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세금융신문=김사선 기자) 수조원에 달하는 혈세를 투입하고도 경영개선에 실패한 STX조선해양이 결국 법정관리에 들어간다.
STX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채권단은 25일 여의도 본점에서 실무자회의를 열고 "추가자금을 지원하면서 자율협약을 지속할 경제적 명분과 실익이 없으며, 회사도 회생절차 신청이 불가피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산은은 “외부전문기관의 진단 결과 유동성 부족이 심화되어 5월말에 부도 발생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이달 말까지 채권단 협의회의 논의를 거쳐 자율협약 종료 후 법정관리로 전환하는 방안을 확정하겠다”고 말했다.
산은은 STX는 잔여 선박을 정상 건조하여 인도금을 수취하더라도 오는 2017년까지 수주 선박 건조 에 7000억원~1조2000억원의 추가자금이 필요하고 대규모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신규 수주가 없고 급격하게 건조 물량이 감소할 경우 부족자금 규모 확대는 물론 정상 건조가 불가능한 상황도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해외 선주사가 손해배상 청구 관련 가압류 및 국내 집행을 추진함에 따라 공정 중단 가능성이 높은데다 회사의 자금 사정을 고려할 때 5월말에 도래하는 결제자금의 정상 결제가 곤란한 상황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산업은행은 “조선사로서의 계속기업 유지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최대 1조2000억원에 달하는 부족자금을 추가 지원할 경제적 명분과 실익이 없고, 부족자금을 지원할 경우 채권단의 익스포저가 크게 증가할 뿐만 아니라 상환 가능성이 사실상 없다고 판단했다”며 “생존기반 모색을 위해 회생절차(법정관리)로 전환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산은 관계자는 "모든 채권자의 형평성 있는 채무재조정 뿐만 아니라 해외 선주사의 손해배상채권 등 우발채무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회생절차를 통한 법적 대응이 필요하다"면서 "회생절차를 통한 과감한 인적, 물적 구조조정이 있어야만 원가 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최소한의 생존 여건 확보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STX조선은 업황이 장기 부진에 빠지던 상황에서 무리하게 저가 수주에 나선 여파로 재무여건이 악화돼 2013년 4월 자율협약에 들어갔다.
채권단은 공동관리 이후 38개월 동안 4조원 이상을 쏟아부었지만, STX조선은 2013년 1조5천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도 1천820억원의 손실을 냈다.
산은은 이달 말까지 채권단 협의회의 논의를 거쳐 자율협약 종료 후 법정관리로 전환하는 방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STX조선해양을 비롯한 STX관계사의 동반 회생절차시 국내은행의 추가 손실은 2조원에 달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익스포저가 큰 산은, 수은, 농협 등 3개 은행의 손실 규모가 크며, 시중은행(우리, 신한, KEB하나 등)의 추가 손실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자율협약 상태에 있던 STX조선이 법정관리로 전환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금융권의 손실은 눈덩이처럼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 따르면 STX에 대한 은행권의 위험노출액(익스포저)은 5조5천억원에 달한다.. 이는 주로 대출과 선수금환급보증(RG)으로 이뤄졌다.
RG는 조선사가 선주로부터 선박 건조계약을 따낼 때 맺는 계약으로, 선박 건조에 문제가 생기면 금융회사에서 선수금을 대신 물어주겠다는 보증계약이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RG를 포함해 3조원으로 가장 많고, 농협은행이 1조3천200억원, 수출입은행이 1조2천200억원 순이다.
이들 은행은 STX에 대한 여신과 RG를 '고정'으로 분류해 절반 정도의 충당금을 쌓은 상황이다.
산업은행은 1조5천억원 가량, 수출입은행도 6천억원 가량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은행은 4월 말을 기준으로 6천700억원 정도를 쌓았다.
이에 따라 은행권이 추가로 쌓아야 할 충당금은 2조8천억원 수준이다. 특히 해운‧조선 등 대기업 구조조정으로 ‘자본확충’이 시급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2조원 넘는 충당금을 더 쌓아야 해 비상이 걸렸다.
부실채권을 '빅배스'(Big Bath) 등을 통해 대거 정리하겠다고 밝힌 농협은행은 STX와 관련해 앞으로 6천520억원의 충당금을 추가로 적립해야 한다.
한편 주채권은행과 금융당국은 STX조선 법정관리로 약 5000억원 수준에 달하는 미지급금 등 협력업체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긴밀히 협조키로 했다.
주채권은행은 해당 기업의 상황에 따라 맞춤형 금융 지원을 시행할 계획이다.
STX조선해양에 대한 매출의존도가 높아 정상 영업이 어려운 기업은 가능한 워크아웃을 통한 구조조정 추진으로 연쇄 도산을 최소화하고, 일시적으로 자금이 부족한 기업은 주채권은행 주도 하에 신규자금 지원, 만기 연장 및 금리 감면 등 적극 금융지원을 실시하고 채권은행의 공동 지원 필요시 신속히 Fast-Track 프로그램을 가동키로 했다.
금융당국도 조선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관계부처와 협의할 계획이다.
또 일시적 자금부족 기업과 정상영업 지속이 가능한 기업에 대하여 STX조선해양 협력업체라는 이유로 금융거래를 제한하는 행위를 집중 점검하고, ‘금감원 중소기업 금융애로 상담센터’를 통해 협력업체 애로사항 파악 및 해소방안 강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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