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이정욱 기자) 내년부터 재건축 여부를 판단하는 구조안전과 주거환경 등의 평가 기준이 낮아진다.
구조안전성 점수의 비중이 전체의 50%에서 30%로 줄어들고, 주차공간 부족·층간소음 등으로 주거환경이 나쁘거나 배관 설비가 낡은 아파트의 재건축 가능성이 커진다.
또 '조건부 재건축' 판정 대상을 축소하고 공공기관의 적정성 검토(2차 안전진단)를 지자체가 필요한 경우만 하도록 제한해 그간 안전진단 단계에서 발목 잡혔던 30년 이상 노후 아파트 단지들의 재건축 사업이 활성화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재건축 안전진단 합리화 방안’을 8일 발표했다.
국토부는 그동안 까다로운 평가 기준으로 인해 안전진단 통과 단지가 급격히 줄면서 도심 내 양질의 주택공급 기반이 위축되고 주거환경도 악화함에 따라 지자체·전문가 의견 수렴을 거쳐 이번 안전진단 개선 방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개선안에 따르면 앞서 안전진단 통과의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했던 평가항목의 구조안전성 비중을 50%에서 30%로 낮추고, 주거환경 점수 비중은 현행 15%에서 30%로, 설비노후도의 비중은 현행 25%에서 30%로 각각 높인다.
주거환경 항목은 주차대수, 생활환경, 일조환경, 층간소음, 에너지효율성 등을 평가하고 있고, 설비노후도는 난방, 급수, 배수 등 기계설비, 전기소방설비 등을 평가하는 것이다.
정부는 주거환경, 설비노후도 평가 비중이 확대돼 주거수준 향상, 주민불편 해소와 관련된 요구가 평가에 크게 반영될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지난 8·16대책에서 지자체가 구조안전성 등의 배점을 ±5~10%포인트(p)까지 조정할 수 있도록 한 지자체 재량권은 도입하지 않기로 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조치가 부동산시장의 연착륙에 미치는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볼 수 있다”라며 “미국의 기준금리는 어디까지 오를지 예상할 수 없다는 불확실성 등 외부요인의 영향을 국내의 정책변화로 상쇄하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건축을 추진하던 기존 단지들, 즉 안전진단을 시행하려던 아파트 단지들에게는 호재다”라며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이지만 가격급등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공공기관의 적정성 검토를 받도록 한 '조건부 재건축'의 범위는 축소되고, '재건축' 허용 대상은 확대된다.
현재 안전진단은 구조안전·주거환경 등 4개 평가 항목별로 점수비중을 적용해 합산한 총 점수에 따라 30점 이하는 '재건축', 30∼55점 이하는 '조건부 재건축', 55점 초과는 '유지보수'로 판정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민간이 진행하는 1차 안전진단에서 대부분 조건부 재건축 판정이 내려진 뒤, 2차 안전진단으로 불리는 공공기관 적정성 검토에서 최종 재건축 불허 판정을 받는 경우가 많아 사업 추진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정부는 이에 따라 내년부터 조건부 재건축 판정 점수는 45∼55점으로 범위를 축소하고, 재건축 판정 점수를 종전 30점에서 45점으로 완화해 45점 이하는 즉시 재건축이 가능하도록 기준을 조정할 방침이다.
공공기관의 적정성 검토 역시 일률적인 제도 적용으로 큰 비용이 투입되고 안전진단이 장기화한다는 비판에 따라 원칙적으로 적정성 검토를 거치지 않도록 하되, 중대한 오류 발견 시 지자체의 요청이 있을 때만 예외적으로 시행하도록 했다.
또 조건부 재건축 판정 단지에 적용되는 재건축 시기조정 방안은 정비구역 지정 시기를 1년 단위로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시기조정 방법과 절차를 구체화하기로 했다.
이번 개선안은 현재 안전진단을 수행중이거나 공공기관 적정성 검토를 마치지 못한 단지에도 모두 적용된다. 안전진단을 추진중인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2만4000여가구를 비롯해 노원·강동·송파·영등포구 등지의 30년 이상 노후 아파트가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부는 개선안이 시행되면 유지보수 판정 단지가 대폭 줄고, 안전진단 신청 단지의 20%가 재건축 판정을, 절반 이상이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받아 재건축 추진이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권혁진 국토교통부 주택토지실장은 "이번 개선방안은 그간 과도하게 강화된 기준으로 인해 재건축의 첫 관문도 통과가 어려웠던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기준을 합리화한 것"이라며 "앞으로 도심 주택공급 기반을 확충하고, 국민의 주거여건을 개선하는 데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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