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가 가장 빠른 때다’라는 격언도 있지만 애석하게도 이 말이 통하지 않는 분야가 있다. 아이들의 성장을 좌우하는 성조숙증 치료도 그 중 하나다.
성조숙증이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분비 시기가 비정상적으로 앞당겨지며 2차 성징이 지나치게 일찍 나타나는 질환을 의미한다. 여아 만 8세 이전, 남아 만 9세 이전에 2차 성징이 나타난다면 이를 성조숙증으로 볼 수 있다.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여아의 가슴에 멍울이 잡히거나 냉이 나오고 음모가 자라는 것을 들 수 있다. 남아라면 머리에서 냄새가 나거나 고환의 크기가 커지는 등 뚜렷한 신체적인 변화가 생긴다. 또한 사춘기가 너무나 일찍 시작된 탓에 성장판도 그만큼 일찍 닫히게 되고 성장이 빠르게 마무리 된다. 키가 클 시간이 충분하지 못한 탓에 아이의 최종 키가 본래 커야 하는 키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최근 성조숙증으로 치료를 받는 환아들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어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2018년 이후로는 매년 10만명이 넘어가고 있기 때문에 이제는 성장기 아이라면 그 누구도 성조숙증에서 안전할 수 없다고 봐야 한다.
성조숙증의 원인으로는 유전이나 환경호르몬, 미세먼지 등 다양한 요인이 꼽힌다. 소아비만 또한 성조숙증을 부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체중이 증가하면 체내의 지방 세포가 불필요하게 많아지면서 렙틴, 아디포카인이라는 호르몬이 활발하게 분비되어 내분비계가 교란될 수 있다. 요즘처럼 야외 활동이 어려운 시기, 아이들의 체중을 적정수준으로 관리해주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성조숙증을 조기에 발견해 치료 시기만 놓치지 않는다면 충분히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아이라면 이를 전후해 매년 2~3회의 정기적인 성조숙증 검사를 받는 편이 바람직하다. 특히 또래보다 키가 지나치게 작은 아이라면 성장판 검사를 병행하여 충분히 성장할 수 있도록 대비해야 한다.
아이의 상태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성조숙증 치료는 정확한 진단을 바탕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성장호르몬 주사를 통해 최대한 키가 성장할 수 있도록 촉진하는 한편 사춘기의 변화를 최대한 지연시키는 방향으로 치료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이 밖에도 약물치료나 생활습관 개선 등 다양한 방법을 병행하며 성장판이 닫히기 전 아이가 본래 자라야 할 키만큼 자랄 수 있도록 돕는다.
성조숙증을 겪는 아이들은 또래와는 다른 외관과 성장속도로 인해 교우 관계에도 문제를 겪는 경우가 많다. 아이의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해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소아청소년과를 방문하여 제대로 진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글: 아산 모종튼튼아이소아청소년과 성재진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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