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국정원 대북공작금을 받아 김대중 전 대통령 뒷조사를 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현동 국세청장이 국세청 차장 시절 자신의 직급보다 세 단계나 낮은 역외탈세 부서장을 담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조직이 국세청 직제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을 이용, 자신이 직접 업무보고를 받기 위해서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국세청은 지난 2009년 11월 해외정보수집, 국제공조, 조사지원을 위해 비인가조직이었던 역외탈세 추적 전담센터를 출범했다. 다만, 정부조직법상 정식 조직은 아니었다.
조직 규모는 3개반, 15명 정도로 과단위 조직에 불과했다. 1개 과는 3~4급 과장급 공무원이 담당한다.
당시 백용호 국세청장은 국세청 차장이었던 이 전 청장을 초대 센터장으로 임명했다. 국세청 차장은 역외탈세 추적 전담센터의 상위 조직인 국제조세관리관(2급)보다 높은 1급 공무원이다.
업무 내용도 고위공직자가 맡을 업무는 아니었다.
통상 2급 이상 고위직들은 소관업무의 기획, 총괄을 담당하고, 3~4급 과장급은 실무를 담당한다.
역외탈세 추적 전담센터장의 주 업무 역시 정재계 상류층의 은닉재산, 조세조약을 통한 다국적 기업의 공격적 조세회피 행위 추적 등으로 과장급 실무 업무에 국한돼 있었다. 실제 이 차장의 뒤를 이은 후임 역외탈세 센터장들은 모두 3~4급이 맡았었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당시에는 역외탈세 부서가 국세청 직제 시행령 및 시행규칙에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 조직은 국무위원이 제정하는 시행령에 따라 업무내용 및 부서장의 직급이 결정된다. 반면, 임시조직은 조직 상황에 따라 업무범위나 부서장을 정할 수 있다. 비록 업무는 과장급이라도, 부서장 보직은 1급 고위공무원이 담당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한 이유는 역외탈세 부서는 활동내역을 센터장에게만 보고하는 ‘직보’ 체계를 갖추었기 때문이란 해석이 나온다.
한 국세청 인사는 “국세청 업무는 담당자만 접근할 수 있게 되어 있으며, 특히 조사 업무나 정보수집 부문의 경우 자신의 바로 옆 사람도 알지 못하도록 기밀을 유지된다”라며 “특히 해외정보 수집은 그중에서도 가장 보안과 보고체계가 엄격한 곳”이라고 전했다.
이 전 청장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깊은 신임을 받은 인물이라는 것도 이같은 해석에 무게를 더한다.
이 전 청장은 경북 청도 사람으로 영남대 천마재단 장학생으로 이명박 정부의 TK-영남대 라인의 핵심 인사 중 하나로 평가받았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 인수위원회에서부터 경제정책을 만드는 데 기여했으며, 인수위 활동 이후 이 전 대통령을 따라 청와대 경제수석실로 이동하기도 했다.
2008년 6월 국세청으로 돌아와 본청 조사국장을 맡았으며, 서울국세청장, 국세청 차장(역외탈세 추적 전담센터장 겸임)을 거쳐 2010년 9월 국세청장까지 승승장구했다.
때문에 국세청 내부에서는 백용호 전 국세청장이 MB의 친구라면, 이 전 청장은 MB의 충복이었다는 풍문까지 돌았다.
한편, 역외탈세 전담 추적센터는 2009년 11월 국외 은닉소득과 재산 정보 수집을 위해 만들어졌다.
활동 내역은 국세청 내부서도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다. 역외탈세 정보의 경우 정보수집 사실이 대상자에게 노출이 되면, 증거인멸 우려가 매우 높기 때문이다. 국세청장 역시 센터장이 전달하는 정보만 알 수 있었다. 위법한 행위지만, 센터장이 마음만 먹으면 정보를 은폐하거나, 국정원 등 특수한 조직에게만 넘겨줄 수 있다.
해외정보수집요원은 영어에 능통한 행시 출신 해외유학파와 장부 한번만 보고 자금흐름을 쭉 훑을 수 있는 전문 베테랑들로 채워졌다. 민간 법인 출신의 전문가들도 일부 유입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요 활동자금은 사용증빙을 제출하지 않아도 되는 특수활동비였지만, 2012년 전까지는 각 국실로 배당되는 정보수집 활동비를 부분적으로 나눠받았을 것으로 관측된다. 대통령령인 직제 시행령에 반영되기 전이었기 때문에 국회로부터 역외탈세 부문 전담 특수활동비 예산을 탈 수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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