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1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자질 검증을 받았다.
이 후보자는 여러 굵직한 경제 현안 중 ‘대출규제’와 ‘통화정책’을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특히 통화정책 관련해선 금리 인상 기조가 대중들에게 다소 인기가 없더라도 인상 시그널을 유지하겠다며 소신 발언을 전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때 이 후보자가 적합한 대출규제와 통화정책을 통해 궁극적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는 무엇일까. 바로 ‘물가 잡기’로 해석된다.
◇ 물가잡기?…단‧장기 전략 요구돼
이 후보자는 이날 인사청문회에서 물가 상승 국면이 최소 1~2년 지속될 것으로 관측하면서 “금리 인상이 인기가 없더라도 물가 상승에 대한 심리가 올라가고 있어 인상 시그널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성장 모멘텀이 훼손되지 않도록 유의하면서도, 물가안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적절한 속도로 조정하고 이를 통해 가계부채 연착륙 등 금융안정을 도모하겠다”고 부연했다.
이 후보자의 발언은 한은 금통위가 지난 14일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하며 밝혔던 이유와 결이 같다. 당시 주상영 한은 금통위 의장 직무대행은 올해 물가가 연간으로 4% 또는 이에 근접한 수준으로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기준금리 인상을 통해 물가 잡기에 나선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다만 이 후보자가 단기적인 측면에선 고물가에 대응하면서도, 장기적인 측면으로 성장률도 함께 관측하겠다고 언급한 것은 한은의 설명과 비교해 한 발 나아간 접근이다. 물가 잡기 측면에서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하겠지만, 속도는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시사한 것이다.
또 이 총재는 고물가 대응 전략에 대해 “단기적으론 인플레이션과 싸워야 하지만 장기적으론 고령화와 저성장으로 가지 않도록 구조적인 노력도 함께 해야 해서 양쪽 면을 다 살펴보는 복잡한 상황에 있다”며 거시적인 접근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대출규제 일시 완화 부담…범정부 TF 필요
지난해부터 금융권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한 가계부채 문제에 관해 이 후보자는 어떤 시각일까.
앞서 현 정부와 금융당국은 대출규제 강화를 통해 가계부채를 축소하려는 노력을 펼쳐왔고, 반대로 새 정부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대출규제 완화를 시사한 상태다.
이 후보자의 경우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통화정책과 DSR 규제 등 거시건전성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해왔다. 이에 향후 한은의 통화정책 긴축 방향성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정책 기조와 달라 ‘정책 엇박자’가 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 이 후보자는 “LTV 완화 정책은 우선적으로 생애 첫 주택을 구입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정하기 때문에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나머지 대출규제(완화)는 부동산과 관련된 만큼 점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바람직하다. 모든 대출 규제를 한꺼번에 완화하게 되면 물가와 거시경제 정책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새 정부의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집행이 단기적으로 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추경은 소상공인 자영업자를 지원하는 미시적인 정책이기 때문에 불가피한 선별적 보상이라고 생각한다. 추경 수준이 얼마가 될지는 듣지 못했으므로 그것을 보고 판단해야 하는데 만약 총량이 커 거시적으로 물가에 영향을 주면 당연히 당국과 얘기를 해 물가에 대한 것을 어떻게 조정할지 한은도 관여를 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자는 또 가계부채 문제가 금리인상만으로 해결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진단하며, 범정부 차원의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계부채 문제를 금리를 통해서만 시그널을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범정부 TF를 만들어 구조적인 면, 재정적인 면, 종합적인 솔루션이 만들어져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 후보자는 총재 임명 후 포부도 밝혔다. 그는 “경제여건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이라는 한국은행 본연의 책무를 충실히 이행할 것”이라며 “성장 모멘텀이 훼손되지 않도록 유의하면서 동시에 물가안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적절한 속도로 조정하고, 이를 통해 가계부채 연착륙 등 금융안정을 도모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와는 건강한 긴장 관계를 유지하면서, 경제정책 전반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서로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소통하고 조율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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