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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기업탐구] '작지만 강한 금융사'…JB금융, 10년 발자취 돌아보기

2013년 출범해 브레이크 없는 성장세 이어와
지방금융사 중 최초로 해외서 종합금융체제 갖춰
시중은행 추진 당장 계획 없어…연체율 관리 등 현안 집중

 

(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최근 한국 경제 둔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금리 인상기 이자이익 영향으로 연달아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던 금융사들은 올해 하반기 실적 발표에서 부진한 성적표를 피하기 위해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주요 금융지주는 물론 지방 금융지주 또한 분위기는 비슷하다.

 

역대급 실적을 견인했던 금리 인상기가 끝물에 접어든 만큼 주요 금융지주에 비해 비교적 운신의 폭이 좁은 지방 금융지주는 순이익을 끌어올리고 건전성을 지키기 위해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며 분주하게 움직이는 중이다.

 

이런 상황에 ‘작지만 젊고 강한 강소금융그룹’을 표방하며 몸집을 키우고 있는 금융사가 있어 눈길을 끈다. 김기홍 회장 체제의 JB금융그룹이다.

 

JB금융의 시초가 탄생한 2013년 7월 1일 당시 현재의 지방금융 판도를 미리 읽었던 이들은 많지 않았다. JB금융의 모태인 전북은행은 당시 지방은행 자산 규모 최하위권이었으나, 10년 후인 지금 특색 있는 성장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JB금융은 지주사 전환 후 브레이크 없이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 출범 10년 만에 9개 계열사 거느린 종합금융사로 성장

 

JB금융그룹은 지난달 1일 창립 10주년을 맞았다.

 

지난 2013년 6월 19일 금융위원회로부터 지주회사 설립 본인가를 받은 JB금융은 지난 10년 동안 눈에 띄는 성장 가도를 이어왔다. 출범 당시 2개 계열사로 시작했지만 현재 지주 포함 10개 계열사를 가진 종합금융그룹으로 성장했다.

 

자세히 살펴보면 JB금융은 2013년 7월 전북은행을 모태로 서남권 최초의 금융지주사로 출범했다. 지주 출범 이후 손자회사였던 JB우리캐피탈을 자회사로 편입했고, 2014년 3월 더커자산운용(현 JB자산운용) 인수에 이어 같은 해 10월 광주은행을 자회사로 인수했다.

 

그 결과 JB금융은 지난해 JB인베스트먼트까지 한 식구로 만들며 전북은행, 광주은행, JB우리캐피탈, JB자산운용, JB인베스트먼트 등 5개 자회사를 거느리게 됐다.

 

글로벌 사업에서도 유의미한 성장세를 지속해 왔다. JB금융은 2016년 캄보디아 상업은행인 프놈펜상업은행(PPCBank) 인수를 시작으로 JB우리캐피탈 미얀마 현지법인인 JB캐피탈 미얀마를 설립했다.

 

2019년 말에는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 소유의 베트남 증권사를 인수해 JB증권 베트남을 출범시켰고 2021년에는 캄보디아에 JB PPAM을 신설하는 등 지방 금융그룹 중 가장 먼저 해외에서 은행‧증권‧캐피탈 등을 아우르는 종합 금융 체제를 갖췄다.

 

 

◇ 꾸준히 성장세 유지…‧수익성‧경영효율성 지속 성장

 

JB금융은 다른 금융지주 경쟁사와 비교해 자산 규모는 작은 편이다.

 

올해 1분기 기준 총자산 규모는 60조원 정도로 BNK금융의 165조원, DGB금융의 98조원과는 격차가 다소 벌어진다.

 

그러나 꾸준히 순이익 성장세를 유지해 왔다는 점에서 관심이 쏠린다.

 

JB금융은 순이익으로 2019년 3419억원, 2020년 3635억원, 2021년 5066억원, 2022년 6010억원을 달성했다. 같은 기간 DGB금융은 2810억원, 3422억원, 5031억원까지 증가했다가 2022년 4016억원으로 순이익이 감소했다.

 

실제 JB금융은 출범 첫 해 총자산이 16조 1861억원 수준이었으나 올해 1분기 60조원을 넘어서며 3.7배 성장했다. 지난해 연간 당기순이익의 경우 지배지분 기준 사상 최대치인 6010억원을 기록하며 출범 첫해의 271억원 대비 22.2배 이상 급증한 결과를 냈다.

 

위기 상황에서 금융사가 지닌 손실흡수능력을 나타내는 핵심 지표인 보통주자본(CET1) 비율도 2019년 말 최초로 금융감독원 권고 수준인 9.5%를 넘어섰고, 2020년 10.5%, 2021년 10.30%, 2022년 11.39%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 3월에는 12.32%를 달성했다.

 

수익성 지표 또한 업계 최고 수준이다. 주요 경영지표인 자기자본이익률(ROE)은 지난해 13.88%, 총자산이익률(ROA)은 1.05%로 출범 초기 각각 6.44%, 0.39% 였던 ROE와 ROA가 2배 이상 성장했다.

 

경영 효율성 지표인 영업이익경비율(CIR) 역시 2018년 52.3%에서 수익 확대, 지속적 비용관리 노력에 힘입어 지난해 37.9%로 최저 수준을 달성했다.

 

총주주환원율도 매년 지속적으로 증가해 지난해 27%로 2018년 대비 14.5% 대비 약 2배 가까이 늘었다.

 

 

◇ 김한→김기홍 회장, 초석 마련하고 단단하게 안착

 

JB금융의 이같은 지속적이면서도, 속도감 있는 성장은 김한 전 회장이 기틀을 만들고 김기홍 현 회장이 내실을 다진 결과라는 해석이 많다.

 

JB금융 최대 주주인 삼양사의 오너 일가인 김 전 회장은 KB금융그룹 설립 초창기 이사회 경험과 자본시장 경력을 토대로 삼양사의 적극적인 지원을 이끌어냈고, 이후 김 회장이 내부등급법을 도입하는 등 방식으로 리스크를 줄이면서 성장세가 지속될 수 있는 기본 환경을 만들었다.

 

먼저 김 전 회장의 역사부터 살펴보면 2010년 그는 전북은행장에 취임했다. 당시에는 부산은행과 대구은행이 지주사 전환으로 방향을 잡아 물밑 작업을 벌이던 시기로, JB금융 또한 금융지주 설립 논의를 진행하고 있을 때였다.

 

김 전 회장은 KB금융 설립 초창기 이사회 경험이 있었던 만큼 지주를 세울 때 리더로서 적합한 인물이었다. 삼양사 오너 일가인 점을 고려해도 지주사 전환 후 긴밀하고 적극적으로 소통하기에 신뢰할 수 있는 CEO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실제 취임 후 김 전 회장은 기대됐던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김 전 회장 시절 계열사 인수에 자본력을 대대적으로 사용했기 때문에 기본 펀더멘털이 약해졌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때 김 회장이 취임했다. 김 회장 취임 직전 년도인 2018년 JB금융 CET1 비율은 지방금융지주 최하위 수준인 9.1%였다. DGB금융의 9.8%, BNK금융의 9.55%보다 아래였는데 김 회장 취임 후인 2019년 9.67%, 2020년 10.05%로 올랐다.

 

하지만 2021년 DGB금융과 BNK금융이 잇따라 내부등급법 승인을 받으면서 JB금융의 CET1 비율은 다시 최하위로 내려앉았다. 내부등급법이란 은행이 자체적으로 만든 신용평가 시스템이다. 리스크를 측정하고 위험가중자산을 산출하는 것인데, 내부등급법을 적용할 경우 금융 당국의 표준등급법을 사용할 때보다 위험가중자산을 적게 산출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위험가중자산이 감소하면서 자본비율이 높아지게 된다.

 

그런 만큼 JB금융은 내부등급법 도입하기 위해 집중해야 했다. JB금융의 경우 주력 상품이 저신용자 대상 중금리 대출이었던 만큼 위험가중자산 성장률이 다른 지방금융에 비해 높았기 때문이다.

 

바로 김 회장이 내부등급법 승인을 성사시키는 공을 세운 인물이다. 김 회장은 금융감독원 부원장, KB국민은행 지주회사설립기획단장 등을 지낸 이력을 바탕으로 내부 체계를 탄탄하게 정비했다.

 

그 결과 2022년 JB금융 CET1 비율은 지방금융 1위 수준인 11.41%로 올랐다.

 

 

◇ 주주환원정책, 중장기 로드맵으로 접근

 

JB금융이 추구하는 ‘작지만 젊고 강한 강소금융그룹’의 모습은 주주환원 정책에서도 나타난다.

 

지난 3월 JB금융은 행동주의 펀드이자 2대 주주인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의 배당 확대 요구를 거절한 바 있다. 다른 금융지주가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하며 주주 요청에 호응한 것과는 정반대의 선택이다.

 

메시지는 선명했다.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성장 측면에서 얼라인 측 배당확대 제안이 기업가치와 전체 주주이익 증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얼라인 측은 해외 은행 대비 낮은 주주환원책으로 인해 국내 은행주가 저평가됐다며 배당성향 확대를 요구했으나, JB금융 측은 급격한 배당 확대로 기업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취지로 맞섰다.

 

실제 주총 당일에는 김 회장과 이창환 얼라인 대표의 설전도 있었다. 이 대표는 배당성향 확대를 통해 주가를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장했고, 김 회장은 수익성 중심의 내실성장 전략을 이어가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나아가 JB금융은 이미 높은 수준의 주주환원을 실시하고 있다는 입장을 설파했다. 주주환원 규모도 꾸준히 늘려왔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 취임 전 JB금융의 총주주환원율은 14.4% 수준이었으나, 지난해(중간배당 포함)에는 27%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실제 JB금융은 최근 4~5년간 매년 배당성향 확대 폭을 3~4%p 내외로 유지하며 자본시장에 배당 관련 시그널을 일관되게 제시해 왔다.

 

또한 최근 금융기관의 공적 역할이 강조되고 있는 만큼 정책 및 경기 완충적 자금 공급자 역할은 물론 포용금융 제공, 지역경제 발전 지원 등 역할 등 금융기관의 사회적 책임을 고려할 때 균형잡힌 주주환원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결과적으로 JB금융과 얼라인 측의 치열했던 사전 공방과 달리 주주총회에서 해당 내용에 대한 표대결은 JB금융 측의 일방적인 승리로 마무리됐다. 얼라인측의 배당확대 안건은 주총 문턱을 넘지 못했다.

 

주총에서는 의결권수 대비 76.74%, 발행주식 총수 대비 73.1%가 JB금융 이사회 측 손을 들어줬다.

 

최근의 JB금융 상황을 보면 주주환원보단 내실다지기에 집중하는 분위기가 읽히지만, 김 회장은 직접 자사주를 사들이며 책임경영과 주주가치 제고 의지도 꾸준히 드러내고 있다.

 

김 회장은 취임 직후인 2019년 5월 처음으로 자사주 2만 500주를 장내 매수했고 2019년 12월 2만주, 2020년 3월 4만주, 지난해 4월 2만주, 올해 4월 2만주를 각각 매입했다. 이로써 김 회장은 총 12만 500주의 자사주를 취득하며 국내 7대 금융지주 회장 중 발행주식총수 대비 가장 많은 자사주를 보유하게 됐다.

 

즉 김 회장은 주주환원 정책 관련 중장기적인 로드맵으로 접근하겠다는 복안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이와 관련 “지금 상황은 금융시장이 상당히 불안정한 상태고 연체율이 상당히 상승한 상황이기 때문에 적어도 상반기까지는 부실을 잘 관리해 가면서 리스크 관리를 하고 시장에 약속한 당기순이익을 달성하는데 집중할 시기라고 보고 있다”며 “감독 당국에서 스트레스 완충 자본 규제 등 새로운 건전성 감독 기준도 개편 작업 중이기 때문에 그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공개적으로 주주환원에 대해 논의하는 것은 시기적으로 상당히 전략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적어도 하반기 또는 4분기에는 집중적으로 주주환원에 대해 소통할 것”이라며 “올해는 반기 배당을 예정대로 실시하고 내년 분기배당을 적극 검토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이사회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 안정적인 성장기반 집중…리스크 관리 최우선

 

이제 JB금융에 남은 과제는 건전성 지표를 개선하기 위한 리스크 관리일 것으로 관측된다.

 

분기별 실적이 꾸준히 성장세를 이어왔으나, 그룹 연체율이 0.88%로 전북은행, 캐피탈 중심으로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올해 1분기 JB금융의 연체율은 직전 분기 대비 0.3%p 증가한 0.88%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부실채권(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은 전년 동기 대비 0.36%p 늘어난 0.84%였다.

 

전북은행과 광주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각각 1.73%(0.91%p 증가), 0.67%(0.44%p 증가)였다.

 

특히 부실 가능성 대비를 위해 대손충당금을 늘린 것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올해 1분기 JB금융은 지난해 1분기 대비 147.4% 증가한 수준의 충당금(903억원)을 적립했다. 고금리 상황 장기화로 가계와 기업의 대출 상환 여력이 떨어지면서 연체율이 급등, 당분간 선제적 리스크 관리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결정으로 분석된다.

 

당분간 리스크 관리에 방점을 둘 것이란 입장은 김 회장의 공식 발언에서도 확인된다. 김 회장은 올해 1분기 콘퍼런스콜에서 리스크 관리에 중점을 둔 보수적인 영업기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최근 김태오 DGB금융 회장은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추진하겠단 계획을 발표했는데, 이와 관련 김 회장은 당장 계획이 없다고 일축했다. 시중은행 전환보다는 현안에 집중하겠다는 의지가 선명하다.

 

JB금융은 저신용자 대상 중금리 대출을 주력으로 하는 만큼 당분간 연체율 관리에 초점을 맞추고 증권과 저축은행 등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보완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같은 로드맵은 JB금융의 ‘작지만 젊고 강한 강소금융그룹’이라는 그룹 비전에서도 확실하게 드러난다. 수익성 중심성 질적성장을 유지하면서 리스크 관리에 역점을 둬 안정적인 성장과 탄탄하게 내실을 다지겠다는 강 회장의 목표가 선명하다.

 

금융지주 초석을 마련한 김 전 회장에 이어 성장 토양 다지기로 꾸준하고 단단한 성장을 일궈내고 있는 뚝심 있는 김 회장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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