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신경철 기자) 이른 폭염이 전국을 강타하면서 수박과 채소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장마가 끝나자마자 본격적인 더위가 찾아와 수박을 비롯해 상추, 시금치 등 주요 여름 농산물 가격이 크게 올랐다. 정부가 긴급 물가 안정 대책을 내놓았지만, 단기 처방에 불과해 소비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 수박 가격, 1년 전보다 30% 급등…"이상고온에 수요 급증"
9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이날 전국 평균 수박(상품) 1통 소매가격은 2만6209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2만603원)보다 약 27% 높고, 최근 5년 평균(1만9806원)에 비해선 32% 이상 비싼 수준이다.
수박 가격이 크게 오른 이유는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 탓이다. 주요 산지인 충청과 강원 지역은 지난 6월 잦은 강우로 일조량이 부족해 생육이 지연됐다. 여기에 폭염까지 겹쳐 상품성이 높은 수박의 출하량이 줄었다.
반면, 이른 더위로 인해 수박을 찾는 수요는 급증했다. 실제 폭염이 심했던 2018년과 2021년에도 수박 가격은 출하량 증가에도 불구하고 상승하거나 하락 폭이 제한적이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 산지에서 상품 수박 물량 자체가 부족하다"며 "더위가 계속되면 가격이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 상추·시금치·오이까지 줄줄이 상승…채소밭 덮친 무더위
농산물 가격 상승은 수박뿐 아니라 채소류 전반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 특히 상추, 시금치 같은 잎채소와 오이, 풋고추 등 여름철 주요 채소 가격 상승세가 가파르다.
KAMIS에 따르면 청상추 가격은 100g당 1190원으로, 전월 대비 29.3% 상승했다. 시금치는 100g당 1279원으로 한 달 만에 무려 80% 넘게 폭등했다. 오이(취청) 10개 가격은 1만1781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5.6% 올랐고, 풋고추는 100g당 1410원으로 평년 대비 18% 이상 높은 수준이다.
채소 가격 급등의 주된 원인은 고온으로 인한 작황 악화 때문이다. 상추와 시금치는 강한 햇빛과 높은 기온에 잎이 얇아지며 상품성이 떨어져 출하량이 급감했다. 오이와 풋고추도 고온 스트레스로 착과율(열매 맺힘 비율)이 낮아져 수확량이 줄었다. 결국 출하량 감소가 소비자 가격 상승으로 직결되고 있다.
◆ 닭고기 가격도 비상…초복 앞두고 수요 증가
폭염 여파는 닭고기 가격도 흔들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의 농업관측 7월호에 따르면 이달 육계 산지가격은 kg당 약 2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1563원)보다 27.9% 높은 수준이다.
올해 초 브라질산 닭고기 수입이 일시 중단되는 등 공급 불안 요인이 있던 상황에서 최근 기록적 폭염으로 닭 폐사가 늘어나 공급 차질이 심화되고 있다. 초복을 앞두고 닭고기 소비까지 늘어나고 있어 가격 하락은 기대하기 어렵다.
정부도 물가 안정을 위해 긴급 대응에 나섰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배추 등 주요 농산물 비축 물량을 지난해의 두 배 이상인 약 3만6000톤으로 확대하고, 유통업체와 할인 행사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단기적인 대응만으론 한계가 있다"며 "이상기후에 대비한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생산 안정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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