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김미양 한국분노조절교육협회 회장)
건배사 중에 이런 것이 있습니다. ‘9988! 234!’
“99세까지 88하게 살다가 이틀이나 사흘만 앓다가 죽자”라는 의미라고 합니다. 최근에 이 건배사가 참으로 많은 이들이 진실로 바라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누구나 그렇게 되기를 바라지만 바라는 이의 의지와는 별 관계가 없는 바람이라는 것을 점점 알게 됩니다.
사람이 원한다고 해서 가질 수 없다는 것쯤은 알만한 나이가 되었지만 그래도 그 결과에 본인의 노력여하가 성패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기에 ‘안 되면 될 때까지 하지 뭐’ 하는 마음이 생기기도 하였지만 50대 중반을 넘기고 주변에 아프신 어르신들을 보니 건강만은 본인의 노력이 사실은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지는 않아서 두려운 마음이 슬슬 듭니다.
시아버님은 제가 대학교 졸업식을 앞두고 돌아가셨는데 제 기억 속의 아버님은 참으로 반듯하신 분이었습니다. 짧은 제 기억 속의 아버님은 어머님에게 한없이 깍듯한 분이셨고 몸에 좋지 않은 것은 물론 마음에 좋지 않은 것도 안하신 분이였습니다. 지금 파킨슨병으로 몸을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시는 어머니도 마음도 몸도 나쁜 것은 하지 않는 분이시구요.
그런데 아버님은 암으로 60세를 넘기시지 못하고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두 아드님이 24시간 돌봐드려야 다리를 움직이고 팔을 들 수 있는 처지이시니 이런 모습을 지켜보는 저에게 9988234는 참 소망스러운 건배사가 되었습니다. 9988234는 아니어도 7788234라도 되었으면 하는 소망을 가지게 됩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줄담배를 피우시던 외할머니는 구순을 넘기실 동안 건강하게 사셨고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시던 할머니도 돌아가시기 전에 병원생활을 조금하기는 하셨지만 돌아가시기 전까지 우리들에게 농사지으신 고춧가루를 보내주셨습니다.
늘 건강을 장담하지 못해 조금만 아프면 병원에 달려가시던 아버님은 팔순을 넘기셨어도 목소리가 쩌렁쩌렁하시며 강건해 보이시던 어머님은 환갑을 넘기시고 돌아가셔서 죽음에는 순서가 없다는 것을 우리에게 보여주셨습니다.
이렇듯 건강과 장수에 개인의 노력여하는 많은 영향을 미치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지난 호에 이어 건강에 관한 글을 쓰는 것은 누군가의 말처럼 건강은 삶의 필수요소이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을 들라면 건강, 자산, 직업, 사회적 관계 등이 있지만 이 모든 것은 건강이 바탕이 되어야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건강이라는 것이 필요할 때,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막상 건강은 지키기 어려운데도 건강을 지킬 나이에는 건강의 소중함을 모르고 지나치기 쉽습니다. 오늘 중학생으로 보는 아이가 앞에 걸어가는데 보기에도 비만으로 보여 마음속으로 ‘저 아이가 체중을 잘 관리해야 할 텐데’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한창 자라나는 자녀들을 둔 가장이 어느 날 문득 발병하여 한 가정을 위태롭게 하는 경우도 왕왕 보는데 꼭 이런 경우 아니어도 ‘나는 늘 건강할거야’ 하는 막연한 생각으로 건강을 지키기 위한 어떤 노력도 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을 봅니다.
저의 경우도 그런 것 같습니다. 어려서 정성껏 음식을 해주시던 어머니 덕분에 좋은 것을 먹고 자랐고 타고난 강골이라 뼈가 튼튼한 편이고 정말 다행인 것은 유연성이 좋아 별다른 노력 없이 건강을 지켜온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요즘 노년기의 행복한 삶을 위한 글을 쓰다 보니 근원적인 노인의 문제에 접근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무엇보다 건강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 어떻게 보면 제게는 커다란 소득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덕분에 지난달부터 운동을 시작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제 중년기를 보내고 있는 제가 앞으로 운동을 한다고 해서 병이 걸리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지만 그래도 병에 걸리지 않고 사는 동안은 몸과 마음이 건강한 상태로 살아가기 위해 시간적인 투자와 노력을 하기로 마음먹은 것입니다.
최근 들어 ‘연금보험’보다 ‘근육통장’이 노년기에 더 중요하다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근육이 개인에게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기에 아침에 일어나 인근의 학교 운동장에 걸어가 빠른 걸음으로 운동장 걷기와 계단 오르기를 하고 있습니다.
2019년 6월 2일자 헬스조선에 의하면 엉덩이는 우리 몸에서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는데 상·하체를 연결하면서 골반과 대퇴, 허리를 동시에 잡아줘 척추를 바로 서게 한다고 합니다. 엉덩이 근육이 약해지면 자세가 구부정해지고, 몸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쉽게 넘어지게 되고 척추가 뒤틀리거나 뼈가 부러질 수 있습니다.
처지고 빈약한 엉덩이는 관절 질환을 유발하고 또 골반 가장자리에 위치한 고관절이 골절되면 움직임에 장애가 생기고, 합병증을 유발해 사망에 이를 수 있습니다. 근육이 없는 노인은 근육이 있는 노인에 비해 사망률이 3배 더 높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있는데, 엉덩이 근육은 우리 몸을 구성하는 가장 큰 근육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엉덩이 근육을 키우는 것은 노년기 사망률을 줄이는 것과도 연관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근감소증이 있는 남성은 그렇지 않은 남성보다 사망률이 4.13배 높다는 2016년 서울대 의대 연구진의 연구결과와도 일치합니다. 근감소증이 노인의 주요 사망 원인 중 하나인 ‘낙상’ 가능성을 높이고, 각종 질환에 걸렸을 때 회복을 더디게 하기 때문입니다. 근감소증에는 특별한 약이 없기에 규칙적인 근력 운동과 충분한 단백질 섭취로 근육 감소를 최대한 늦추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이러한 근감소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전체 근육의 3분의 2가량을 차지하는 하체운동에 집중하는 것이 좋습니다. 걷기운동은 엉덩이와 허벅지 근육량 증가에 도움이 되고 몸에 큰 무리가 되지 않아 노년기에 가장 좋은 근감소증 예방운동입니다. 근육의 주성분인 단백질 섭취를 늘리는 것도 중요한데, 콩은 인체에서 스스로 합성하지 못하는 8가지 필수 아미노산을 모두 포함하고 있어 근육량 유지에 도움이 되니 두부나 나또와 같은 식품을 섭취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오상우 동국대 일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2019-08-26 동아일보) “한국노인들은 육류를 먹으면 비만이나 암에 걸린다는 인식 때문에 단백질 섭취가 부족한 편”이라며 “나이가 들수록 단백질의 체내 흡수가 더디기 때문에 육류를 꾸준히 섭취해야 근육 손실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노년공감’이라는 책에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나이란 과거를 기준으로 하면 오늘이 제일 늙은 나이이고 미래를 기준으로 하면 오늘이 가장 젊은 날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016년 ‘근감소증’에 ‘사코페니아’라는 이름을 붙여 질병코드를 부여할 만큼 나이가 들면서 근육이 줄어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합니다.
골격을 지탱하는 근육량은 대개 30대 초반에 정점을 찍은 뒤 40세부터 매해 평균 1%가량 감소하지만 최근엔 근육량 감소를 노화의 당연한 과정으로 여기지 않고 질병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행복한 노년을 위해서는 근육량 유지가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연금보다 중요한 근육량 유지를 위해서 걷기 운동 및 하체강화운동을 일상에서 자주자주 해주고 단백질 섭취를 꾸준히 해주는 것이 필요하며 9988234를 위해 꼭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을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누구에게나 오늘은 단 하루입니다.
그러나 오늘이 모여 나의 삶이 되며 오늘이 모여 미래가 됩니다. 그러니 오늘, 나를 위한 건강에 투자하는 하루 보내시죠.
[프로필] 김 미 양
• 한국분노조절교육협회 회장
• 교육학박사 • 에듀플랫폼 대표
• 인성교육, 생애주기에 따른 인생설계, 행복100세, 마음관리 강의
• 안양지청 예술치료전문 위원
• ‘달 모서리에 걸어둔 행복’ 저자
• 한국문인 등단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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