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 SK텔레콤 사장(사진)이 본격화하는 글로벌 AI(인공지능) 경쟁에서 국내 ICT 기업들이 힘을 합치는 '초협력'을 이뤄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 사장은 8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한 음식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 등 글로벌 기업끼리는 이미 협력을 하고 있는데 국내 업체들이 따로 해서는 게임이 되지 않는다. 한국에 돌아가면 국내 주요 ICT 기업에 'AI 초협력'을 제안하겠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우선 협력 대상으로는 삼성전자와 카카오를 꼽았다.
박 사장은 특히 이번 CES에서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장(사장)과 AI 협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며, 각자 브랜드나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자유도는 가지되 서로의 AI 능력을 합치는 방향에 대해 상호 동의가 이뤄졌다고도 설명했다.
카카오와는 작년 말 상호 지분 투자를 하면서 AI 분야 협력에 대해서도 논의가 됐다는 설명이다.
박 사장은 구체적인 협력 방안에 대해서는 자세히 구상하지 않았지만, 전체 플레이어가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협력 방안을 디자인해 제안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협력이 현실화하면 각자의 단말에 AI 플랫폼을 복수로 지원하거나 AI 엔진을 통합하는 것, 연구·개발 공동화 등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 사장은 AI 스피커 '누구'를 삼성전자 냉장고에 넣는 것을 거론하기도 했다.
박 사장은 "삼성전자 빅스비도 아직 퍼포먼스가 낮다"면서 "각사가 자존심을 챙기지 않고 글로벌 스탠더드를 기준으로 협력하자는 게 '초협력'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은 마이크로소프트와의 협력에 이어 CES에서 앤디 제시 아마존웹서비스 CEO와 만나 클라우드에 대한 협력을 논의했다고도 소개했다.
박 사장은 앞으로 SK텔레콤 사명을 바꾸고 통신기업이 아닌 '종합 ICT' 기업으로 변모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박 사장은 "현재 통신 매출이 전체 60% 수준인데, 50% 미만으로 내려가면 SK텔레콤이라는 브랜드 대신 이름을 바꿔도 되는 시작점에 와 있다고 판단한다"면서 "'하이퍼커넥터' 같은 종합 ICT 기업의 의미를 담은 이름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SK텔레콤 자회사로는 IPTV 사업을 하는 SK브로드밴드, ADT캡스(보안), 11번가(커머스), 원스토어 등이 있고, SK텔레콤 내부에서도 모빌리티와 AI(인공지능) 등을 사업화할 수 있는데, 사명을 변경하면서 사업의 분리 상장 등 구조적인 변화가 따를 것이라는 설명이다.
박 사장은 "회사가 성장하면서 구성원과 주주가 과실을 같이 가져가야 한다"며 "아직 계획이 구체화하지는 않았지만 올해 말부터 IPO(기업공개)를 시작해 주력 계열사가 앞으로 2∼3년 동안 IPO를 계속하게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