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안종명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해 25%의 고율 관세를 4일(현지시간)부터 부과한다고 발표함에 따라, 이들 국가에 공장을 둔 한국 기업들이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기아자동차·삼성전자·LG전자·포스코 등 주요 대기업이 피해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관세 조치는 한 달간의 유예 기간을 거쳐 시행된 만큼, 한국 기업들도 대응 전략을 마련해 왔지만 충격을 피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캐나다와 멕시코를 대미 수출 기지로 활용해온 국내 기업들은 관세 부담으로 인해 생산 비용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일부 기업들은 미국으로의 생산기지 이전을 포함한 다양한 대응책을 검토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트럼프 관세 정책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며 통상 대비책 마련에 분주히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은 미국 현지에 자동차 강판을 생산하는 제철소 건설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국의 높은 인건비와 낮은 자동화율, 설비 투자 비용 등은 국내 기업들이 미국 투자를 망설이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주요 대기업의 피해 예상...'삼성 68곳·현대차그룹 28곳'
지난 2월 한국 CXO연구소에 따르면 현재 캐나다와 멕시코에는 삼성(68곳), 현대차그룹(28곳), 한화(14곳), LG·포스코(각 11곳) 등 총 25개 그룹이 201곳의 현지 법인을 운영 중이다. 이들 대기업은 전자, 자동차, 철강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생산 및 판매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삼성은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전자제품과 신재생에너지 관련 사업을 활발히 펼치고 있으며, 현대차그룹은 현대차, 기아, 현대모비스를 통해 완성차 생산과 판매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관세 부과로 인해 배터리, 가전제품, 자동차 등 관련 제품군의 대미 수출 경쟁력이 상당 부분 약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무역협회 보고서..."수출 감소와 경제적 타격 커"
한국무역협회가 지난 2월 발표한 '트럼프 2기 행정부 관세조치에 따른 영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관세 부과로 한국의 총수출은 전년 대비 약 2억2천만달러(약 3211억 원)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대중국, 캐나다, 멕시코에 대한 수출은 각각 6억8천만달러(약 9900억 원), 2억6천만 달러(약 3800억 원), 12억4천만달러(약 1조8천억 원) 줄어들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멕시코의 대미 수출이 전년 대비 20.5% 감소하면서, 한국의 대멕시코 수출도 9.1%가량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멕시코가 미국향 제조업 수출 비중이 높아 중간재 수출 수요 감소가 한국 경제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통상 전쟁에 맞서기 위해 신속한 대응책 마련"
이와 관련해 우리 정부는 미국과의 통상 전쟁에 맞서기 위해 신속히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미국발 자국 우선주의가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며 "대한민국의 생존과 번영을 위한 통합의 힘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최 권한대행은 지난주 베센트 미 재무장관과의 화상 면담을 통해 관세 문제를 논의했으며,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과 만나 조선 및 첨단산업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 양국은 관세 조치와 관련해 실무 협의체를 가동하기로 합의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관세 부과로 인해 한국 기업들이 현지 생산 확대와 시장 다변화 등을 통해 관세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오일선 한국 CXO연구소 소장은 언론을 통해 “캐나다와 멕시코에 생산 제조 공장을 둔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관세 장벽이 높아졌다고 해서 단기간에 미국으로 공장을 이전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현지에서 생산을 늘리거나 다양한 시장을 공략하는 방식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국 기업들은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현지화 전략과 기술 혁신을 통해 대미 수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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