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양학섭 편집국장) 지난해 코로나19 여파와 집값 상승으로 전 국민이 몸살을 앓는 상황에서도 역대 최대실적으로 호화 성과급 잔치를 벌인 기업은 역시 돈장사가 본업인 은행들 이었다.
장사를 잘했으면 수고한 직원들과 주주들에게 두둑한 성과급과 배당을 하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은행이 정부의 대출 억제 정책에 편승해 과도한 예대마진으로 돈을 벌어 호화 잔치를 벌였다면 결코 고통 받는 서민들의 눈엔 곱게 보일리 없다.
지난해 KB국민·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의 당기순이익이 전년(2020년)보다 35% 늘어난 14조 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도 전년대비 30%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이는 역대 최대치 기록이다. 이처럼 4대 금융지주가 전례 없는 실적을 낼 수 있었던 건 코로나19의 영향이 크다. 코로나19 속에 정부가 천정부지로 오른 집값을 잡기 위해 강력한 대출 규제책을 내놨는데, 여기에 기준금리 인상이 맞물리면서 예대마진이 커진 결과다.
결국 은행들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상승에 대출금리는 빠르게 인상하고, 예금금리는 소극적으로 올리면서 예대마진 폭을 확대했기 때문이다. 올해도 대외환경이 녹록치 않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은 시기만 남겨놨을 뿐 기정사실로 받아들여 할 상황이다. 따라서 올해 금융기관들의 예대마진 확대는 불보듯 뻔하다.
지난해 4대 금융지주가 벌어들인 이자이익은 약 34조 7000억원으로 전년(30조 3000억원)보다 14.5%나 늘어났다. KB금융은 2020년 9조 7000억원에서 11조 2000억원으로 이자이익이 15.5% 늘어났으며, 신한금융(9조 1000억원, 11%), 하나금융(7조 4000억원 15.5%), 우리금융(7조원, 16.5%) 모두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다.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이미 6%대를 목전에 두고 있다. 이에 따라 서민들의 이자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분석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1% 오를 경우, 가계의 이자부담은 12조 5000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의 수수료 장사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은행에서 빌린 돈을 미리 갚을 경우에도 중도상환 수수를 내야 한다. 중도상환 수수료는 대출받은 고객이 도망가지 못하게 하는 족쇄 장치다. 현재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중도상환 수수료는 원금의 최대 1.4%다.
금융당국은 시중은행의 성과급 잔치에 직접 관여하기보다는, 금리는 시장의 자율이라며 대출금리가 합리적으로 산정됐는지 등을 모니터링하는 것이 당국의 역할이기 때문에 예의주시하겠다는 입장만 내놓고 있다.
정치권도 시중은행의 예대금리차 폭리를 막기 위한 공식적인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실제 송언석 의원은 최근 예대금리차 공시 의무화와 금융위원회 개선권고 등의 내용을 담은 ‘은행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은행이 예금금리와 대출금리 및 그 차이(예대금리차)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정기적으로 공시해야 한다는 내용 등의 신설항목을 담고 있다.
일반적으로 예대금리는 금융사가 시장 상황을 고려해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되어있다. 현재 은행들은 예대금리 차이를 모두 공시하고, 매번 실적 발표 때마다 수익성을 나타내는 순이자마진(NIM)도 공개하고 있다.
일각에선 정치권의 과도한 시장 개입이 자율성 침해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은행은 규제산업이기 때문에 금융당국과 정치권의 관여는 예대금리 폭리를 막고 급증한 가계부채를 연착륙 시키는데 큰 힘이 될 것이다.
은행들은 언제까지 꿀단지 예대마진과 수수료 수익에만 목을 매고 있을 것인가! 하루라도 빨리 사업다각화를 통해 편중된 수익구조를 개선하여 ‘방안퉁수’에서 벗어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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