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김미양 한국분노조절교육협회 회장) 한 해 책 두 권 내는 만 100세 철학자 김형석 교수는 지난해 강연을 170여회 소화하며 100년을 산 사람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지를 전해주고 있다. 전례 없던 100세 시대를 맞아 설레고 기쁘기만 한 것은 아니고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행복하게 사는 것인지 등 불안하고 허둥거리는 느낌마저 든다.
이처럼 덤으로 받은 남은 인생을 잘 살기 위해 필요한 인생관과 가치관 정립이 필요한데, 먼저 100세 인생을 산 이의 지혜를 빌린다면 앞으로의 삶이 조금 더 명확해지기 때문에 김형석 교수의 강의는 많은 곳에서 요청받고 있는 것이다. 김형석 교수는 1960년대에 발표된 초대형 베스트셀러 《영원과 사랑의 대화》의 저자로 유명해졌다.
뿐만 아니라 삶을 관통하는 철학적 사유로 우리를 일깨우는 시대의 지성으로 아직도 왕성한 저작 및 강연 활동을 통해 인생을 돌이켜 깨달은 삶의 비밀들을 인생 후배들에게 들려준다. 《백년을 살아보니》에서 그는 “인생은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것이라고. 돌이켜보면 힘든 과정이었지만, 사랑이 있는 고생이 행복이었다고.” 그리고 고백한다. “그것을 깨닫는데 90년이 걸렸다고...” 또, 이런 말도 전한다. “돌아보니 65세부터 90세까지는 열매 맺어 사회에 돌려주는 기간이다.”
최근에 받은 메시지에 이런 내용이 있었다. 나이가 들면 정말 무서운 것이 있는데 돈이 없어 궁핍한 생활을 하는 것도 아니고 자식들이 자주 찾지 않아 외로움을 느끼는 것도 아니고 “내 발로 다니지 못하는 것”으로 스스로 다니지 못하게 되면 미래의 희망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그 영상은 하루에 5분이라도 스쿼트를 하여 마음의 건강을 유지하고 삶의 질을 올리라는 권고로 끝을 맺으며 ‘매일 5분으로 당신의 인생을 변화시켜라’는 메시지를 던져 주었다. 그동안 연재한 내용에 썼듯이 육체적인 건강은 점점 노년이 되어가는 우리들에게 정말 중요한 것이다.
그러나 엄밀히 이야기하면 “신체적 노화는 어쩔 수 없지만, 정신적 노화는 자신의 책임”이라는 김형석 교수의 이야기를 오늘은 되새겨 보아야겠다.
“모든 병은 마음에서 온다”라는 이야기도 있듯이 인간에게 마음의 힘은 참으로 위대하다. 마음만 먹으면 불가능도 가능하게 하고 마음이 없으면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못하게 한다. 마음이란 것이 어디에 있는것인지, 무수히 많은 이론과 논쟁들이 있지만 아무튼 마음은 나를 움직이게 하는 힘인 것은 부인 할 수 없는 것이다.
그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이유는 사람마다 다른데 “내가 이 나이에 뭘...” 하면서 시도하지 않고 뒤로 물러서는 경우가 아마도 정신적 노화를 가져 오는 것이라고 이야기를 해도 무방할 것이다.
특히, 나이를 먹으면 귀가 얇아지고 옹졸해진다는 말이 있는데, 이는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나이 드신 분들이 귀에 듣기 좋은 사탕발림 같은 말을 하면 참 좋아하고 자신과 반대의견에는 그것이 맞는 말이어도 버럭 화를 내는 경우를 흔하게 볼 수 있다.
그 이유로 뇌의 노화를 들 수 있다. 나이가 들면 신체 근육이 줄어들듯이 뇌도 줄어드는데 그 중에서도 감정 조절을 담당하는 전두엽이 가장 먼저 줄어들어 노화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두엽이 담당하는 감정 조절이 잘 되지 않아 버럭 화를 내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나이가 들면 몸만 늙는 것이 아니라 모르는 사이 생각도 늙는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생각이 늙는 것을 막을 수 있을까? 나도 뒤늦게 공부를 시작하였지만 최근 지인들이 박사학위 취득 소식을 전해오고 현재 대학원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분들이 많다. 각 대학의 평생교육원에 다니기도 하고 주민센터나 공공기관에서 제공하는 교육프로그램을 이수하며 배움을 하는 분들이 많다.
협회가 소재한 건물의 청소하시는 아주머니는 힘들게 노동을 하면서도 시간을 쪼개어 심리관련 교육을 들으시며 최근 뇌교육에 관심이 생기셨다고 싱글벙글 하셨다. “강의를 듣는 것이 재미있고 또 다른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에 자꾸 새로운 것에 도전하게 된다”는 아주머니를 보며 생동감을 느꼈다.
이처럼 늦은 나이에도 뭔가 새로운 도전을 한다는 것은 뇌를 젊게 하는 최상의 방법이다. 나이가 들면 뇌가 굳어서 기억력을 비롯해 뇌 기능이 전체적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뇌는 나이와 함께 노화하는 기관은 아니다. 나이가 들면 신경세포가 감소하지만, 수량은 여전히 충분하기 때문에 기능 저하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중요한 것은 나이 들어가는 자신의 뇌에 대해 얼마나 아는가 하는 것이다.
40대부터 인간의 뇌는 기억력이 떨어지는 등 노화에 따른 변화가 생기다가 60세 전후가 되면 뇌의 부피가 감소한다. 이와 같은 뇌의 수축은 신경세포가 사라지기 때문이 아니라 신경세포 자체의 부피가 줄고 신경세포 간의 시냅스가 감소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가 노화라고 일컫는 현상, 인지 능력이나 기억력 감퇴 등은 시냅스의 감소로 일어나는 것이다.
70세가 되면 기억력 저하와 함께 전전두엽이 작아져 생기는 실행 기능의 저하가 생긴다. 이 때문에 처리속도와 반응 속도, 작업 기억 같은 기본적인 기능들이 떨어진다. 예를 들면 계산 속도가 떨어지는 것 같은 것인데 다행히 계산하는 능력자체는 학습을 통해 후천적으로 길러진 지능이기 때문에 나이가 들어도 계속 유지된다. 노인과 젊은이의 두뇌 기능의 차이를 연구한 한 실험이 있었는데 어려운 문제를 풀 때 노인들은 젊은이들에 비해 속도가 느렸지만, 나중에 다시 비슷한 문제를 풀게 했을 때는 노인들의 정답률이 젊은이들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나왔다.
이처럼 노인의 뇌는 필요한 정보를 활용하는 능력이 젊은이보다 뛰어나고 뇌는 나이 들어도 늙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나이 탓이니 어쩔 수 없어”하며 뇌기능이 쇠퇴하는 것을 그냥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된다. 이미 과학적으로 뇌는 쓰면 쓸수록 단련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건강한 노인으로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뇌 활동이 중요한 것이다.
그중 하나가 바로 공부다. 악기연주, 요리 등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새롭게 공부하면 기억력이나 집중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 60대 후반에 알토섹소폰을 배워 길거리 연주를 통해 봉사도 하고 실력도 쌓으시면서 대회에 나가 수상까지 하신 분을 알고 있다. 그 분은 정말 열심히 레슨도 받으시고 연습도 하셨는데 교도소에 오케스트라와 함께 봉사활동도 하시고 요즘은 여러 군데서 연주 요청을 받고 계신다고 하셨다.
또 다른 한분도 퇴역하시기 전에 펜풀룻을 배워 펜풀룻스쿨을 만들어 가르치며 연주하는 활동을 하고 계시는데 보람 있고 행복하다고 하셨다. 내 동생도 요즘 집에 드럼을 구비하고 배우러 다니고 있는데 즐거움이 크다고 한다. 이처럼 새로운 분야에 대한 도전과 몰입은 행복감을 증진시키는데 크게 기여한다. 게다가 육체적인 건강까지 함께 선물해 준다.
김형석 교수는 “늙었다며 후퇴하지 말고 전 세대가 겪고 있는 문제 속으로 뛰어들자”며 사회적인 참여까지 제안하고 있다. 젊은 세대의 어려움에 공감해주며 더 넓은 포용성으로 다가간다면 나이 드신 어른들의 지나온 세월에 대한 존경으로 젊은 세대들과 소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과의 소통은 젊은 생각으로 이끌어주어 더 행복한 노년이 될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
[프로필] 김 미 양
• 한국분노조절교육협회 회장
• 교육학박사 • 에듀플랫폼 대표
• 인성교육, 생애주기에 따른 인생설계, 행복100세, 마음관리 강의
• 안양지청 예술치료전문 위원
• ‘달 모서리에 걸어둔 행복’ 저자
• 한국문인 등단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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