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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뉴스

광복절 경축사 '키워드' 고심…설문조사로 '경제' 뽑아

비서실장·정무수석 주재 TF로 준비
일본어 번역본 별도 준비…"정확한 메시지 전달"
김기림 詩의 '새나라 頌' 인용…남북협력 비전 제시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세 번째를 맞이하는 15일 광복절에 발표된 경축사는 고심을 거듭한 끝에 작성됐다.

 

광복절 경축사는 3·1절 기념사, 국회 시정연설 등과 더불어 대통령의 한해 연설 중 가장 주목도가 높은 연설로 꼽힌다. 일본의 경제 보복 등 최근 들어 한일관계가 급변한데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 등으로 안보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올해 경축사에 어떤 대외 메시지가 에 유독 더 큰 관심이 쏠렸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이번 경축사를 준비하는 데 한 달 반 정도 걸렸고, 막판까지 수정을 거듭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장 큰 이유는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와 그에 대한 정부의 대응조치 등이 이어지면서 이달 초까지 동북아 안보 정세가 급변한 탓이다.

 

특히 일본의 부당한 경제보복 조치에 대한 메시지를 담으면서도 한일 간 미래지향적 관계의 가능성까지 고려해 정교하게 '수위 조절'을 해야 하는 부담이 컸다.

 

통상 이전 정부에서는 대통령 메시지 창구가 한정된 데다 광복절 경축사의 중요도를 감안해 그 작성 기간을 석 달 정도로 잡았다고 한다.

 

하지만 SNS 활성화로 메시지 전달 창구가 많아져 몇 달씩 경축사를 준비할 필요가 없다는 문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짧은 기간에 준비하려 했지만 시시각각 요동치는 동북아 정세 탓에 한 달 반의 시간이 소요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이 기간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강기정 정무수석이 주재하는 태스크포스(TF)를 각각 세 차례씩 여는 등 '압축적으로' 경축사 준비에 공을 들였다.

 

TF 회의에는 정무·평화기획·통일정책 비서관 등이 참여했다.

 

청와대는 민정비서관실·정책조정비서관실·정무비서관실을 통해 사회 각계각층에 경축사에 어떤 내용이 담겼으면 하는가를 묻는 설문조사까지 했다.

 

교수를 비롯한 전문가와 국회의원 등에게 의견을 물어 국민 다수가 경제에 관심이 많다는 결론을 내렸고, 이 부분이 경축사에도 비중 있게 반영됐다.

 

청와대는 별도로 영어와 일본어 번역본을 제작하기도 했다.

 

영어 번역본을 별도로 작성한 적은 많지만, 일본어까지 번역본을 준비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그만큼 이번 경축사에 대한 일본의 관심이 높다는 점, 한일 관계의 민감함을 고려할 때 메시지가 정확히 전달돼야 하는 시점이라는 것 등이 고려된 조치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가뜩이나 민감한 시기다. 경축사 메시지가 자의적으로 해석돼 잘못 전달되는 것을 막고자 정확한 번역본을 준비한 것"이라고 말했다.

 

번역본은 정부 다국어 포털사이트 코리아넷 등에 게시될 예정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번 경축사의 키워드라 할 수 있는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는 1930년대 모더니즘의 대표주자로 활약하다가 한국전쟁 중 납북된 김기림 시인의 시 '새나라 송(頌)'에서 차용됐다.

 

이는 경축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광복 직후 문학작품 중 경제건설과 관련한 좋은 이야기를 찾아보라'는 문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경축사 도입부에 심훈의 '그날이 오면'에 나오는 한 대목을 인용했는데, 이 시는 광복을 염원하는 작품 중 문 대통령이 가장 좋아하는 시라고 한다.

 

경축사 중 '농업을 전공한 청년이 아무르 강가에서 남과 북, 러시아 농부와 대규모 콩 농사를 짓고 청년의 동생이 서산에서 형의 콩으로 소를 키우는 나라'라는 대목도 눈에 띈다.

 

면적이 서울시 크기의 4배로 러시아에서 가장 면적이 넓은 주인 아무르주에서 재배되는 콩은 러시아 콩 생산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이곳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2011년 방문한 뒤 대규모 농장 설립을 추진했던 곳으로, 일설에는 김 위원장의 출생지가 아무르강 유역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안중근 의사의 두 동생인 정근·공근이 이 지역에서 벼농사에 성공했고 현재는 한국의 농업 기업이 진출해 있는 등 역사적으로 시사하는 바가 큰 만큼 문 대통령은 남북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자 아무르주 이야기를 꺼낸 것으로 보인다.

 

서산도 남북 협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곳이다.

 

1998년 '소 떼 방북' 당시 북한으로 올라간 소들이 아산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조성한 서산 농장에서 자란 소들이다.

 

경축사에는 독립운동가들의 사상과 명언 등도 담겼다.

 

평화·번영을 향한 우리의 기본정신을 강조한 대목에서는 사람과 사람, 민족과 민족, 국가와 국가 사이의 균등을 주창한 조소앙 선생의 삼균주의(三均主義)가 인용됐다.

 

우리 힘으로 경제 강국을 이루겠다는 의지를 강조하고자 쓰인 '나는 씨앗이 땅속에 들어가 무거운 흙을 들치고 올라올 때 제힘으로 들치지 남의 힘으로 올라오는 것을 본 일이 없다'는 어구는 남강 이승훈 선생이 남긴 말이다.

 

이 어구는 경축식이 열린 독립기념관의 독립운동가 어록비에도 새겨져 있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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