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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산책] 현실과 낭만 사이, 고급 신파극의 감동…영화<냉정과 열정 사이>

 

 

(조세금융신문=이상현 기자) 도무지 극장에 갈 짬을 못내다가 주말 <교육방송(EBS)>의 주말명화 <냉정과 열정 사이(冷静と情熱のあいだ, Between Calm And Passion)>를 봤다.

 

꼭 20년 전에 개봉한 영화인 데다 아시아 정서를 공유하는 일본 감독이 만든 사랑 영화라서였을까.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았다. 평생 잊을 수 없을 정도로 강렬했던 사랑이 자주 엇갈린다. 애틋한 그리움이 극 전개의 또 다른 모티브와 만나는 장면을 본다. 이런 신파극의 구성은 아시아인에게 익숙하고 즐겁다.

 

캠퍼스 커플이던 준세이(남)와 아오이(여)는 여차여차 헤어졌고, 저차저차 일본(남)과 이탈리아 밀라노(여)에 살게 된다. 대학생 시절 온갖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었지만, 헤어진다. 이유는 나중에 드러났고 매우 의외였다. 준세이 아버지가 아오이를 만나서 헤어지길 종용했고, 아오이는 사랑하는 남친의 가정불화를 원하지 않았다. 늘 그렇듯, 이 경우 남친은 까맣게 모르고 괴로워하며, 여친을 잊네 마네 휘청거린다.

 

미술 전공자인 준세이. 우연인지 필연인지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망가진 고화를 복원하는 직업을 갖게된다. 준세이 아빠는 아들이 창작 그림을 하길 바랐다. 하지만 아무튼 준세이는 아빠의 공작을 모른 채, 아오이가 자기를 떠난 이유가 덩치 크고 힘 좋아 보이는 이탈리아 남정네 때문으로 오해한다.

 

운명적 연인으로 믿어온 아오이가 서양남자와 사귀는 걸 본 준세이는 일본으로 귀국해 무기력한 나날을 보낸다. 그러다가 다시 고화 복원사 일을 하러 피렌체로 나간다. 지도교수님이 자살하는 일이 계기였던 것 같은데, 전체 이야기 속 배치 이유가 잘 와닿지 않는다. 이탈리아 여배우는 연기도 잘 못하는 것 같다.

 

아참, 둘은 스무살에 사랑을 나누며 10년 후 생일날 피렌체 두오모 성당에서 만나자고 약속했다. 연인들의 성지로, 영원한 사랑을 약속한다는 곳이 아니던가. 이미 엇갈린 처지였지만, 둘은 아오이의 서른살 생일날 두오모 성당 꼭대기에서 만난다. 안 만나면 영화가 되겠나.

 

머쓱하게 “밥을 먹자”는 준세이에게 아오이는 “따라오라”며 야외 연주회장으로 그를 데려가고, 거기서 대학 캠퍼스에서 맨날 틀리는 부분만 틀리던 첼로 전공 음대생의 그 곡을 다시 접한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둘은 손을 잡고 입을 맞춘다. 10년 전처럼. 배우들도 잘생겼지만, 우연이 빚어낸 둘의 애틋한 재회가 아름다운 피렌체 공원의 파스텔톤 배경과 어우려져, 꽤 멋졌다. 그렇게 둘은 준세이의 피렌체 집에서…. (기사 심의상 여기까지만)

 

이튿날 아침 아오이는 아침 커피 타 준 준세이에게 “만나서 좋았어”라는 말을 남기고 떠난다. 남자들은 대개 이런 장면에서 분노가 극대화 된다. 떠나는 아오이에게 “아오~이…”라고 화도 낼 법도 한데, 준세이는 끝까지 멋진 척한다. 바로 그때, 친구로부터 전화를 받는 준세이. “아오이가 떠난 건 니네 아빠가 헤어지라고 했기 때문이야.”

 

피렌체 역으로 향하는 준세이. 아오이가 탄 밀라노행 열차는 떠났지만, “(말하자면) KTX 타면 10분 먼저 밀라노 도착”이라는 역무원의 방송을 듣고 타고온 오토바이도 버린 채 고속열차에 오른다. 그래서 밀라노에 먼저 도착한 준세이. 아오이의 하차 동선 앞에서 미리 진을 치고 그녀를 맞는다. 그렇게 둘은 환하게 웃는다. ‘해피엔딩’이다.

 

영화 배경음악(Original Sound Track, OST)이 명곡이다. 직역하면 “9야드 전체(The Whole Nine Yards)”이지만 관용어로 “모든 것, 완전한 것”이라는 뜻의 이 곡은 이 칼럼을 읽는 독자의 98% 정도는 아는 곡이다. (검색!)

 

원작이 두 사람의 소설가가 나누어 썼다는 얘기도 유명하다. 두 소설가는 남녀의 키와 몸무게, 외모와 성격 등 기본 정보만 알고 여성 시점과 남성 시점을 번갈아 가면서 썼다. 2년 넘게 월간지에 연재된 소설이 영화의 원작이다.

 

이쁜 여배우가 중국인인 점도 이채롭다. 일본은 20년 전에 ‘영화’ 비즈니스(지경학)로 양국의 지정학적 문제를 풀려 했구나. 얼추 20년 뒤 한국도 중국의 여배우를 캐스팅 해서 <헤어질 결심>을 만들었는데, 중일합작과 한중합작 영화가 참 다르더라.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냉정과 열정 사이>는 배우들이 뇌리에 남고, 비극적 결말의 <헤어질 결심>은 박감독이 더 뇌리에 남는다. 뭔가 행동심리학적 인과관계가 있을까? 문득 궁금해졌다.

 

20년 전 영화지만 신작 영화와 경쟁할 수 있다. 영화도 어쩌면 신문기사처럼 새로 나온 영화만 돈을 받는 시대가 아니다. N, W, T 등 주문형(VOD) 비디오 콘텐츠를 제공하는 플랫폼이 ‘셋톱박스를 넘어(Over The Top, OTT)’ 활약하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극장에서 볼 때보다 훨씬 저렴하게 같은 영화를 볼 수 있는 것은 영화가 신작 프리미엄이 붙는 장르이기 때문일까.

 

사실 기자같은 주도면밀한 사람이 볼 때 엇갈린 사랑 드라마를 보면 예의 ‘비현실성’ 때문에 화가 많이 난다. “아니~, 미리 전화를 하고 가면 길 엇갈릴 이유가 없잖아? 그리고 왜 부모님이 반대했다고 말을 안 하냐고? 그게 말이 돼?”

 

캠퍼스 커플로 만난 기자의 아내는 이런 접근법을 무수히 겪었다. 하지만 때려 부수거나 귀신 나오는 영화를 훨씬 좋아하는 아내는 <EBS>에서 이 영화가 시작한 지 10분도 안돼 잠들어 코를 골았다. 잠들기 전 마지막 대사는 “그거 일본영화였어? 유럽영화 아니었어?”

 

영화 속 여주인공, 1973년생 중국인 천후이린(陳慧琳)의 지금 모습은 어떨까. 아내처럼 코를 골며 잘까?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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