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김미양 에듀플랫폼 대표) 어느 날 누가 나를 향해 할머니! 한다면 나는 어떤 표정으로 응대를 할까? 아마도 나의 자녀들이 결혼하여 예쁜 손주를 데리고 와 “할머니! 해봐”하고 그 작은 입에서 “할머니” 비슷하게 발음한다면 감동을 하겠지?
그러나 청바지에 가방을 척! 둘러메고 꽃 달린 스니커즈를 신고 가죽점퍼를 입고 머리에 편광 선글라스까지 얹고 나섰는데 거리에서 만난 꼬마가 그렇게 부른다면 한편으로는 마음이 불편할 수도 있겠지?
예전에 분명 아줌마인데도 거리에서 누군가 아가씨!하면 안도가 되고 아줌마!하면 왠지 마음이 불편했던 그 심정이겠지?
지금은 당연히 아줌마라고 불리고 그래도 마음이 불편하지 않으니 아마도 시간이 흐르면 할머니하고 불리는 것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날이 오리라...
이렇듯 세월은 물 흐르듯이 흐르고 우리는 노인을 향해 간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새가 먹이를 많이 잡는다”라는 속담을 비틀어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새가 피곤하다”고 하는 경우도 있지만 다가오는 미래를 일찍 대비하고 대응할수록 안정된 미래를 맞이할 수 있다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으리라.
그러면 행복하고 보람된 노후를 보내기 위한 노후 준비는 어떻게 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은퇴 연령, 예상보다 5년 이상 빨라
최근 삼성생명 은퇴연구소가 25∼74세의 2453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던 연구 결과를 발표한 ‘2018 은퇴백서’에 따르면 실제 은퇴자 500명은 평균 62세에 은퇴할 것으로 예상하였으나 실제 은퇴한 연령은 5년 빠른 57세였다.
이들의 조기 은퇴 사유는 건강문제가 33%로 가장 많고, 권고사직 등 비자발적 퇴직이 24%이다. 반면, 비은퇴자 1953명이 꼽은 은퇴 예상 연령은 평균 65세로, 실제 은퇴 나이와의 격차가 8년에 달했다.
이 결과에 대해 연구소는 “사전 준비가 충분하지 못한 상황에서 돌발적인 은퇴가 이뤄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응답자들의 돌발 은퇴에 대비한 경제적인 준비는 충분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퇴 후 최소 월 198만원의 생활비가 필요할 것이라고 봤지만, 소득 확보 계획이 있다고 답한 비은퇴자는 전체의 17%에 불과했다. 응답자의 85%는 퇴직 후에도 계속 일하고 싶다고 답했고, 희망하는 최소 급여는 194
만원이라고 답했다.
이렇듯 노후준비하면 경제적인 준비를 우선하여 떠올리기 쉽지만 2012년 삼성생명과 서울대 노년은퇴설계 지원센터가 공동으로 개발하였으며 격년으로 조사를 진행하는 은퇴준비지수를 보면 그 영역들이 경제적인 준비에 머무르지 않음을 알수 있다.
은퇴준비지수는 재무적, 비재무적 영역을 모두 고려하여 은퇴 이후의 삶을 영위하기 위해 얼마나 준비되어 있는 가를 산정한 지수로 은퇴 이후의 삶을 결정하는 생활 영역을 재무, 건강, 활동, 관계 등 크게 4가지 영역으로 나누어 지수를 낸 후 상대적 중요도를 반영하여 종합 은퇴준비지수를 산출한다. 100점을 만점으로 하여 ‘위험’(0~50점 미만), ‘주의’(50~70점 미만), ‘양호’(70~100점) 등 3단계로 구분한다.
‘2018 은퇴준비지수 조사’ 결과, 한국인의 은퇴준비지수 총점은 평균 54.5점으로 나타나 주‘ 의’에 해당하며 특히 자기평가점수 항목은 49.6점 위험 수준으로 노후에 대한 심리적 불안감이 큰 것을 알 수 있다.
재무점수는 67.8점으로 비교적 양호한데 이는 2016년 61.1점보다 7점 높아진 결과이다. 보유 자산을 노후에 쓰겠다는 비율이 높아졌고,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자산가치가 2016년 2억3919만원에서 2018년 2억 8045만원으로 크게 올랐기 때문으로 유추할 수 있다.
한 달에 필요한 노후 소득은 198만원으로 이를 위해 평균 매달 41만원을 저축하고 있다. 한국인의 연금가입률은 공적연금 78%, 퇴직연금 35%, 개인연금 45%로 3가지 연금을 모두 가진 사람들은 은퇴준비지수가 60.6점, 아예 연금이 없는 사람들은 45.3점으로 노후에 대한 편차가 크다.
노후 대비 건강실행점수는 59.1점이며, 이 역시 2016년 55.6점보다 높아진 수치이다. 한국인 80.3%는 규칙적으로 건강검진을 받고 있으며, 71.5%는 금연, 절주, 하루 30분 이상 운동을 하고 있지만 만성질환 보유율이 2016년 30.4%에서 올해 36.1%로 올랐다.
이외에도 한국인이 일주일에 여가활동을 위해 보내는 시간과 노후에 꼭 필요한 친구와의 원만한 인간관계를 보는 관계실행점수는 59.8점으로 평소 마음을 터놓고 지내는 사람의 수는 3.7명이고 어려울 때 도움을 주는 사람의 수는 3.4명으로 나타나 돈, 건강, 취미, 친구가 균형을 이룬 노후 준비가 필요한 것
으로 생각할 수 있다.
장기간의 노후 어떻게 보낼 것인가
우리는 100세 시대를 살고 있다. 그 중 직업을 가진 60세까지의 삶보다 은퇴 이후의 40년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은퇴 이후의 삶의 준비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미래에셋 은퇴연구소는 SF영화 ‘마션’에서 100세 은퇴자의 생존법을 인용하여 제시하고 있다.
특히 “당초 한 달만 머물 예정이었으나 기약 없이 화성에서 살아야 했던 주인공 마크 와트니의 상황은 당초 기대보다 오래 살 수 있게 된 은퇴자의 현실과 유사하다”는 주장에 동의한다.
화성인과 100세 은퇴자의 생존미션으로 화성인이 식량, 우주복, 산소, 물 등을 확인하고 치밀한 생존연장 계획을 세웠듯이, 100세 시대를 앞둔 은퇴자는 정밀하게 은퇴준비를 할 것을 권하는데 이는 노후 시기가 길어져 작은 차이가 가진 여파가 크고, 되돌리기도 어렵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화성인이 보급품인 냉장 감자를 보관하는 대신 농사를 지어 식량을 늘렸듯이, 100세 시대의 은퇴자는 은퇴자산 소진기간을 연장하기 위해 자산증식에 노력을 기울일 것을 제안하고 있다. 60세부터 은퇴자산의 4%를 인출할 때 수익률을 3%로 높이면 은퇴자산 소진기간이 28년, 4%는 34년, 5%는 43년으로 연장된다고 한다.
아울러 영화속 화성인이 교신장치를 만들어 지구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듯이, 100세 은퇴자는 사회참여와 관계망 구축을 통해 삶의 만족감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우리 나라 60대 이상은 자원봉사나 단체에 참여하여 사회관계망이 잘 구축될 때 삶의 만족감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난 김혜령의 연구결과와도 일치한다.
얼마나 더 오래 살 수 있느냐하는 장수에 관심이 있었던 과거의 관점은 건강하고 활동적이며 경제력이 있고 교육 받은 노인의 증가로 장기간의 노후를 어떻게 보낼 것인가에 대한 관심으로 변화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노후를 향해가는 자신의 능동적인 신체적, 경제적, 사회·정서적 준비의 필요성과준비가 필요하다. 이것은 빠를수록 좋다. 아침에 일어나는 새는 피곤하지만 많은 먹이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프로필] 김 미 양
• 교육학박사 • 에듀플랫폼 대표
• 인성교육, 생애주기에 따른 인생설계, 행복100세, 마음관리 강의
• 안양지청 예술치료전문 위원
• ‘달 모서리에 걸어둔 행복’ 저자
• 한국문인 등단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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