다.

 

중앙회의 지원이 없다면 필연적으로 ‘긴축’이 필요한 자본 확충과 ‘실탄’ 사용이 불가피한 실적 개선을 동시에 이뤄야 하는 난제를 안은 셈이다. 김 대표에게 고무적인 사실은 농협생명이 긴 부진을 딛고 최근 실적 회복세에 접어들었다는 점이다.

 

농협생명은 지난 2018년 해외채권투자부문 손실과 환변동 위험 회피(환헤지) 비용 증가 등으로 연결 재무제표 기준 118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이후 점차 실적을 회복하고 있다. 재작년 당기순이익은 401억원으로 적자 전환 1년만에 흑자로 돌아섰으며, 작년 1~3분기(1~9월) 당기순이익은 643억원으로 전년 동기 247억원에 비해 396억원(160.3%) 증가한 상태다.

 

다만 이 같은 실적 개선세에도 불구 농협생명의 자산규모 대비 순이익이 지나치게 적다는 점은 여전히 김 대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재무건전성을 위해 시장 영향력을 섣불리 확대할 수도 없다는 것은 덤이다. 실제로 농협생명은 오는 2023년 IFRS17 시행을 앞두고 회계·결산시스템 구축과 함께 대규모 자본 확충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상황이다.

 

IFRS17은 보험부채를 기존의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새 국제회계기준이다. 생보사들은 자본 변동성 확대 등 위험요인을 반영한 신(新)지급여력제도(K-ICS) 도입에 대비, 수년간 저축성보험 판매를 줄이고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등 자본 확충에 안간힘을 쓴 상태다.

 

농협생명의 지난해 9월 말 현재 위험기준 지급여력(RBC)비율은 314.9%로 재작년 12월 말 192.4%에 비해 122.5%포인트 상승한 상태다.

 

농협생명 역시 믿을 구석은 중앙회 뿐이었다. 작년 8월 최대주주인 농협금융의 참여로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한 만큼 당장 급한 불은 껐지만, 업황 악화 여부에 따라 이는 언제든 뒤집힐 수 있다.

 

농협생명을 키운 저축성보험…빈자리 채우기 ‘관건’

 

결국 농협생명의 최대 과제는 초창기 농협생명 성장을 견인했던 ‘저축성보험’의 공백을 얼마나 빠른 시일 내 복구할 수 있을지에 달려있다.

 

농협생명은 출범 이후 계열사인 농협은행 등을 통해 저축성보험을 적극적으로 판매했다. 특정 보험사의 상품을 25% 이상 판매할 수 없는 ‘방카슈랑스 25%룰’ 유예에 따른 급격한 성장세였다. 그러나 부채의 시가평가를 골자로 하는 IFRS17 도입이 진행되면서 이 같은 농협생명의 저축성보험 ‘올인’ 구조는 부메랑이 되어 실적부진을 이끌었다.

 

IFRS17 및 이에 따른 감독 규정인 K-ICS 환경에서 저축성보험은 매출이 아닌 부채로 평가된다. 팔면 팔수록 보험사의 재무 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저금리로 인한 역마진 문제도 시간이 지날수록 커졌던 것. 자연스레 농협생명 역시 타 생보사들과 마찬가지로 저축성보험 판매량을 의도적으로 줄이고 이를 보장성보험 판매로 보전하려 했다.

 

그러나 비율 측면에서 보장성보험 판매량을 늘렸다고 해서 실적까지 회복된 것은 아니었다. 저축성보험 비중이 지나치게 컸던 것이 문제였던 셈이다. 실제로 수년전만 해도 농협생명의 보장성 보험판매 비중의 전체의 10%대에 불과했다.

 

그러나 판매 전략을 대폭 수정하며, 2014년 말 52.8%였던 보장성 보험 신계약 비중은 2015년 64.8%, 2016년 70.3%, 2017년 79.8%로 단계적으로 확대됐다. 2018년 84.1%를 기록한 이후, 재작년 말엔 88.3%, 작년 3분기 기준 92%까지 늘어났다.

 

이는 같은 시기 농협생명의 실적이 꾸준히 줄어들면서 적자 전환까지 몰렸다는 점과 연관 지어 볼 때 농협생명의 보장성보험 판매량이 과거 저축성보험의 매출을 좀처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농협생명은 2018년 적자 전환 이후 재작년 400억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한 데 이어 올해에는 9월까지 당기순이익을 643억원까지 끌어올리며 우선 급한 불을 껐다. 그러나 이 같은 순이익 규모는 여전히 업계 10위권 수준으로 자산규모 대비 미미하다는 평가를 피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향후 농협생명의 실적 개선세가 유지는 물론 확대될 수 있을지에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저축성보험의 판매량 감소에 따른 전체 실적 하락 문제는 비단 농협생명만의 문제는 아니었으나 판매 비중이 90%를 넘어서던 농협생명은 타사 대비 보장성보험으로의 판매상품 라인업 전환도 늦었고 실적하락 회복 역시 더디게 진행되고 있었다”면서 “대규모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잠재력’을 살리기 위해선 결국 재무건전성을 유지하면서도 유의미한 시장점유율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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