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인공지능 시대가 다가오면서 직업소멸, 초격차사회 등 불안한 미래상이 커지고 있다. 이를 극복하려면 사용권리 개방, 국가 사회보장체계 정비, 나아가 국가 단위의 인공지능 기술 주권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원재 시민참여인공지능포럼(AICE) 운영위원장은 2일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 ‘인공지능 SWOT 분석 통한 합리적 규율방향 모색’ 세미나에서 “‘AI 디바이드’를 막고 AI시대를 기회의 시대로 만들기 위해서는 ‘보편적 AI활용권’을 권리와 정책 차원에서 정립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전환적 사회보장정책’을 도입해야 하며, 기후AI 등에 대규모 투자를 해야 하고, AI주권을 지켜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원재 운영위원장은 “어떤 정치, 어떤 시민사회, 어떤 노동을 선택할 것인가. 우리는 지금 사회적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며 “AI시대의 과제를 극복하는 데는 막대한 자원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정부 재정 투입이 필수적이다. 재원 마련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AI시대 국회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짚었다.
사회 변화에 대응하는 재원은 그 변화로 인해 혜택을 입는 사회 구성원들에게 거두는 것이 합리적이며, AI기술의 혜택을 입는 기업이나 개인들에 대한 과세 등의 재원 마련 방안이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럽연합 등 국제사회에서 논의되는 로봇세나 탄소세 등의 논의를 참고해 우리 사회에 맞는 전략을 만들되 AI시대를 위한 전환적 재정 지출은 사라지는 비용이 아니라 미래에 대비한 투자하는 점을 명확히 하며 정권 변화와 무관하게 지속적인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도 전했다.
◇ 인공지능과 AI격차(AI디바이드)
인공지능은 이전 인류가 가져보지 못한 가장 강력한 도구다.
모든 도구는 인간의 신체적 한계를 극복하는 보조적 도구로 사용됐다. 불은 환경을 인간에게 이롭게 했고, 기계는 정밀공작과 막대한 물리적 업무를 소화할 수 있게 했다.
인공지능은 이제 인간의 사고 영역마저 기계로 대체가능하다는 현실을 열어두고 있다. 그 격변의 도입이 디지털 전환의 시대였다.
이원재 운영위원장은 “디지털 이전의 격차가 세습된 계급 또는 형성한 자산의 격차였다면, 디지털 시대의 격차는 상당부분 능력 격차이기 때문”이라며 “AI시대 격차 문제는 좀더 복잡하다. AI기술은 기술을 활용할 능력을 이미 보유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에 이미 있는 격차를 더 키울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AI시대 격차의 파괴력은 챗GPT에서 보여진다.
인공지능 기술 초기에는 얼마나 인공지능이 인간과 구분할 수 없느냐를 기준점에 두었었다(튜링테스트).
현대의 챗GPT에 이르러서는 이미 인간과 구분할 수 없는 경지에 도달했다. 미국의 드라마-영화 극작가들이 인공지능을 각본 생성에 사용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파업이 대표적이다.
◇ AI시대의 과제 1. 보편적 활용 보장
인공지능 격차 시대는 사람들간의 부와 지식, 기술의 격차를 더 벌려 놓으며, 인공지능을 사용함으로써 겪을 수밖에 없는 부작용마저 떠안아야 한다.
이원재 운영위원장은 이에 대해 4가지 해법을 제시한다.
인공지능을 활용할 수 있는 권리를 국가 구성원 모두에게 전면 보장할 것.
인공지능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산업환경에 맞추어 국가사회보장시스템을 전면 개편할 것.
인공지능 활용으로 인한 과도한 탄소배출 문제를 인공지능을 통해 해결하도록 할 것.
한국 독자적 인공지능 개발을 통해 인공지능 주권을 확보할 것.
인공지능의 기능이 워낙 강력한 만큼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는 넘을 수 없는 격차를 만들게 된다. 인공지능 발달로 인한 일자리 소멸을 감안하면 이는 단순한 불평등을 넘어 국민 상당수의 생계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인공지능 보편적 활용권은 격차를 누그러뜨리고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어 뒤처지지 않을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한다.
◇ AI시대의 과제 2. 전환적 사회보장
이원재 운영위원장은 궁극적으로는 사회보장 강화를 통해 누구나 생애 어느 때라도 적절한 학습 시간을 가질 수 있으며 직장을 옮겨다닐 수 있도록 소득을 보장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공지능 시대는 ‘모든 사람이 기업가인 사회’로 변화하는 시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실무영역에서는 인공지능을 따라잡을 수 없기에 앞으로의 업무형태는 인간은 판단을 하고 실무는 인공지능이 하도록 바뀔 것이라고 관측했다.
인공지능 시대에는 끊임없이 변화에 맞추어 업무형태를 갈아타야 하는데 현재의 사회보장제도는 인공지능 시대에 걸맞지 않은 옷이다. 지금의 제도는 고용기간과 급여수준을 연동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이원재 운영위원장은 소득보장은 물론 교육보장까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공지능 시대에 맞는 사람들로 변혁하려면, 교육을 아동청소년교육에서 평생학습으로 이동하고, 전통적 직업 분류와 규제 위주로 구성되어 있는 고용보험의 직업훈련 지원 시스템을 혁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기초연금, 아동수당, 보편적 기본소득제 등 소득보장 정책과 교육시스템에서 대수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AI시대의 과제 3. 기후, 돌봄 문제
인공지능 사용에는 탄소배출이라는 필연적 부작용이 있다.
인공지능은 그 가동에 막대한 전기를 소모하고, 이 과정에서 생긴 열을 또다시 전기를 사용해 식혀야 한다.
구글의 자체 조사에 따르면, 인공지능 데이터 센터 전력사용량이 미국 애틀랜타 전체 가구(50만 가구) 전력 소비량과 맞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업계에서는 여러 탐색작업을 통해 저전력, 에너지 효율에 대한 해법 찾기에 착수했다.
아마존웹서비스(AWS)는 데이터센터 전력의 9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목표 실행 중이며, 마이크로소프트는 10억 달러(1조4000억원) 규모의 기후혁신기금을 설립, 기후AI 등 기술을 활용해 문제 해결에 나서는 기업에 투자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원재 운영위원장은 동시에 고령화 시대에 대비하는 돌봄AI, 산업재해 등 사회문제 해결 AI에 적극 투자하는 게 위협을 극복하는 전략이라고 소개했다.
구체적으로는 기후AI에 투자하는 녹색금융은행의 설립, 돌봄AI 등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AI기술에 투자하는 사회혁신기금의 설치 등을 제시했다.
◇ AI시대의 과제 4. AI주권
아무리 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사용권 보장, 정책적 변화를 하더라도 그 뿌리를 외국기업에 두고 있다면 얼마든지 외국기업 사정에 따라 근간이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
이원재 운영위원장은 “AI시대의 독점의 정도와 그 폐해는 이전의 기술보다 더 심해질 수 있다”며 “초거대언어모델이 플랫폼화되고 독점화되면 인간의 사고를 지배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플랫폼의 특성상 전세계를 단일 또는 몇 개의 초거대 언어모델이 지배할 수 있게 되고, 인류가 하나의 언어모델을 사용하면서 그 모델이 학습한 사회문화적 배경에 차차 수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원재 운영위원장은 “우리 사회의 특성을 토대로, 소버린AI, 즉 국적AI를 지켜가는 전략을 고려해볼 수 있다”면서 과거 재벌기업을 중심으로 발전한 개발연대 산업정책의 형태를 그대로 가져가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재벌의 핵심은 산업의 집중화이며 필연적으로 독과점 문제가 나오기 때문이다. 이는 인공지능 의 보편적 활용권이란 근본 해법을 흔들 수 있다.
이원재 운영위원장은 “국적AI 기업을 중심으로 다양한 스타트업 생태계가 함께 발전할 수 있는 세부 전략을 구상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 AI시대의 과제, 결국은 정치
인공지능은 시민에게 양날의 칼이다. 잘 활용하면 모든 시민이 높은 능력을 갖춘 고도화된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
거꾸로 권력이 시민에 대해 고도의 감시를 하게 될 수도 있다. 초거대 인공지능 모델을 소유한 인공지능 플랫폼 기업이 우리의 가치를 지배하게 될 수도 있다. 독점이익이 더욱 커지면서 불평등이 확대되어 ‘AI 디바이드’라는 재앙을 맞을 수도 있다.
이원재 운영위원장은 “미래의 문을 열 열쇠는 시민들에게 있어야 한다”며 “인공지능의 활용권과 통제권을 시민들에게 돌려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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