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박청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을 한국은행 총재 후보로 지명하면서, 그의 취임 후 한은 통화정책 변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이 후보가 수장을 맡아도 물가와 가계부채 등 금융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리려는 한은과 금융통화위원회의 정책 기조는 당분간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우선 이 후보가 최근 공개적으로 한국의 통화정책에 대해 직접 언급한 부분은 거의 없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그의 성향이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인지, 비둘기파적(통화 완화 선호)인지를 놓고 의견만 분분한 상황이다.
금융계 관계자는 "뚜렷하게 통화정책 측면서 어느 쪽에 가깝다고 말하기 어려운 인물"이라며 "향후 공개될 취임 소감 등에서 유추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할 정도다. 다만 간접적으로 최근 발언 등으로 미뤄 이 후보도 현재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나 물가 상황이 심각하다는데 공감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는 올해 1월 한 신년 경제전망 세미나에서 "한국은 경기 회복세가 안정되지 못한 상황에서 인플레이션이 중앙은행 목표치를 상회한다"며 "물가안정, 경기회복, 자산 가격 조정 연착륙 등 상이한 목표를 조율하려면 통화와 재정정책의 섬세한 공조가 절실한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달 한 언론 인터뷰에서는 "힘들더라도 우리나라도 금리 인상을 통해 부채비율을 조정해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며 "유동성 파티는 당장 성장률이 높아 보이게 할 수 있지만, 나중에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다만 이 후보가 고령화 등 한국의 구조적 성장 잠재력 약화, 일본 같은 장기 경기 침체 가능성 등을 자주 거론한 만큼, 경기를 고려해 지나치게 기준금리를 빨리, 큰 폭으로 올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SK증권은 최근 채권전략 보고서에서 "이 국장이 총재로 부임할 경우, 채권시장에선 상대적 강세 재료로 판단할 가능성이 크다"며 "선진국형 구조로 빠르게 접근하는 한국 경제 특성상, 고령화에 따른 민간 경제의 역동성 저하를 우려하는 그의 판단이 기준금리 인상의 상단을 견고하게 만들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도 "이 후보가 최근 블룸버그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이 하반기 피크(정점)에 이를 것이라고 언급했고, 구조적으로도 한국이 인구 고령화에 따른 저성장을 극복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한은의 매파적 기조가 좀 누그러지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은에 따르면 이 후보는 오는 29일 미국 워싱턴에서 출발해 30일 오후 귀국할 예정인 가운데, 한은은 인사청문회에 대비해 조만간 태스크포스(TF)도 구성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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