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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규・판례] 알뜰한 부부의 금전거래, 국세청 눈에는 증여・상속만 보이나?

— 알뜰히 저축한 돈 남편 지방근무 전세금 보탰다가 돌려받은 걸 사전증여로 본 국세청
— 조세심판원, “돈 돌려받아 곧바로 남편 명의 고금리 계좌로 이체…납세자 해명 인정돼”
— 부부간 금전거래 현실 반영 못한 법령 ‘답답’…이런 법령에 따라 과세해야 하는 국세청

(조세금융신문=이상현 기자)  같은 직장에서 만나 결혼한 사내 커플 출신 부부가 평생 알뜰살뜰 살면서 모은 돈을 관리하면서 부부가 서로 피치 못하게 돈을 주고 받은 사실을 국세청이 사전증여로 봐 상속세를 물렸다가 나중에 바로잡은 조세 불복 사례가 최근 공개됐다.

 

국세청은 사내결혼 직후 직장을 그만두고 자녀교육과 남편 뒷바라지에 전념한 아내가 평생 이래저래 모은 돈을 남편의 지방 근무지 전세자금에 보태려 남편 계좌로 송금했다가 나중에 전세 거주가 필요없게 되고 생애최초 구입한 주택의 부부공동명의를 위해 되돌려 받은 것을 사전증여로 봤는데, 조세행정심판 당국은 사전증여가 아니라고 결론 지웠다.

 

조세심판원은 22일 "아내가 친정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재산과 보험회사로부터 받은 암진단급여, 절약과 재테크로 형성한 재산을 남편 지방근무지 전세금에 보탰다가 나중에 주택 부부공동명의를 반환한 것을 국세청이 사전증여재산으로 봐 상속세에 추가하자 납세자가 불복한 조세심판청구건을 심사한 결과, 사전증여재산으로 볼 수 없다는 결론을 내 과세표준과 세액을 다시 계산하라고 결정(조심 2022중2502, 2022.8.4) 했다”며 이 같이 밝혔다.

 

국세청은 당초 대법원 판례(96누3272, 1997.2.11. 선고)를 인용해 "돈이 아내 계좌로 들어온 이상 해당 돈이 청구인(아내)에게 증여된 것으로 추정되므로 이런 입금이 증여 아닌 다른 목적으로 행해진 것이라면 청구인들이 그것을 입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결혼 직후 직장을 그만 둔 아내가 별다른 소득이 없었는데, 아내돈을 남편 거주 목적 전세보증금으로 보탰다가 돌려받았다는 소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배우자 간의 거래라고 하더라도 증여 추정의 법리를 제외할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쟁점금원은 사전증여재산으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세청은 이런 논리로 지난 2021년7월1일부터 같은해 9월7일까지 아내와 자녀들에 대한 상속세 세무조사를 벌여 전세보증금에 해당하는 쟁점 금액을 고인이 아내에게 사전증여한 재산으로 간주, 상속세 과세가액에 합산해 과세했다.

 

그러나 누구보다 알뜰하게 살아오다가 남편을 잃은 아내는 국세청의 이런 상속세 과세가 야속했다. 부부지간에 돈을 주고 받는 게 평생 상속이나 증여를 의식하며 이뤄지는 것도 아닌데, 망치를 손에 든 국세청 눈에는 못 박을 곳(상속・증여세 과세)만 보이는 건지 화가 나고 국가가 야속하기까지 했다. 아내는 결국 국세청 과세에 불복, 이의신청을 거쳐 지난 2월11일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했다.

 

아내의 소명을 요약하자면 간단하다. 아내는 결혼 당시 월급을 알뜰하게 모은 돈과 친정어머니의 상속재산, 2005년 수술 당시 보험회사로부터 받은 암진단 급여 등 몇 억원의 금융재산을 소유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남편이 지방근무 하게 돼 전셋집을 마련을 위해 전세보증금 중 부족한 2억원 정도를 보탰다. 남편은 이 돈에 회사의 무이자 전세자금대출금, 본인이 갖고 있던 돈 등을 합쳐 전세보증금을 치렀다.

 

그 뒤 2009년 2월 남편은 사망 당시 거주하던 아파트 분양에 당첨된다. 부부가 생애 최초 주택을 분양으로 취득하게 된 것이다. 전세보증금이 필요 없게 된 부부는 모든 금융자산을 다 합치고 모았지만 분양대금에 미치지 못해 은행대출을 받아 간신히 분양대금을 납부했다.

 

남편은 아파트 2차 중도금 납입 후 아내에게 “그동안 당신이 수고한 덕분에 우리가 내집 마련도 했으니, 아파트는 공동명의로 하자”고 했다. 부부는 이에 2009년 8월17일 증여계약서를 작성한 뒤 약 열흘 뒤 권리의무승계를 마쳤다. 이 과정에서 남편이 앞서 부인 계좌로부터 받은 약 2억원을 부인 계좌로 보냈다.

 

저간의 자초지종을 조세심판원에게 털어놓은 아내는 “되돌려받은 전세금을 사전증여재산으로 봐 내게 이 금액 상당 상속세를 더 부과한 국세청의 처분은 분명 잘못이 있다”고 주장했다.

 

심판원의 판단은 대부분 아내측 의견에 부합했다.

 

심판원은 “아내가 남편으로부터 2억원을 되돌려받기 이전인 2009년 아내 계좌로부터 남편 계좌로 비슷한 금액이 이체된 사실이 있다”면서 “2011년 아내 계좌로 입금된 돈은 당초 아내가 남편 계좌로 보낸 돈을 되돌려 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결론을 냈다.

 

심판원은 게다가 “알뜰한 아내는 남편으로부터 되돌려 받은 돈을 즉시 예금이자율이 높은 남편 명의 저축은행 계좌로 입금했다”면서 “부부가 분양받은 주택을 공동명의로 하는 과정에서 아내의 분양대금을 남편이 증여하는 것으로 하는 권리의무승계계약서를 작성한 점도 확인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내가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는 사실만으로 당초 남편에게 송금한 2억원이 아내 돈(재산)이 아니라고 보기 어렵다”면서 “이런 점에서 2011년 남편이 이돈을 아내에게 사전증여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 지웠다.

 

아내가 남편으로부터 전세보증금을 되돌려 받을 당시 ‘상속세 및 증여세법(2020.12.22. 개정전) 제13조에 따르면, 상속개시일 전 10년 이내에 피상속인이 상속인에게 증여한 재산가액은 상속세 과세가액에 포함된다.

 

상속개시일 전 처분재산 등을 상속한 것으로 추정하는 같은 법  제15조에 따르면, 고인이 재산을 처분했거나 빚을 갚아준 것은 상속세 과세가액에 산입된다.

 

구체적으로 고인이 재산을 처분해 받은 금액이나 고인 재산에서 인출한 금액이 상속개시일 전 1년 이내에 재산 종류별로 계산해 2억원 이상, 상속개시일 전 2년 이내에 재산 종류별로 계산하여 5억원 이상인 경우 용도가 객관적으로 명백하지 않으면 같은 법 시행령에 따라 상속세 과세가액에 포함시킨다.

 

 상속세 과세가액에 산입되는 재산 또는 채무의 범위를 정의한 같은 법 시행령 제11조 ②항에서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용도가 객관적으로 명백하지 아니한 경우’를 정의하고 있다.

 

여기에는 ▲거래상대방의 재산상태 등으로 보아 금전 등의 수수사실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 ▲거래상대방이 피상속인의 특수관계인으로서 사회통념상 지출사실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 ▲피상속인이 재산을 처분하거나 채무를 부담하고 받은 금전등으로 취득한 다른 재산이 확인되지 않는 경우 ▲피상속인의 연령·직업·경력·소득 및 재산상태등으로 보아 지출사실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 등이 포함된다.

 

국세청이 이런 법령의 조항을 보고 과세를 한 것인데, 정상적인 부부생활을 한 국세공무원이라면 소득이 없는 배우자도 얼마든지 모아 둔 돈이 있을 수 있고, 부부간에는 재테크를 위해 언제든 돈을 주고 받을 수 있음을 알고 있을 것이다.

내가 맞아 아픈 매라면, 남들이 맞아도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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