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이보우 교수) 지난 5일 유럽중앙은행(ECB)이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하기로 했다. 역사적으로 처음 하는 ‘실험’이다. 은행에 돈을 맡기면 크던 작던 이자가 나온다. 이런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었다. 예금을 하면서 수수료를 내느니, 그 돈을 기업이나 개인에게 꾸어주어 투자나 소비를 늘리게 하라는 소리다.
이는 예상보다 지지부진한 유로 존의 경제를 일으키겠다는 목적에서다. 실제 유로 존의 물가상승률이 전달에 비하여 0.2% 포인트나 더 낮아진 0.5%이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디플레이션, 경기의 침체가 이어질지 모른다는 우려에서다.
미국도 제로금리 수준을 유지하면서 2009년 이래로 국채를 사들이고 있다. 시중에 3조 달러가 넘는 돈을 푸는 양적 완화(Quantity Easing)가 진행 중이며, 이웃 일본도 2년 넘게 70조 엔을 출어 엔화약세 기조를 유지하려 안간힘이다. 이들 모두가 어려운 경제여건을 감안하여 이제까지 없었거나 극히 이례적인 조치를 내놓고 있다.
한국은 1년 반을 넘게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1%대를 오가지만 환율 하락이 가팔라지고 있다. 기준금리는 지난 해 3월부터 1년이 넘도록 2.5%를 유지하고 있다. 느긋한 모습이다. 금융감독원이 금융기관의 민원에 대하여 전에 없는 실험을 시작했다. 민원평가를 하여 이를 영업점에 붉은 글씨로 게시하도록 한 것이다. 소비자의 권익을 옹호하고 보호한다는 취지에서 도입하였다 한다.
민원 평가결과는 감독원 및 해당 금융협회의 사이트에 일차로 공시한다. 거기서 덧붙여 금융회사의 점포에서 눈에 잘 띄는 장소를 택하여 그 결과를 붉은 글씨로 다시 게시한다. 고객들이 눈 여겨 보고 거래에 참고하라는 뜻일 게다.
잘못은 질책 받아 마땅하다. 그렇다 하여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는 방식은 반드시 온당하지는 않다.
그것이 당사자에게 ‘반성’의 기회가 되기도 전에 영업 전반에 영향을 주는 경우는 더욱 그렇다. 공개 게시물은 신용을 뿌리부터 흔들 소지가 있다. 앞으로 잘 하라는 는 경고의 의미보다는 이 금융회사는 기피하여야 한다는 ‘붉은 딱지’가 될 가능성이 더 짙다.
이 ‘평가 게시제도’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법적인 근거가 분명하지 않다는 데 있다. 행정지도로 진행되고 있지만 이렇게 심대한 일을 그렇게 창구지도만으로는 부족하다. 절차의 적법성에서도 멀다. 징계나 경고가 불가피하더라도 그 방식은 온당하여야 한다. 형벌을 받은 사람에게 주홍글씨(scarlet letter)가 달린 목걸이를 걸고 생활하라는 명령과 다름 아니다.
처벌위주의 감독이란 비판과 함께 주로 카드사를 대상으로 한다는 형평성 논란도 크다. 민원평가 게시는 전에 없던 ‘역사적인’ 실험일지 모르지만 절차는 소홀하고, 방식이 옳지 않다. 적폐를 더 쌓기 전에 개선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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