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안경봉 국민대 법대 교수) 최근 부동산가격의 상승과 이에 따른 세법 개정으로 상속세 및 증여세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언론에서는 상속세 절감방안으로 사전 증여를 위한 여러 가지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데, 그런 제안들이 어떻게 가능한 것이고, 과연 바람직한 무상이전재산의 미실현이익에 대한 과세방안은 있는 것인지 살펴본다.
상속세 존폐에 대한 서로 다른 주장들
세율의 인상 또는 인하가 주요 쟁점인 다른 세목과는 달리, 상속세는 존폐 자체에 관해 서로 다른 주장이 존재하는 세목이다. 상속세 찬성론자들은 부의 집중을 막고, 자녀 세대의 기회균등을 제고하기 위해 상속세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상속세 폐지론자들은 상속세가 자본축적을 저해하며, 부모가 세금을 납부한 후 축적한 재산에 대해 상속세를 다시 부과하는 것은 이중과세라고 주장하고, 상속세를 폐지하고 자본이득세로 대체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피상속인이 취득하여 보유한 자산이 사망으로 인해 상속인에게 이전되는 과정에서 두 가지 상반된 경제 행위가 발생한다. 하나는 피상속인이 자산을 취득한 후 사망 전까지 자산가치의 변화가 생기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피상속인의 사망으로 인해 자산이 상속인에게 무상이전된다.
상속세를 폐지하고 자본이득세로 대체하자는 이들의 주장에 의하면 현행 상속세는 두 가지 경제 행위 중 자산의 무상이전에 대해서만 과세하고, 자산가치 상승에 대해서는 과세하지 않고 있음으로써 무상으로 이전된 자산에 대해 자본이득세를 부과하지 않는 것은 과세상의 허점(Loophole)일 뿐만 아니라, 상속세는 피상속인의 자산 보유기간 중 발생한 가치상승에 대해 전혀 과세가 이루어지지 않고, 상속하는 재산의 종류, 사전 이익의 실현 여부에 따른 부과 세액이 달라지는 불형평성이 발생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는 것이다.
무상이전재산의 미실현이익에 대한 세가지 과세방안
상속 또는 증여 등의 사유로 무상이전이 발생한 경우, 피상속인 또는 증여자 단계의 자본이득, 즉 자산가치 상승분에 대한 과세방안은 다음 세 가지다.
첫째, 무상이전시점에서 자본이득이 실현된 것으로 보아 자본이득세를 과세하는 방법(Transferas-Realisation Basis), 둘째, 무상이전으로 발생한 자본이득에 대해 상속인 또는 수증자가 실제 그 자산을 양도할 때까지 자본이득세를 이연(移延)하고, 피상속인 또는 증여자가 그 자산을 취득한 이후 총 가치 증가분에 대하여 과세하는 방법(Carry-Over Basis), 셋째, 상속 또는 증여 등의 무상이전 시점의 시장가격으로 취득가액을 상향하고, 피상속인 또는 증여자 단계에 발생한 자본이득에 대해서는 자본이득세를 과세하지 않고, 상속인은 시장가격으로 그 자산을 취득하게 되므로 상속인 또는 수증자는 상속 혹은 증여를 받은 이후 발생한 자본이득에 대해서만 자본이득세를 과세하는 방법(Step-Up in Basis)이다.
이 중에서 상속세 및 증여세를 부과하는 나라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쓰이는 방법은 세 번째 방법(Step-Up in Basis)이다. 두 번째 방법(Carry-Over Basis)은 상속세를 부과하지 않는 나라들에서 보편적으로 쓰이는 방법이다. 상속세 혹은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고 온전히 첫 번째 방법(Transfer-as-Realisation Basis)을 적용하는 나라는 캐나다뿐이다. 미국은 상속재산의 미실현이익에 대해서는 세번째 방법을 적용하는 대신, 증여재산의 미실현이익에 대해서는 두 번째 방법을 적용한다.
상속세 및 증여세 면세범위를 활용한 조세회피
우리의 경우는 영국과 마찬가지로 상속과 증여의 경우에 세 번째 과세방안(Step-Up in Basis)을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상속재산 및 증여재산의 미실현이익에 대해서는 상속세 혹은 증여세를 제외하고 자본이득세를 과세하지 않는다. 더 나아가 상속 혹은 증여받은 재산을 양도할 경우 피상속인 또는 증여자가 당초 취득한 가액이 아닌 상속개시일 또는 증여일 현재 시가를 취득가액으로 하여 필요경비로 공제함으로써 양도차익을 계산한다(소득세법 제163조 제9항).
이와 같이 상속세가 부과되는 경우에 세 번째 과세방안(Step-Up in Basis)은 납세자로 하여금 자본이득을 실현시키는 것을 주저하게 만들기 때문에 왜곡을 불러올 수 있다. 생애(生涯) 동안 자본이득을 실현한 납세자와 사망시 미실현이익의 형태로 부를 이전한 납세자 사이에 수직적 불형평의 문제를 불러일으킨다. 특히 상속세의 공제한도 내지 면세점이 매우 높은 경우에 미실현이익의 형태로 부를 이전하게 되면 자본이득세뿐만 아니라 상속세를 피할 수 있는 여지를 주게 된다.
무상이전재산의 미실현이익에 대하여 세 번째 과세방안(Step-Up in Basis)은 증여받은 재산의미실현 자본이득에 비해, 상속받은 재산의 미실현자본이득에 대해 유리한 취급을 하게 되면 납세자로 하여금 사망시까지 자산을 보유하게 하려는 유인을 더욱 갖게 한다. 즉 한 명의 상속인에게 한 대규모의 증여가 면세점을 초과하는 경우에, 여러 명의 상속인에게 여러 번 나누어 소규모로 증여하게 되면 면세점 이하에 해당하게 된다.
따라서 거주자에게 여러 명의 자녀가 있을 경우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의하면 거주자가 직계존속으로부터 10년간 증여받은 금액이 5000만원까지는 증여재산공제의 대상이 되므로 이를 이용하여 여러 명의 상속인에게 증여하면 증여세 부담을 절감할 수 있다(상증세법 제53조).
또한 배우자 혹은 자녀와 같이 상속세가 면제되거나 관대한 상속세 취급을 받는 수증자에게 증여를 집중함으로써 상속세 부담을 낮출 수 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의하면 거주자가 배우자로부터 증여를 받은 경우 6억원의 증여재산공제를 받을 수 있으므로 상속개시일 전 10년 이전에 피상속인이 상속인이 되는 배우자 혹은 자녀에게 증여하고 양도하게 되면 무상이전시점까지 발생한 자산가치의 상승분에 대하여 자본이득세를 절감할 수 있고, 증여세 부담도 낮출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소득세법은 거주자가 양도일부터 소급하여 5년 이내에 그 배우자 또는 직계존비속으로부터 증여받은 자산의 양도차익을 계산할 때 양도가액에서 공제할 취득가액은 그 배우자 또는 직계존비속의 취득 당시 금액으로 하도록 하고 있다(소득세법 제97조의2 제1항).
무상이전재산의 미실현이익 과세를 위한 바람직한 방안은?
무상이전재산의 미실현이익에 대하여 우리 세법이 취하고 있는 세번째 과세방안(Step-Up in Basis) 대신 첫 번째 과세방안(Transfer-as-Realisation Basis)을 취하게 되면 동결효과를 없애는 대신, 상속인으로 하여금 자본이득세를 납부하기 위하여 상속재산을 처분하지 않을 수 없다.
대안으로는 두 번째 과세방안(Carry-Over Basis)을 채택하는 것을 고려하여 볼 수 있다. 상속시점이 아니라 미실현이익의 실현시점에서 자본이득세를 반드시 납부하여야 하므로, 만일 납세자가 장기간 자본이득세 납부책임을 늦춘 경우에는 많은 현금이 필요하게 되어 동결효과(Lock-in effect)는 오히려 더 강하게 되고, 상속인이 불가피하게 피상속인의 당초 취득가액을 알아야 하므로 이를 파악하 위해서는 기록을 보관(Bookkeeping)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
결국 무상이전재산의 미실현이익에 대한 각 과세방안은 장단점이 있다. 어떤 과세방안을 선택할 것인지는 각국의 사정에 맡겨져 있는 셈이다.
[프로필] 안경봉 국민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사)한국국제조세협회 이사장
•(사)금융조세포럼 수석부회장
•(前) 조세심판원 비상임심판관
•(前) (사)한국세법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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