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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전문가칼럼] 정리가 필요한 '노인'에 대한 개념

 

(조세금융신문=김미양 한국분노조절교육협회 회장) 2019년 6월 8일 아주대학교에서 노인교육학회 세미나가 있었다. 아주대 최운실 교수의 기조 강연을 들으며 나의 관심사 중 하나인 노인교육에 대한 시각을 다시 점검하게 되었다.

 

자발적으로 혹은 비자발작으로 퇴직을 한 시니어들에게 남은 생을 살기 위한 기술교육과 마음교육은 참으로 중요하다. 이런 이유로 나는 시니어들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에 관심을 가지고 실제 행복한 노후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현장에 접목해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강의를 들으며 ‘교육을 해야 할 존재라고 노인을 인식하는 것'에 대한 반성하는 마음이 생겼다.

 

다른 연령층과 달리 인지기능과 신체적 기능을 비롯한 경제적 상황까지 폭 넓은 편차를 가지고 있는 계층이 노인층이지만 이들에게는 각계각층에서 살아온 경험에서 비롯된 경륜이라는 것이 있고 이들의 경륜을 도외시한 채 “변화하는 시대에 무엇인가를 배워야만 살아남는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과연 옳은 것인가?”하는 반성이 뼈아프게 나를 각성시켰다.

 

50이 넘은 나이에 공부를 시작한 내가 어두침침한 눈과 떨어지는 집중력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학위를 취득할 수 있었던 것은 오랜 교사생활을 하며 쌓아온 전문 지식이 젊은 나이에 학문을 시작한 친구들보다 분명 유리한 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나이에 공부를 시작할 때 주변에서 들은 이야기는 나의 기준에서 긍정적인 것과 부정적인 것이 있었는데 “그만하면 됐지 뭘 사서 고생하느냐?”는 걱정 섞인 이야기와 “지금이라도 시작하는 그 용기가 대단하세요.” 하는 것이었다.

 

아무튼 나는 사서 고생을 시작했고 용기를 내어 그 길을 걸었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었지만 주변에 박사학위 받겠다고 소문낸 것이 두려웠고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도움이 될 것이 분명하기에 뒤늦은 나이에 학문에 몰입하여 비교적 단시간에 학위를 취득할 수 있었다.

 

가끔 나에게 질문하는 사람들이 있다. “학위를 취득하니 무엇이 달라졌나요?” 달라진 것은 가끔 ‘김 박사’라고 부르는 호칭 정도이지만, 사실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제가 학위를 받은 이후에 달라진 점은 학위를 받기 위해 연구를 수행했고 그 과정을 통해 궁금한 것이 있거나 해야 할 프로젝트가 있으면 일단 연구를 하는 것이 달라진 것 같아요.” 라고. 이 변화는 사실 내게 큰 것이다.

 

박사학위를 가지고 싶은 마음에 대학원에 입학하였으나 교수님들로부터 듣게 된 이야기는 박사학위란 어느 분야에 대해 자신이 연구를 수행할 능력이 있음을 인정받는 것이라는 말씀이었고 이것은 처음에는 이해가 가지 않았으나 시간이 흐르며 점차 이해하게 되었다. 실제로 이 깨달음은 나의 대학원 생활에 변화를 가져왔고 지인들로부터 “정말 박사님 같네요.”하는 이야기를 듣게 하였다.

 

처음 박사학위 논문 주제를 생각할 때는 관성처럼 양적연구를 하려고 하였는데 지도교수님께서 현상학적 연구방법을 공부하고 논문을 써보면 좋겠다고 권유하여 연구방법론 책을 읽고 수업도 듣고 알아보니 나에게 적합한 연구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상학이란 “사상(事象) 그 자체로 돌아가라”를 모토로 삼으며 우리가 사물을 바라볼 때 각각의 사태에 충실해서 인간의 감정을 이입하는 직관의 도움을 받아, 사물 그 자체의 본질이 드러나게 하는 처방을 말한다. ‘어떤 경험을 겪는다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반복함으로써 연구 문제에 접근한다.

 

현상학적 연구는 자료 수집 및 분석과정에서 자신의 선입견을 ‘판단중지’하고, 연구하고자 하는 체험의 영역으로 ‘환원’해 몰입함으로써 ‘의식’의 ‘본질적’이면서 불변의 구조를 탐색한다. 이러한 현상학적 연구를 처음 권하시면서 교수님은 “젊은 학생이면 권하지 않았을 텐데 교육현장에서 학생들을 많이 보시고 상담관련 업무도 보고 계시고 수필도 쓰고 계시니 아마도 잘하실 수 있을 거예요.” 하셨는데 연구를 수행하면서 그 뜻을 이해하게 되었다.

 

지금 눈앞에 보이는 것은 단순한 현상이 아니라 그동안의 경험과 개인의 동기들이 반영되어 나타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의식의 본질적인 면을 탐색하는 일은 사실 쉬운 일이 아니지만 그래도 삶의 경험이 있는 나에게는 좋은 연구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러한 조언을 해주신 교수님에 대한 고마움은 아직도 크다.

 

노인교육학회의 ‘성찰하는 노년’이라는 주제의 기조연설을 들으며 본인의 학위논문에 대한 경험이 문득 떠오른 것은 그 주제에 공감하는 바가 너무도 크고 노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경제적 문제와 남은 생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에 대해 초점이 맞추어져 있고 노인은 ‘늙은 사람’이라는 편견이 바탕이 된 것이 많기 때문에 이의 시정이 시급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미 우리나라가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었고 장수시대가 시작되었다는 것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실제로 차를 운전하고 신호등을 기다리다보면 느릿느릿 걸어가는 노인들과 주민자치센터들의 시니어 대상 강좌들의 현수막의 증가로 대한민국의 초고령화 사회를 체감할 수 있다.

 

평생교육 차원에서 노인교육 프로그램이 많이 만들어지고 운영되어지는 지금, 노인교육을 받는 당사자로서의 ‘노인’에 대한 개념 정리는 시급한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노인’을 ‘늙은 사람’의 동의어나 유사어로 인식한다면 병들고 완고하며 보호해야 할 존재로 인식하게 되지만, ‘노인’을 ‘나이든 사람’으로 인식한다면 그 분들의 경험과 경륜을 존중하며 나아가 남은 생을 사회에 기여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계층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대상으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겁니다.”라는 대중가요 가사에 많은 사람이 공감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생각이 든다.

 

성찰의 사전적 의미는 ‘자신이 한 일을 깊이 되돌아보는 일’을 뜻하며, 주로 자신의 내면적 활동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심리학에서는 메타인식으로 다루어지고 있다. 교육학적으로는 성찰을 듀이(Dewey, J.)의 ‘반성적 사고’로 설명하며, 합리성과 증거를 바탕으로 신념을 확립하려는 의식적이고 자발적인 행동을 의미한다.

 

성찰은 기존의 인지구조에 바탕을 두고 새로운 경험이나 지식을 평가하고 해석함으로써 새로운 이해를 이끌어내는 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다. 또한 성찰은 우리의 사고나 신념체계가 가지고 있는 왜곡을 수정하고 발전적 학습으로 지향해 가기 위한 동인(動因)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노인의 성찰’은 긴 세월 살아오는 동안 자신이 한 일을 되돌아보며 앞으로의 삶도 주인공으로 당당하게 살아가는데 있다고 본다. 이 때 잘못된 신념체계의 왜곡을 수정하고 발전하기 위한 ‘학습’이 필요할 것이다.

 

‘너희는 늙어 봤니? 나는 젊어 봤다’라는 말처럼 ‘나이 든’ 우리들에게 있는 경험을 바탕으로 배움을 통해 활기찬 노년기를 보내는 ‘칠곡가시나’들처럼 ‘성찰하는 노인’으로 행복하고 즐겁게 살아보자.

 

[프로필] 김 미 양

• 한국분노조절교육협회 회장

• 교육학박사 • 에듀플랫폼 대표
• 인성교육, 생애주기에 따른 인생설계, 행복100세, 마음관리 강의
• 안양지청 예술치료전문 위원
• ‘달 모서리에 걸어둔 행복’ 저자

• 한국문인 등단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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