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신경철 기자) 제주 삼다수 유통사 입찰을 둘러싸고 공정성 논란이 불거졌다. 제주개발공사와 광동제약이 지난해 골프대회 예산을 나눠 부담하며 ‘공동 주최’로 전환한 사실이 올해 입찰 평가에 유리하게 작용했을 수 있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23일 조세금융신문이 입수한 제주개발공사의 2024년 업무보고에 따르면, ‘제주삼다수 마스터스’ 골프대회 운영비가 최근 몇 년 사이 급증했다. 2021년 8억5000만 원이던 연간 대회 운영비는 2024년 20억 원까지 치솟았다. 상금(9억→10억)을 포함한 총예산도 17억5000만 원에서 30억 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제주도의회는 “운영비가 전년 대비 크게 늘고 있다”며 관리 대책을 주문했다. 제주개발공사는 “광동제약과 마케팅 예산을 분배해 효율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보고했다. 이는 골프대회의 마케팅 비용 등을 광동제약과 나누어 부담하는 구조로, 급증한 운영비에 대한 예산 압박을 줄이려는 조치다.
‘제주삼다수 마스터스’는 원래 제주개발공사가 주최하고 광동제약과 제주도가 후원하던 대회다. 도의회 지적 이후 2024년 대회부터 제주도가 빠지고 광동제약이 공동 주최자로 격상됐다. 이에 따라 광동제약은 단순 후원을 넘어 대회 운영에서 제주개발공사와 동등한 책임을 지게 됐다.
논란의 핵심은 이렇게 광동제약의 지위와 기여도가 높아진 시점이 공교롭게도 차기 제주삼다수 위탁판매사 선정을 앞둔 시기였다는 점이다. 제주개발공사는 올해 6월 5일부터 전국 생수시장 1위 브랜드인 제주삼다수의 제주도외 지역 유통권에 대한 공개입찰을 실시했다.
이번 입찰에는 광동제약, 풀무원식품, 빙그레, 삼양식품, 동화약품 등 11개 업체가 참여해 역대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그만큼 삼다수 유통사업은 대형 식음료·제약사들이 군침을 삼킬 알짜 사업이었다. 광동제약은 2012년부터 삼다수의 도외 지역 유통을 전담해왔다.
광동제약의 전체 매출에서 삼다수 판매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33%(3196억 원)에 달할 정도로 크다. 4년마다 돌아오는 유통사 입찰은 광동제약으로서는 개별재무제표 기준 연매출 1조 등극의 사활이 걸린 승부였다.
◆ ‘정성평가 70%’의 벽…‘공동 마케팅’ 실적이 영향 미쳤나
제주개발공사는 입찰을 1년 남겨둔 지난해부터 광동제약을 주최자로 승격시키면서 공동 마케팅을 요청한 것은 자연스레 논란에 불을 붙였다. 특히 이번 입찰 평가에서 정성평가 비중이 70%로 정량평가(30%)보다 훨씬 높았는데, 정성평가 항목에는 브랜드 기여도, 공동 마케팅 투자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평가 자체는 제안서에 회사명을 표기하지 않는 블라인드 방식으로 진행됐지만, 제안 내용만으로도 어떤 업체인지 유추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컨대 ‘제주개발공사와 공동 마케팅 수행’ 같은 실적은 광동제약 외 다른 경쟁사는 쉽게 내세울 수 없는 내용이다.
결과적으로 광동제약은 외부 평가위원 7명 중 4명에게 정성평가 최고점을 받으며 우선협상대상자로 최종 선정됐다. 광동제약의 공동 주최 전환이 낙찰을 좌우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제주개발공사는 광동제약의 공동 주최에 대해 “브랜드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고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합리적인 분담 구조”라고 설명했다. 입찰과 관련해서는 “외부 전문가 블라인드 평가로 공정하게 진행됐다”며 “공동 주최 여부가 점수에 영향을 미친 사실은 없다”고 해명했다. 광동제약은 본지의 거듭된 질의에 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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