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2.06 (금)

  • 흐림동두천 -3.6℃
  • 맑음강릉 6.4℃
  • 구름많음서울 -2.8℃
  • 박무대전 1.3℃
  • 연무대구 7.2℃
  • 구름많음울산 8.4℃
  • 박무광주 3.3℃
  • 구름많음부산 7.9℃
  • 흐림고창 1.9℃
  • 박무제주 7.9℃
  • 구름많음강화 -4.6℃
  • 구름많음보은 0.9℃
  • 구름많음금산 1.9℃
  • 구름많음강진군 3.3℃
  • 구름많음경주시 3.2℃
  • 구름많음거제 5.6℃
기상청 제공

교육

 

(조세금융신문=김미양 한국분노조절교육협회 회장) 살이 조금씩 조금씩 오르더니 옷매무새가 영 보기 흉해져서 긴급하게 걷기를 시작하였다. 하루에 만 보 이상 3일 정도 계속 걸었더니 긴급하게 체중감량하는데 도움이 된 경험이 있기에 어제부터 마음먹고 걷기 운동을 한 것이다.

 

첫날은 다리가 영 무겁더니 하루 지났다고 다리가 조금 편안해진 것이 느껴졌다. 걷다 보니 지자체에서 지역주민들의 건강증진을 위해 걷기코스를 다양하게 개발하고 많은 사람이 이용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배려를 한 것이 느껴진다.

 

특히 무릎이 아픈 노약자들을 위해 만든 북한산 자락길은 걷기도 편하고 안전해서 집주변에 이런 편의시설이 있다는 것이 고마울 지경이었다.

 

내가 사는 곳은 여기를 봐도 산이고 저기를 봐도 산이어서 오늘은 도롱뇽이 산다는 ‘백사실’ 계곡을 통과하여 북악산 둘레길을 지나 인왕산 자락길을 걷기로 하고 점심 무렵에 김밥을 하나 사 들고 출발하였다.

 

마을을 거쳐 산에 진입하는 입구부터 숲이 무성하여 그늘이 져서 6월 한낮이라고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걷기에 쾌적하였으며 시원한 바람마저 불어 즐겁게 산행하였다. 최근에 산 블루투스 이어폰으로 피아노 연주곡을 들으며 산행을 하니 귀를 스치는 바람과 어우러져 산에 오기 참 잘했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오늘 다녀온 산행의 여정 중에 ‘백사실 별서터’라는 곳을 나는 특히 좋아한다. 조선시대 정승 이항복의 별장터라고 하는데 지금은 주춧돌만 남아 그곳에 사람이 살았음을 짐작하게 하지만 주변 풍광이 참 아름다운 곳이다.

 

이곳에 작은 연못이 있었을 것으로 짐작되는 터가 있는데 나는 이곳을 스무 바퀴쯤 돌면서 몸도 풀고 생각도 하고 산행을 시작하는 것을 좋아한다. 오늘도 역시 걷고 앉아서 스트레칭을 하는데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니 6월의 녹음이 어찌나 아름답던지….

 

문득 고등학교 때 국어 시간에 배웠던 이양하 선생님의 ‘신록예찬’이 떠올랐다.

“신록의 아름다움이야말로 참으로 비할 데가 없다. 초록이 비록 소박(素朴)하고 겸허(謙虛)한 빛이라 할지라도, 이러한 때의 초록은 그의 아름다움에 있어, 어떤 색채에도 뒤서지 아니할 것이다. (중략)예컨대, 이러한 고귀한 순간의 단풍(丹楓) 또는 낙엽송(落葉松)을 보라.

 

그것이 드물다 하면, 이즈음의 도토리, 버들, 또는 임간(林間)에 있는 이름 없는 이 풀 저 풀을 보라 그의 청신한 자색(姿色), 그의 보드라운 감촉, 그리고 그의 그윽하고 아담(雅淡)한 향훈(香薰), 참으로 놀랄 만한 자연의 극치(極致)의 하나가 아니며, 또 우리가 충심으로 찬미하고 감사를 드릴 만한 자연의 아름다운 혜택의 하나가 아닌가?”하고 신록의 아름다움을 예찬하며 “초록에도 짧으나마 일생이 있다.

 

봄바람을 타고 새움과 어린잎이 돋아나올 때를 신록의 유년이라 한다면, 삼복 염천(三伏炎天) 아래 울창한 잎으로 그늘을 짓는 때를 그의 장년 내지 노년이라 하겠다”했던 구절이 떠오른 것이다.

 

“‘신록’이 유년이라면 6월의 녹음은 ‘장년’에 해당하는 것이라는 의미이네”하며 산을 바라보니 울창한 숲을 이룬 큰 나무들이 펼쳐준 녹음 우산이 참 고맙게 생각되었다. 신록이 아름답다고 해도 6월의 뜨거운 햇살을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리라는 생각이 들면서 무성한 나뭇잎이 만들어 내는 녹음이 고마운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가만히 보니 녹음이 무성한 나무들은 오랜 세월을 버틴 키가 큰 나무들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지난 4월 한국의 두 번째 추기경님이신 정진석 추기경이 생전에 서약한 대로 각막을 기증하고 선종하셨으며 이건희 회장의 사후 삼성 유족들은 이건희 컬렉션 2만 3000여 점을 기증했다는 기사가 사회면을 장식한 일이 떠올랐다.

 

정추기경은 죽음을 준비하면서 미리 가난한 이들에게 가진 돈을 다 내놨고 선종 후 남은 800만원도 기부했다고 한다. 연명치료 대신 죽음을 담담히 받아들였으며 각막도 기증했다. 그랬기에 “감사합니다. 늘 행복하세요. 행복하게 사는 것이 하느님 뜻입니다”라는 마지막 말이 종교를 떠나 큰 울림으로 다가올 수 있었던 것이다.

 

이건희 컬렉션 기증도 파장이 컸는데 양구 박수근미술관과 서귀포 이중섭미술관에 작품이 보내졌고, 대구·광주시립·전남도립미술관 역시 지역 대표 화가 작품이 보내졌다고 한다. 한 사람의 유산으로 열악한 지방 미술관들이 풍성해졌다고 하니 놀라운 일이다. 이로 인해 이건희 컬렉션을 보기 위한 전국 미술관 순례 코스가 기대되고 있다고 한다.

 

작은 풀잎이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과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모습은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게 하고 기쁨을 주지만 커다란 나무가 드리우는 그늘에 앉아 한낮의 무더위를 피할 때 가지는 고마움을 느끼게 할 수는 없다.

 

어린나무가 큰 나무가 되려면 시간이 걸리고 풍상을 견뎌야 한다. 온갖 인고의 세월을 살아낸 장년들이 어린나무가 자랄 때까지 ‘다 자라서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이라 정의되는 ‘어른’으로 넓은 품을 펼쳐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며 6월의 산을 감사한 마음으로 다녀왔다.

 

 

[프로필] 김미양 한국분노조절교육협회 회장

•(사)시니어벤처협회 생애설계센터장
• 교육학박사
• 감성리더십, 분노조절교육, 논문작성법, 감성소통 등 강의
• 대한어머니회 상임이사
• 시니어벤처협회 이사
• 《달 모서리에 걸어둔 행복》 저자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전문가 코너

더보기



[이명구 관세청장의 행정노트] 공정의 사닥다리
(조세금융신문=이명구 관세청장) 며칠 전, 새로 전입한 사무관들과 조용한 만남의 자리를 가졌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어떤 말을 전해야 할지 잠시 생각하다가, 결국 두 가지만을 강조했다. 인사를 잘하라는 것, 그리고 돈을 멀리하라는 것이었다. 이 말은 새로 만든 조언이 아니다. 지금으로부터 30여 년 전, 내가 사무관이던 시절 같은 과에서 근무하셨던 한 선배 사무관께서 해주신 말씀이었다. 그때는 그 의미를 다 헤아리지 못했지만, 공직의 시간을 오래 지날수록 그 말은 점점 더 분명한 울림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그날, 나는 그 말씀을 그대로 후배들에게 전했다. 인사는 결국 사람을 남기는 일이고, 돈을 멀리하라는 말은 공직자의 판단을 흐리는 유혹과 거리를 두라는 경고였다. 공직은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긴 항해이기에, 처음부터 방향을 잘 잡지 않으면 어느 순간 되돌아오기 어려운 곳으로 흘러가게 된다. 덧붙여 이런 이야기도 했다. 너무 경쟁하듯이 하나의 사다리만 오르려 하지 말고, 각자의 사닥다리를 각자의 속도로 차분히 오르기를 바란다고. 레드오션처럼 한 방향으로 몰려 달리다 보면, 사닥다리가 무너질 수도 있고 병목현상 속에서 누군가는 추락할 수도 있다. 성과와 평가
[인터뷰] 뮤지컬 '4번출구' 제작 김소정 대표...청소년 ‘삶의 선택지’ 제시
(조세금융신문=김영기 기자) “무대 위에서 가장 조용한 숨으로 깊은 소리를 만드는 오보에처럼, 이제는 소외된 아이들의 숨소리를 담아내는 무대를 만들고 싶습니다” 오보이스트에서 공연 제작자로 변신한 주식회사 스토리움의 김소정 대표가 뮤지컬 〈4번 출구〉를 통해 청소년 생명존중 메시지를 전한다. 2026년 청소년 생명존중 문화 확산 사업 작품으로 선정된 이번 뮤지컬은 김 대표가 연주자의 길을 잠시 멈추고 제작자로서 내딛는 첫 번째 공공 프로젝트다. 공연 제작자 김소정 스토리움 대표 인터뷰 내용을 통해 '4번출구'에 대해 들어봤다. ■ 완벽을 추구하던 연주자, ‘사람의 삶’에 질문을 던지다 김소정 대표는 오랫동안 클래식 무대에서 활동해온 오보이스트다. 예민한 악기인 오보에를 다루며 늘 완벽한 소리를 향해 자신을 조율해왔던 그는 어느 날 스스로에게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김 대표는 “어느 순간 ‘나는 무엇을 위해 이 숨을 쏟고 있는가’라는 질문이 남았다”면서 “완벽한 소리를 위해 버텨온 시간이 누군가의 삶과 어떻게 닿아 있는지 생각하게 되면서 개인의 완성을 넘어 더 많은 사람과 만나는 무대를 꿈꾸게 됐다”고 제작사 ‘스토리움’의 설립 배경을 밝혔다. ■ 〈4(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