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윤석열 인수위가 지난달 31일 발표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세율 1년간 한시 배제 조치를 11일 정부가 공식 거부 입장을 밝혔다.
인수위가 정부와 충분한 조율없이 ‘선 발표 후 전달’ 식의 하달 방식이 마찰을 일으켰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기획재정부는 11일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인수위가 발표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한시 배제’ 방침과 관련 “새 정부 출범 직후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인수위는 지난달 31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조치를 이달 내 시행령을 고쳐 시행하겠다고 못 박았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조치는 대선 전 민주당-국민의힘 양당 후보가 모두 공약한 사안이다.
윤석열 정부 취임이 얼마 안 남은 만큼 정부의 거부 효과는 그리 길 지 않으며, 정부도 양당 공약 사안이란 것을 안다.
그럼에도 거부 의사를 표명한 것은 인수위가 충분한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정책을 발표하고, 이를 시행할 것을 ‘현 정부’에 요구했기 때문이다.
인수위는 정부 출범 전 정책을 변경할 어떠한 권한도 없다.
인수위가 출범 전 시행하려면 시행 권한을 갖고 있는 현 정부와 반드시 협의를 거쳐야 한다.
부동산 정책은 다른 정책보다 시장의 반응이 매우 예민하고, 때문에 하나를 바꾸더라도 관련 정책들과의 영향을 살펴 조정‧조율하는 것이 중요하다.
문재인 정부도 시장에 자극을 주지 못하다가 마지막에 다주택자 종부세 쪽 숫자를 잘못 조정해 과도하게 세금 부담이 올랐다.
그런데 인수위는 임대차 3법 폐지, 취득세 인하 등 여러 부동산 정책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검토없이 다주택자 중과라는 중대한 사항을 선 발표부터 하고 ‘해 줘’라고 요구하는 것을 들어줄 수가 없었다는 것이 정부 측의 의사다.
특히 인수위는 인수위가 추진 중인 여러 부동산 정책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배제간 영향 분석조차 충분히 정부에 전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조치는 누구에게 어떤 평가를 받든 국회 다수의 의결을 받아 세율을 바꾸었고, 다주택자 중과를 요구한 국민들도 상당수 있다.
인수위가 정권 바뀌었으니 일방적으로 시행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것은 국민 신뢰 측면에서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용산 이전처럼 인수위 불통이 문제라는 의견이다.
우려되는 것은 기재부 실무자들이다.
정권 기조야 정부에 따라 바뀔 수 있지만, 실무자들은 그 기조에 맞춰 일을 했을 뿐 다른 의도가 없다.
문재인 정부도 출범 당시 이전 정부에서 잘못된 조치를 내렸어도 실무자로서 상관의 지시에 따라 충실히 이행한 것이라면 인사상 불이익을 주지 않았다.
그런데 새 정부가 공범으로 보아 실무자까지 의심의 눈초리를 댄다면 가혹하다는 평가가 나올 수 있다.
비록 새 정부가 실무자들에까지 비판한 적은 전혀 없고,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온건한 성품의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을 내정하긴 했지만, 인수위의 행보가 워낙 일방적인 만큼 관가에서 우려가 잦아들지 않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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