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김미양 한국분노조절교육협회 회장) <꽃보다 할배>라는 방송이 인기를 끌고 많은 이에게 회자되었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2013년 케이블 TV tvN에서 방영되어 많은 이의 관심에 2018년 시즌 4까지 방송되었다.
한때 세대를 풍미하던 인기배우였던 이순재, 신구, 김용건 등이 배낭여행하는 내용이었는데 이를 통해 이들은 ‘꽃할배’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냈다. ‘노인’하면 떠올리던 모습에 활기를 더해주고 그들만의 문화와 추구하는 이상이 있음을 그 프로그램을 통해 알게 되었고 아름다운 노년의 삶에 주목하기 시작하였다.
시니어 스타 전성시대
혹시 다음 이름들의 공통점을 아시는지? 지병수, 김칠두, 여용기…. 황혼에 빛 본 사람들이라는 제호로 실린 기사의 주인공들이다. ‘해가 지고 어스름해질 때’라는 뜻의 ‘황혼(黃昏)’기에 새로운 삶에 도전하여 한창 때보다 더 반짝이는 삶을 살기에 사람들의 관심이 증가하고 있는 분들이다.
가수 손담비의 히트곡 ‘미쳤어’로 폭발적인 화제를 낳은 지병수(77·사회복지관 자원봉사)씨가 지난 3월 29일 KBS 2TV ‘연예가중계’에서 가수 손담비와 함께 무대에서 춤을 췄다. 이는 같은 달 24일 방송된 ‘전국노래자랑’에 출연해 가수 손담비의‘미쳤어’로 SNS를 열광의 도가니에 빠트린 이후에 찾아온 인생 역전으로 그를 ‘꽃할배’ 대열에 합류시켰다,
미혼에 기초수급생활자인 그는 카라, 티아라, 채연 등이 부르는 ‘허니’, ‘인디안 인형처럼’ 등의 빠른 템포의 곡들을 특유의 창법과 리듬감 넘치는 춤사위로 표현해 젊은 층 사이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노래와 춤이 끼가 넘치고 유쾌해서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유도 있지만 넉넉하지 않은 환경에서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것을 찾아 인생을 즐기며 살아온 지 씨의 삶의 방식에 대중이 환호하는 것이다.
지난 3월 28일 개설한 ‘할담비 지병수 – Korean Grandpa's crazy k-pop’라는 유튜브 채널은 만여 명의 구독자가 벌써 생겼다.
20대만 되어도 고령 취급을 받는 모델계에서 은회색 모발과 깊이 팬 주름을 당당히 드러내며 런웨이를 활보하는 65세의 ‘꽃할배’ 김칠두 씨는 국내 1호 시니어 모델로 꼽힌다. 미에 대한 기준이 폭넓어지면서 젊은 층이 점령해온 패션 모델계에도 은발을 휘날리는 시니어 모델이 활약하는 시대가 찾아왔고, 기회를 놓치지 않고 혜성처럼 등장하여 2018년, 2019년 연달아 서울패션위크 런웨이를 장식하였다.
20대 톱 모델도 소화하기 힘든 의상이나 컨셉이 그가 착용하면 세월의 흔적이 녹아든 깊은 주름과 아무렇게나 풀어헤친 은회색 머리카락과 수염 덕에 젊은 모델이 절대 가질 수 없는 독특한 아우라까지 풍기기 때문이다.
패션모델의 꿈을 안고 모델 경연대회에서 입선한 경력도 있지만 식당을 하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졌고 마지막으로 20여년 간 운영한 순댓국집은 분점을 낼 만큼 성공도 거두었다. 유명인을 광고 모델로 내세운 체인 순댓국 식당이 많아지면서 식당 운영이 녹록지 않았고 고령으로 접어들고 있던 차에 막내딸이 시니어 모델을 모집하는 학원에 등록하라고 권유해 그것이 김씨가 ‘모델 김칠두’로서 새로운 삶을 사는 계기가 되었다.
인기비결을 “한국에 없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김 씨는 “새로운 것을 배우고 행동하는 데 너무 고민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그리고 그 결과가 어떻게 되든, 때론 실수하더라도 실망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그 실수는 나의 자산이 될 것이며 그것이 지금의 모델 김칠두를 탄생시켰기 때문입니다”라고 인터뷰하였다.
“모델로 살면서 가장 좋은 것은 내가 평생 경험해 보지 못했을 스타일과 헤어를 다양하게 해본다는 것이에요. 다양한 표정과 포즈를 취했을 때 사람들의 환호 소리가 나오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어요.”
‘부산의 닉 우스터’, ‘남포동 꽃할배’로 불리는 테일러 여용기씨도 SNS 팔로워 5만 명이 넘는다. 그는 1년 전 유튜브 채널 ‘꽃할배TV’를 개설했는데, 브이로그부터 먹방, 본업인 재단 작업까지 전방위로 보여준다.
가죽재킷을 입고 커피를 마시며 부산 핫플레이스에 출몰하는 이 남자의 일상에 젊은이들까지 환호하고 있다. 그는 옷을 잘 만드는 건 물론 옷을 입으면 그야말로 ‘간지’가 난다. 그는 친할아버지처럼 진심 어린 조언을 해주며 젊은이들과 소통하기도 하고 새로운 문화를 직접 경험하고 솔직한 느낌을 털어놓는 시니어 유튜브 크리에이터인 것이다.
이들 외에도 ‘시니어 유튜버’ 대표주자, 박막례(73) 씨와 올해82세가 된 김영원 씨도 있다. 다양한 먹방과 입담으로 엄청난 조회 수를 기록하며 젊은이들과도 소통하면서 황혼기를 아름답게 물들이고 있는 것이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기에 자신의 꿈만을 추구할 수 없어 가장으로서 책임을 묵묵히 수행하고 자녀들이 성장하고 자유로워진 시점에서 자신들이 하고 싶었던 일을 통해 남은 생을 더욱 활발하게 움직이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한 번 쯤 잊고 살았던 꿈을 떠올려보기 바란다.
‘나는 무엇을 하고 싶었지?’ 내 주변에는 가수가 되고 싶었는데 부모가 반대해서 못했고 미술교사가 되고 싶었는데 집에서 공부 뒷바라지 못 해주신다고 해 국어교사가 된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이 어디 한 둘이랴…. 주변 탓도 있지만 본인의 사정으로 포기한 경험은 누구나 한둘 쯤 있을 것이다.
최근에 페이스북으로 친구가 된 대한민국 최고의 나전칠기장인의 공방에 가서 작품을 구경하였는데 사진으로 봤던 작품과는 비교가 안 되게 훌륭한 작품이라 감동을 받고 왔다. 그에게는 오랜 세월 한 분야에 집중하고 몰두한 분에게서 느껴지는 깊이가 있었으며 이제는 그 분야의 최고라는 자부심이 여유롭게 느껴졌다.
이처럼 나이가 들면서 젊은 사람들에게서 발견할 수 없는 연륜은 커다란 경쟁력이 된다. 위에서 거론한분들처럼 꼭 세상의 주목을 받으며 활보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나이가 들었다고 지레 손사래를 치지 말고 나이가 들었기에 가능한 일을 찾아 행복하고 아름다운 노년을 보내기를 바란다.
몇 년 전에 참으로 오랜만에 미국에서 함께 성당에 다니던 분을 만났다. 집을 아름답게 가꾸고 음식 나누기를 즐겨하셨던 고운 분이신데 수줍게 전시회 초청장을 주셨다. 그동안 보태니컬 그림을 배우러 다니셨다며 사진으로 보여 준 그 분의 그림은 평소에 좋아하던 예쁜 야생화 그림으로 말게 채색되어있었다.
‘참 멋져요’하고 짧게 말했지만 매 주 한 번 그림을 그리러 나가고 집에서 조용히 그림을 그리는 그 분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아름답게 느껴졌다. 이 글을 읽는 분들도 잊고 살았던 꿈을 만나 꽃할배, 꽃할매로 아름답게 살기를 바라본다.
[프로필] 김 미 양
• 한국분노조절교육협회 회장
• 교육학박사 • 에듀플랫폼 대표
• 인성교육, 생애주기에 따른 인생설계, 행복100세, 마음관리 강의
• 안양지청 예술치료전문 위원
• ‘달 모서리에 걸어둔 행복’ 저자
• 한국문인 등단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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