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구재회 기자) 허위로 높은 가격에 계약을 맺어 실거래가를 높인 뒤 나중에 취소하는 '집값 띄우기' 의심 사례 1천여건에 대해 당국이 본격 조사에 나섰다. 조사 대상은 서울에선 서초·강남에 집중됐으며, 경기도에서는 남양주에 가장 많았다.
국토교통부는 12일 한국부동산원 서울강남지사에서 원희룡 장관과 조성명 강남구청장, 전성수 서초구청장, 윤승영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수사국장, 박재형 국세청 자산과세국장, 이종혁 한국공인중개사협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집값 작전세력 근절 대책 회의'를 열고 시세 교란행위 조사 현황을 발표하고, '부동산 교란행위 근절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국토부에 따르면 투기지역과 신고가 거래가 다수 해제된 지역을 중심으로 부동산원이 뽑아낸 시세조작 의심 거래는 1천86건으로 경기(391건)와 서울(129건)에 48%가 몰렸다. 지역별로 경기 남양주시(36건)에 가장 많았고, 시흥시(29건), 화성시(27건), 서울 서초구(25건), 강남구(24건), 부산 서구(25건) 등이다. 국토부는 올해 6월까지 조사를 진행한 뒤 7월 중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조사 결과 계약 이후 6개월 이상 지난 신고가 거래를 해제하는 사례가 최근 급격히 늘어난 점도 주목된다. 최근 3년간 동일 평형에서 가장 높은 가격으로 거래된 경우 신고가로 보는데, 2021년부터 올해 2월까지 해제된 신고가는 모두 4천677건이다.
계약 후 3개월 이내 신고가를 해제한 비율은 2021년 1분기 88.6%에서 지난해 1분기 57.4%, 올해 1∼2월 41.8%로 점차 줄고 있다. 그러나 같은 기간 계약 6개월 후 신고가를 해제한 비율이 급증했다. 2021년 1분기 1.7%에 그쳤으나 지난해 1분기 11.4%, 올해 1∼2월 44.3%로 늘었다.
올해 1∼2월 신고가 해제 건수는 122건인데, 이 중 3개월 이내 거래가 41.8%(51건), 3∼6개월 내 거래는 13.9%(17건), 6개월 초과 거래는 44.3%(54건)이었다.
부동산원은 2021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던 아파트 직거래의 경우 지난해 4분기 21.4%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정부가 기획조사에 착수하자 점차 감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1분기 직거래 비중은 전체 11.7%, 서울 7.8%다.
국토부는 세금을 피하기 위한 이상 고가·저가 직거래도 기획조사하고 있다. 원희룡 장관은 '실거래가 띄우기'를 "시장 파괴 행위", "유독가스 같은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하며 제도 개선에 적극 나설 방침이라고 밝혔다.
국토부는 이르면 올해 7월부터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실거래가와 함께 등기 여부를 표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원 장관은 "등기가 뒤따르지 않은 가격이 오랫동안 게시돼 있다면 정부는 조사에 나서겠다"면서 "(부동산 거래와 관련) 금융감독원에 버금가는 자체 시스템을 만들고 이번 조사를 통해 쌓은 자료로 시스템 보강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집값 띄우기' 처벌 수위는 3천만원 이하 과태료에서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으로 강화됐다. 올해 10월부터 적용된다. 원 장관은 "집값 조작 세력들이 서로 연결된 것을 (시스템을 통해) 밝혀낼 수 있다면 3년 이하 징역이 아니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수준으로 유형을 달리해 처벌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책회의에선 정부가 호가 담합 문제에 좀 더 적극 대응해달라는 건의도 나왔다. 이종혁 공인중개사협회장은 "부동산 시장 하향기에는 공인중개사들에게 일정 가격 이하로 부동산을 내놓지 않게 하려는 압박이 상당하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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