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박청하 기자) 대법원이 '집주인이 임차보증금을 돌려주겠다고 속여 오피스텔의 점유권을 세입자에게서 받았더라도 사기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놨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한모 씨의 특정경제범죄법 위반(사기) 혐의를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최근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한씨는 세입자에게 오피스텔 임차보증금 1억2천만원을 돌려줄 수 없는데도 "일단 5천만원을 송금해주고 7천만원은 다음에 송금해주겠다"고 속여 점유권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세입자는 임차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자 짐을 빼고 비밀번호를 바꿨는데 한씨는 "새 임차인이 이사를 오기로 했다"며 보증금 일부를 보내주고 바뀐 비밀번호를 얻어냈다.
1심과 2심은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피해자는 임차목적물인 오피스텔의 반환을 거절해 계속 점유할 권리가 있는데도 피고인의 기망행위에 속아 피고인에게 점유를 이전했기 때문에 사기죄의 재산상 처분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법원은 "피해자가 피고인 말에 속아 나머지 임대차보증금을 반환받지 않고 오피스텔의 점유권을 이전했더라도 사기죄에서 재산상의 이익을 처분했다고 볼 수 없어 사기죄는 성립하지 않는다"며 판단을 뒤집었다.
사기죄는 기본적으로 '타인의 재물과 재산상의 이익'을 속여 갈취하는 범죄다. 이때 특정한 재물을 점유하면서 뒤따르는 사용권과 수익권은 재물과 별개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다.
그런데 오피스텔의 소유권이 한씨에게 있으므로 검찰 공소사실에 따른 범죄 대상은 '자기 재물에 대한 타인의 점유권'이 된다. 따라서 임차보증금을 끝내 돌려주지 않았다면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으나 단지 오피스텔의 점유권을 집주인이 받은 것만으로는 사기죄로 처벌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한씨는 별도의 부동산·사모펀드 투자 사기 범죄로도 함께 기소돼 1·2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대법원이 전체 판결을 파기함에 따라 파기환송심에서 새롭게 형량을 정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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