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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이재명 vs 김문수, 조세정책의 길을 묻다

(조세금융신문=안경봉 국민대 명예교수, 법무법인 율촌 상임고문) 2025년 대선을 앞두고 조세정책은 단순한 세금의 많고 적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철학과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가늠하는 척도가 되고 있다. 세금은 사회계약의 이행 수단이며, 공공서비스의 재원일 뿐 아니라 미래세대와의 약속이라는 점에서 각 후보의 조세 비전은 중요한 정책 선택의 기준이 된다.

 

이재명 후보는 ‘조세 정의’와 ‘보편 복지’를, 김문수 후보는 ‘감세와 시장 자율’을 중심 기조로 내세운다. 이처럼 상반된 철학이 세금 정책으로 어떻게 구체화되는지를 살펴보는 일은 유권자에게 실질적 판단 기준을 제공할 수 있다.

 

이재명 후보: 분배 정의와 조세 환류

 

이재명 후보는 국토보유세, 금융소득 통합과세, 디지털세, 탄소세 등 자산과 환경에 기반한 새로운 세목의 신설 또는 기존 세목의 강화를 제안하고 있다. 이러한 과세를 통해 형성된 세수를 ‘조세환급형 기본소득’ 형태로 전 국민에게 보편적으로 환급함으로써, 소득 재분배와 소비 진작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금융소득 통합과세는 기존의 분리과세 방식을 폐지하고 이자‧배당 등 금융소득을 종합소득에 포함시켜 누진세를 적용함으로써 고소득층의 부담을 실질적으로 강화하는 조치다. 2024년 말 폐지된 금융투자소득세에 대해서도 이재명 후보는 폐지를 일시적 보류로 보고, 향후 금융시장 여건에 따라 재도입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조세환급형 기본소득은 근로장려금(EITC)과 달리 별도의 신청이나 소득 심사 없이 전 국민에게 자동 지급되고, 고소득층에 돌아간 금액은 추후 세금으로 다시 환수된다. 이는 낙인 효과(stigma effect)를 제거한 복지 전달방식으로 평가받지만, 고소득층에게는 추후 세금으로 다시 환수된다는 점에서 결과적으로는 근로장려금 제도가 지향하는 선별적 복지와 유사한 재분배 구조를 형성하게 된다.

 

이러한 조세정책은 경제정책일 뿐 아니라 정치전략의 일환으로도 작동한다. 고소득층에 대한 실질과세를 강화하고 이를 통해 중‧하위 계층에게 직접적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유권자 기반을 확장하는 효과가 있다. 다만 조세저항, 중산층의 세부담 증가, 민간 투자 위축 등의 경제적 부작용이 뒤따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문수 후보: 감세를 통한 성장 유도

 

김문수 후보는 법인세, 종합부동산세, 상속세 등 주요 세목의 감세를 통해 민간 경제의 자율성과 활력을 높이겠다는 방향을 제시한다. 과도한 세금은 기업의 투자 위축과 개인 자산의 이전을 방해하며, 결과적으로 전체 경제 성장에 장애 요인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현재 한국의 재정 여건은 여유롭지 않다. 2024년 기준 국가부채비율은 약 56%이며, 공공부문 전체 부채는 69.7%에 달한다. IMF는 2029년경 국가부채가 60%를 초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데, 이 수치는 분석 대상 35개 주요국 중 20위 수준에 해당한다. 한편 2024년 세수 결손은 30조 8천억원에 이르며, 연속적인 세수 부족은 정부의 지출 여력을 크게 제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규모 감세는 재정 건전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이에 따라 김문수 후보도 감세 공약의 실현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몇 가지 구체적인 보완 전략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보완책으로 거론되는 방안은 다음과 같다.

 

1. 감세 대상의 선택적 적용: 감세 대상은 보편적이기보다는 성과에 연동되도록 제한해야 한다. 예를 들어 고용 또는 투자를 일정 수준 이상 달성한 기업에 한해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2. 재정 중립성 확보를 위한 대책: 감세로 줄어드는 세수를 보충하기 위해 로봇세 신설, 공공부문 지출 효율화 등 대체 재원 마련 방안을 병행해야 한다.

 

3. 체감 가능한 감세 혜택의 전달: 감세가 국민 개개인에게 주는 혜택을 명확히 전달하는 전략도 중요하다. 예컨대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소득세 경감이나 자동차세 인하 등의 조치를 강조하여, 감세의 이득이 피부에 와닿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보완책들은 재정 중립성과 경제 활력 제고를 도모하기 위한 방안이지만, 정치‧경제적 현실에서는 각각 시행상의 한계와 도전이 존재한다. 성과 연동 감세의 경우 기업의 고용‧투자 확대를 유도한다는 장점이 있으나, 구체적인 성과 기준을 설정하고 효과를 검증하는 과정이 복잡하여 정책 운용의 투명성과 실효성을 담보하기가 쉽지 않다. 요건을 충족한 일부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이 자칫 특혜 시비나 업종 간 형평성 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로봇세 신설 역시 자동화로 인한 부가가치에 신규 과세해 재원을 마련하려는 취지지만, ‘로봇’의 범위를 어떻게 정의하고 어느 수준의 자동화에 세금을 부과할지 등이 불분명하여 제도 설계가 까다롭고 산업계의 반발에 부딪칠 수 있다. 실제로 2017년 유럽의회에서도 로봇세 도입이 진지하게 논의되었으나, 과세 기준의 모호함과 경제 침체에 대한 우려 등으로 최종 채택되지 못한 사례가 있다.

 

공공부문 지출 효율화 또한 말처럼 쉽지 않다. 이는 막상 구체적인 지출 구조조정에 착수하면 이해관계자의 저항(예, R&D예산 삭감)으로 실행이 지연되거나 규모가 축소되는 경우가 많고, 지출 절감을 통해 단기간에 대규모 재원을 마련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김문수 후보의 감세 공약이 의도한 경제 활성화 효과를 내려면 이러한 보완책들이 모두 차질 없이 추진되어야 하는데, 그 현실성에는 여전히 상당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따라서 재정 악화에 대비한 보다 면밀한 계획과 위험 관리 전략이 뒷받침될 필요가 있다.

 

현재 이재명 후보는 약 70조원 규모의 재정 확대 정책을 (각종 세입 확충 방안과 함께) 내놓았고, 김문수 후보는 5년간 70조원 이상의 세수 감소가 예상되는 대규모 감세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확장재정과 감세재정이라는 대조적인 접근이지만, 두 방안 모두 실행 과정에서 국가 재정에 부담을 줄 위험이 있다는 점에서는 공통된다. 다만 그 리스크의 성격은 구조적으로 다르다. 이재명 후보는 새로운 세원을 발굴하고 조세 기반을 확대하여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려는 반면, 김문수 후보는 감세에 따른 성장 효과와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재정 균형을 이루겠다는 구상이다.

 

조세정책은 국가 운영의 축이다. 유권자는 각 후보의 정책이 당장 자신에게 유리한지를 넘어서서, 그것이 미래세대에 부담을 지우는 방식인지 또는 지속가능한 공동체를 위한 책임 있는 선택인지 숙고해야 한다. 조세는 고통이 아니라 연대이며, 복지와 성장의 균형을 이루는 사회적 계약이기 때문이다.

 

 

[프로필] 안경봉 국민대 명예 교수

•(현)법무법인 율촌 상임고문

•(현)금융조세포럼 수석부회장

•(전)한국국제조세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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