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방영석 기자) 7년만에 한화손보의 새로운 사령탑으로 취임할 강성수 대표이사 내정자가 실적개선 및 재무건전성 개선이라는 어려운 과제를 안았다.
기획과 재무 부서 임원 업무를 장기간 수행하면서 재무통으로 손꼽혔던 강 대표이사는 적자의 늪에 빠져 신용등급이 잇달아 떨어진 한화손보의 구원투수 역할을 수행해야하는 상황.
보험업계는 한화손보가 손해율이 높은 상품을 정리하고 수익성 위주로 판매상품을 재편하는 한편 자회사인 캐롯손해보험을 통해 온라인 분야의 역량 강화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손보 임원추천위원회는 지난달 말 강성수 사업총괄 부사장을 최고경영자 단독 후보로 추천했다. 7년 만의 새 사령탑으로 재무 전문가인 강 내정자가 선택받은 것.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그는 1988년 한화증권 입사를 시작으로 한화그룹과 인연을 맺었다.
강 후보자는 입사 후 한화건설을 거쳐 무역과 화역 부문에서 경영기획 상무직과 전무직을 수행했다. 이후 2016년 한화손보 재무담당 전무직으로 옮기면서 보험업계에 첫 발을 들이게 됐다.
2018년부터 지난해 말까지는 한화 지주 경영부분 재무담당 부사장직을 담당한 그는, 올해 1월에는 한화손보 사업총괄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던 상태.
임추위는 스스로 강 후보자의 재무전략 전문가로서의 역량을 높이 평가하고 손익과 재무구조 개선의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강 내정자가 대표이사의 자리에 올랐지만 ‘꽃가마’를 탔다기 보다는 ‘구원투수’의 등판이라는 보험업계의 평가를 받는 이유 역시 바로 여기에 있다.
강 내정자가 당장 직무를 수행하면서 해결해야 하는 과제는 극도로 부진한 한화손보의 실적을 반등시키는 것이다.
한화손보는 작년 69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2013년 이후 6년만에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2018년 1105억원을 기록했던 영업이익도 지난해 940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자동차보험과 실손보험 손해율 악화의 직격탄을 맞음에 따라 해당 상품을 대체할 뚜렷한 수익원이 없던 한화손보의 실적 역시 곤두박칠 친 셈이다.
실제로 강 내정자의 전임자인 박윤식 한화손보 대표는 3연임에 성공하면서 7년이나 한화손보를 성공적으로 이끌었지만 최근의 실적 부진과 재무구조 악화의 벽을 넘지 못하고 물러난 바 있다.
더욱 어려운 상황은 한화손보의 실적부진이 재무건전성 자체의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보험영업 부진을 상쇄하던 투자영업이익 분야에서 저금리 및 글로벌 경기 악화로 더 이상의 성과를 거두기 어려워짐에 따라 성장동력 자체가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화손보는 금융감독원의 경영실태평가에서 낮은 평가를 받아 경영관리대상으로 편입되는 한편, 글로벌 신용정보사로부터 잇달아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굴욕’을 겪었다.
자연스레 보험업계의 관심은 새 새령탑으로 부임하는 강 내정자가 이 같은 난제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집중되어 있다.
한화손보는 보험 포트폴리오 개선을 통해 손해율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또 내부적으로는 임원 수를 줄이는 등 긴축경영에도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보험업계는 한화손보가 메리츠화재가 이미 선보인 바 있었던 ‘선택과 집중’ 전략을 적극적으로 벤치마킹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손해율 개선이 어려운 반면 대형사 대비 점유율 측면에서도 우세하지 못한 자동차보험과 실손보험 등의 비중을 줄여나감과 동시에,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장기인보험 시장에 가용 자본과 인력을 총동원할 것이란 분석이다.
한화손보가 야심차게 출범시킨 온라인 전업 손해보험사인 자회사 ‘캐롯손해보험’은 강 내정자의 판매채널·상품 다변화의 ‘히든 카드’로 꼽히고 있다.
전속설계사 규모가 크지 않고 GA를 통한 매출 향상에도 경쟁사와 ‘치킨게임’을 벌이기 어려운 상황이니, 캐롯손해보험이 급성장하고 있는 온라인 채널을 선점하기 위한 한화손보의 포석이라는 것.
실제로 캐롯손해보험은 지난달 출범한 이후 운전한 만큼 보험료를 납부하는 ‘퍼마일 자동차보험 프로세스’로 특허청의 BM특허를 획득했다.
손해보험협회를 통해서도 ‘스마트ON보험’으로 손해보험협회로부터 배타적사용권을 획득하는 등 불과 한 달 사이 3건의 특허·배타적사용권을 쓸어담으며 상품 경쟁력 확보에 만전을 기하고 있는 상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소사인 한화손보의 실적 부진 해결을 위해서는 판매상품군의 재편과 판매채널의 재구성 등 경영 방식의 전면적인 변화가 불가피하다”며 “재무전무가인 강 내정자 입장에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장기적인 전략을 수립·추진해야 하는 부담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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