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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30년 법리의 근간을 흔드는 논쟁 - 국내 미등록 특허 사용료 과세 논란

(조세금융신문=안경봉 국민대 명예교수) 오랫동안 법적 안정성을 지켜온 중요한 조세 원칙이 심각한 기로에 서 있다. 구체적으로는 미국 등 외국 법인이 보유하고 있으나 국내에 등록되지 않은 특허 기술을 국내 기업이 사용하고 그 대가를 지급할 때, 우리나라 과세관청이 과세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의 문제다.

 

이 쟁점은 1992년 대법원의 첫 판결 이후 30년 넘게 '과세할 수 없다'는 일관된 법리가 확립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관련 사건이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되면서 다시금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단순히 특정 기업의 세금 문제를 넘어, 국제 조세의 기본 원칙, 조세조약의 해석, 그리고 우리 사법 시스템의 예측 가능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한·미 조세조약과 특허법의 근본 원칙인 속지주의에 비추어 볼 때, 국내에 등록되지 않은 특허의 사용 대가는 국내원천소득으로 간주될 수 없다는 법리는 대법원이 1992년 5월 12일 선고한 91누6887 판결을 시작으로 30여년간 여러 판결을 통해 확인되어 왔다.

 

핵심 근거는 명확하다. 첫째, 특허권은 '속지주의' 원칙에 따라 등록된 국가 내에서만 배타적 효력을 갖는다. 대한민국 영토 내에 등록되지 않은 특허에 대해 특허권자는 법적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 따라서 권리가 없는 곳에서 '사용'이나 '침해'라는 개념 자체를 정립하기는 어렵다.

 

둘째, 한·미 조세조약은 사용료 소득의 원천지를 결정하는 데 있어 명확히 '사용지주의'를 채택하고 있다(제6조 제3항, 제14조 제4항). 이는 특허권이 실제로 사용되거나 사용할 권리가 있는 국가의 소득으로 간주한다는 의미다. 등록되지 않은 특허는 대한민국 내에서 법적 재산으로 인정되지 않으므로 그 대가는 국내원천소득으로 볼 수 없다.

 

셋째, 2008년 국내법 개정을 통해 ‘국외 등록 특허라도 국내에서 사용되면 국내 사용으로 본다’는 규정이 신설되었으나, 이에 대한 조약해석 우선 여부는 논란이 있다. 과거에는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제28조에서 “비거주자 또는 외국법인의 국내원천소득 구분에 관하여는소득세법 제119조 및 법인세법 제93조에도 불구하고 조세조약이 우선하여 적용된다”고 명시하고 있었으나, 이 조항은 2018년 12월 31일자로 삭제되었다.

 

대신 2019년 12월 31일 신설된 규정에 따르면, 조세조약에서 용어 및 문구에 대하여 정의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국세기본법 제2조 제2호에 따른 세법에서 정의하거나 사용하는 의미에 따라 조세조약을 해석 적용한다고 되어 있다. 이로 인해 과세당국은 국내법상의 ‘사용’ 개념을 조약 해석에 반영할 여지를 주장하고 있으나, 대법원은 여전히 조제조약 문언과 특허법상 속지주의 원칙에 입각하여 과세 불가의 법리를 견지하고 있다. 

 

국세청은 해당 대가를 ‘사실상의 사용' 대가나 특허 정보 공개에 따른 ‘노하우 사용’, ‘기타소득’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과세를 시도해 왔으나 대법원은 이미 공개된 기술은 비밀성이 요구되는 ‘노하우’가 아니며(2005두8641), 해당 소득은 명백히 사용료 소득의 성격를 지니므로 기타소득으로 볼 수 없다고 일축해 왔다.

 

특히 2019년 법인세법 개정으로 미등록 특허와 관련하여 발생하는 지급대가를 ‘사용대가’와 ‘침해로 인한 지급대가’로 구분하여 사용료 소득과 기타소득에 각각 규정하여 국내세법의 개정을 통해 종전 대법원의 한미 조세조약상 “사용”개념의 해석을 바꾸어 과세권을 확보하려는 시도도 있었으나, 국내에 등록되지 않은 특허의 경우 침해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러한 과세 시도는 법리적으로 실효성이 낮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렇다면 국내 기업들이 국내에 등록되지 않은 특허에 대해 미국 법인에게 사용료를 지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글로벌 경제 환경에서 특허 분쟁 리스크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전략적 경영 판단이다. 특허가 등록된 국가에서 제품을 생산할 때 그리고 국내에서 생산한 제품을 미국 등 특허가 등록된 국가로 수출하거나 판매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소송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포괄적인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다. 

 

이 경우 특허 사용료는 해당 특허가 등록된 국가 내의 권리 행사에 대한 대가일 뿐, 국내에서의 사용 대가와는 관련이 없다. 설사 과거 침해 분에 대한 대가가 포함되어 있더라도 이는 후불적 성격의 사용료로서 마찬가지로 국내원천소득으로 보기 어렵다는 기존 법리가 적용된다.

 

이는 “특허권은 각국의 특허법에 따라 독립적으로 효력을 가지며 등록된 국가 내에서만 효력을 가진다”고 본 대법원 1992. 5. 12. 선고 91누6887 판결의 취지와 정확히 부합한다.

 

이러한 사안이 현재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심리 중이라는 사실은 외국법인에게 심각한 불확실성을 야기하고 있다. 만약 기존 판례가 변경된다면, 이는 국제 조세 원칙과 조약 해석의 안정성, 나아가 우리 사법체계 전반의 신뢰성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정부가 과세권을 확보하려 한다면, 판례 변경이나 국내법 개정보다는 조약의 개정을 통해 사용료 원천지 기준을 ‘지급지주의’로 전환하는 외교적 노력이 바람직할 것이다.

 

대법원은 오랜 법리와 국제적 기준에 입각하여 예측 가능성과 법적 안정성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판단해야 할 것이다. 특히 국세청이 대법원 판례에 기속되지 않고 반복적으로 동일 과세처분을 지속해온 점은 사법부 권위와 국가의 법치원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외국 기업들이 한국에서의 과세 리스크를 예측할 수 없다고 판단한다면, 이는 장기적으로 외국인 투자의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예측가능성과 법적 안정성이라는 원칙은 조세 정의뿐만 아니라 국가 경쟁력 측면에서도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프로필] 안경봉 국민대 명예교수

•(현)금융조세포럼 수석부회장

•(전)한국국제조세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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