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LG화학이 배터리 사업 부문을 떼내는 '물적분할 안'을 확정했다.
개인투자자들이 배터리 사업 분사를 반대하며 잇따라 ‘패닉셀’을 던지고, LG화학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행사할 거라는 입장을 표명하면서 제동이 걸리는 듯싶었으나 결국 원안대로 승인됐다.
LG화학은 30일 서울 여의도동 LG트윈타원에서 진행된 주주총회에서 배터리 사업 부문을 떼어내 100% 자회사로 두는 원안이 승인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오는 12월 1일 가칭 ‘LG에너지솔루션’이 출범한다.
주총안 승인을 위해서는 전체 주식의 3분의 1 이상, 주총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데, 이번 총회는 주주참석률 77%로 성립됐고 이 중 82.3%가 찬성표를 던졌다.
이미 반대투표 의사를 밝힌 지분 10.2%의 국민연금을 제외하면 전체 의결권 있는 발행 주식의 3.7%가량만 전자 투표 등으로 추가 반대투표를 한 것으로 분석된다.
◇ 2대 주주 반대‧개인투자자 ‘패닉셀’에도 끄떡
앞서 개인투자자와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분할 반대 의견을 밝히며 긴장감이 돌았다.
국민연금은 지난 27일 LG화학 분할계획안에 ‘반대표’를 던질 것을 공식 발표했다. 그러면서 “분할 계획의 취지와 목적에는 공감하지만 지분가치 희석 가능성 등 국민연금의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개인투자자들의 원성도 높았다. LG화학의 주가는 배터리 사업 분사 계획 발표 직후인 지난 9월 21일 기준 전 거래일 대비 3만9000원(5.86%) 떨어진 62만7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하루 개인 투자자들이 543억8700만원을 순매도하면서 하락세를 견인했다. 지난 거래일인 17일과 18일 매도금액이 각각 1485억원, 1170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3거래일 만에 3173억원의 매물을 던진 셈이다.
◇ 외국인 ‘찬성표’ 영향 미친 듯
통상 인적분할은 현재 사업 주주 지분율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호재로 여겨진다. 만약 LG화학이 인적분할을 결정했다면 개인투자자들은 보유 주식수 만큼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가칭) 주식을 모두 갖게 된다.
반면 물적분할은 특정 사업부가 비상장 기업으로 빠져나간 후 유상증자나 조인트벤처 설립 등을 진행하면, 기존 주주 지분가치가 희석된다고 여겨져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진다.
개인 투자자들 대부분이 배터리 사업을 보고 LG화학에 투자한 만큼, LG에너지솔류션 주식을 가질 수 있는 인적분할 방식을 지지하며 물적분할을 반대했다. 청와대에 잇달아 LG화학 물적분할을 막아달라는 국민청원도 올라왔다.
하지만 업계는 지분 비중이 높은 외국인 투자자가 대거 반대하지 않는 이상 분사가 부결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관측해왔다. LG화학의 주식은 LG 등 주요주주가 30%(우선주 포함), 국민연금이 10.20%를 보유한 2대 주주로 있다. 외국인 투자자 40%, 국내 기관 투자자 8%, 개인이 12%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결국 주주총회에서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이 상당 부분 찬성 의견을 던지면서 원안이 무난히 통과됐다.
◇ 분노 개미 달래기 가능할까…“결실 나오려는데 분사한다고?”
LG화학 주주총회장에서는 시작부터 고성이 터져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대부분 소액주주가 분할안에 반대한다며 사측에 성토했다.
한 주주는 “지금까지 LG화학은 화학에서 번 돈으로 배터리에 투자했다”면서 “결실이 나올 만 하니 자회사로 떼어내느냐”며 보상 방안을 요구했다.
또 다른 주주는 “자금조달을 위해 분할한다고 하는데 자금조달을 위해서는 비상장이 좋은 것이냐, 상장이 좋은 것이냐”며 따져 묻기도 했다.
◇ LG화학, 안도 분위기…“재무구조 악화 막기 위한 결정”
다수 개인투자자들의 원성에도 LG화학은 안도하는 모습이다.
LG화학은 배터리 사업 분할이 전기차 배터리 사업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연간 3조원 이상 들어가는 시설 투자 비용을 감당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재무구조 악화를 막기 위해 분사를 통한 자금 유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실제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 시설 투자 금액이 증가하면서 현재 순차입금은 8조원으로 늘었고, 덩달아 부채비율도 100%를 넘어섰다.
신학철 부회장도 주주 메시지를 통해 “LG화학은 지난 25년간 글로벌 리더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경쟁의 심화로 설비투자 확대에 따른 재무구조 부담 등 도전이 만만찮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지사업에서의 구조적인 체계 구축을 통한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전지 사업부문의 분할을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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