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박청하 기자) 정부·여당을 향한 민심의 분노가 폭발하면서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의 승리가 확실시되고 있다.
4·7 재보궐선거가 치러진 7일 오후 11시30분 개표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장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14%포인트 이상 앞서 있고, 부산시장은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가 김영춘 민주당 후보를 큰 격차로 따돌리며 사실상 당선을 확정지었다.
현 추세대로라면 서울과 부산시장 모두 국민의힘이 승리를 거두고, 집권여당인 민주당은 참패를 할 것으로 점쳐진다. 2011년 이후 10년 만에 다시 보수 정당에 서울시장 자리를 내주고, 2018년 어렵게 처음 깃발을 꽂은 부산시장 자리마저 4년 만에 빼앗기게 된 민주당이다.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 지난해 총선에 이르기까지 지난 5년간 전국 단위 선거에서 4연승을 거뒀지만 이제는 정권 재창출에 비상이 걸렸다. 반면, 국민의힘은 총선 참패 이후 1년 만에 탄핵사태의 수렁에서 벗어나면서 정치 지형을 반전시키며 정권교체의 기대감을 갖게 됐다.
민주당은 선거 초기부터 '정권 심판론'에 맞설 카드로 '국정 안정론'을 꺼냈다. 코로나19 방역 대책과 부동산 정책, 각종 지역 현안의 안정적인 추진을 위해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여권이 승리해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그러나 이번 재보선에서 여권의 '국정 안정론'은 야권이 주장한 '정권 심판론' 앞에 맥없이 무너졌다. 문재인정부 4년간 누적된 국정운영에 대한 불만과 부동산 정책의 실패,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 등 분노한 부동산 민심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4월 180석의 거대 여당을 만들어줬던 국민들이 1년 만에 이처럼 민심의 회초리를 든 것은 정부여당의 일방 독주에서 기인했다는 분석이다. 그간 당·청 관계는 사실상 '청·청 관계'라고 할 정도로 여당이 거수기 역할만 해온데다 실정이 겹치면서 민심을 들끓게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과 친문 지지자들의 목소리에 밀려 움츠려있던 당내에서 당·청 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할 것으로 점쳐진다. 더욱이 내년 대선 승리로 정권을 재창출해야 하는 여당과 국정과제 완수에 무게를 둘 청와대간 입장차로 향후 당·청 갈등도 불가피해 보인다.
특히 부동산 정책 등 책임론이 부각되면 전당대회와 대선까지 판을 깔아야 할 당의 파열음이 커질 수 있다. 차기 대선 주자가 하나둘씩 존재감을 드러낼 때인 만큼 문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이 맞물릴 경우 차기 대선주자들이 정국 및 현안에 따라 청와대와 차별화를 시도할 공산이 크다.
차기 주자들이 새로운 원심력으로 작용한다면 문 대통령의 레임덕으로 흐를 가능성도 있지만, 임기 이맘때쯤 이전 대통령의 지지율과 비교해 문 대통령이 제일 높은 편이라 섣부른 판단은 이르다. 다만 차기 대선 후보를 중심으로 당이 청와대와 조금씩 거리를 두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
정치평론가들은 레임덕 3대 요소는 지지율 하락과 정권 비리, 대권주자와 당권주자 등 당의 원심력 작동인데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의 당선으로 레임덕이 성립될 가능성이 크다로 내다봤다. 오히려 문재인 정부에 대한 촛불 민심이 워낙 강하게 지속했고, 당이 거대 의석으로 버텨준 까닭에 레임덕이 다소 늦은 경향이 있다는 평가도 있다.
한편,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장악한 지방권력에 균열을 내며 내년 3월 대선 승리의 청신호를 켰다. 곧바로 이어질 야권 재편 과정에서 확실한 주도권을 갖고 제3지대를 포섭하며 세력 키우기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야권 대권주자들의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예측된다.
다만 이번 승리가 국민의힘 후보 개인이나 당의 경쟁력 때문이라기보다는 압도적인 정권 심판 여론에 힘입은 만큼 이후 여당의 재정비, 야권의 정계 개편 상황에 따라 대선 레이스의 흐름이 판가름 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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