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금융당국이 금융권 중심으로 번지고 있는 이른바 ‘9월 위기론’을 진화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통령실에 이어 금융당국 수장들이 입을 모아 9월을 기점으로 금융권 부실이 급증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것에 대해 일축했다.
그러나 이를 두고 코로나19 대출 지원 부실 우려는 기우라고 하더라도, 가계부채와 연체율 급증 등 부실 뇌관이 될 만한 요소가 여전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9월 위기론’이란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었던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대상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가 끝나는 9월 말 이후 금융 부실이 급증, 경제 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다. 최근 금융권을 중심으로 이같은 우려가 퍼지고 있는 양상이다.
이를 두고 대통령실이 먼저 “9월 위기설은 없다”며 적극 반박했다. 지난 1일 최상목 경제수석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9월 위기설이 얼마나 확산돼 있는지는 모르나, 9월 위기설은 없다”고 말했다.
소상공인 대출 관련 지난해 9월 기준 대출 잔액이 100조원 규모였으나, 대부분 정상적으로 상환되고 있다는 설명이 덧붙었다.
같은 날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도 금융감독원, 국책‧민간 연구기관 전문가 등과 함께 금융시장 현안 점검‧소통회의를 열고 “9월 위기설 등 과도한 우려는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불확실성의 시기에는 경제주체들이 작은 충격에도 민감하게 반응해 시장 안정을 저해할 위험이 있는 만큼 가짜뉴스, 허위정보 등이 우리 시장을 교란시키지 않도록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수시로 시장과 소통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9월 위기론’이 확산된 것에 대해 “조치의 세부 내용이 충분히 알려지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것”이라며 “소상공인‧자영업자 차주에 대한 지원은 9월에 종료되는 것이 아니다. 만기연장은 2025년 9월까지 자동 연장되고 원금‧이자 상환유예 차주에 대해선 금융회사와 협의해 작성한 상환계획서에 따라 최장 1년 거치 후 5년 분할상환을 지원함으로써 질서 있는 연착륙이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만기연장‧상환유예 제도는 코로나19 유동성 위기를 겪는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해 2020년 4월 시행됐다. 이후 6개월 단위로 연장되다가 지난해 9월 5차 연장 당시 마지막 데드라인이 정해졌다.
금융권 자율협약에 따라 만기연장은 2025년 9월까지 상환유예는 다음달 9월까지다. 다만 상환유예 차주는 2028년까지 최대 60개월간 유예된 원금 및 이자를 분할상환할 수 있고 유예된 이자에 대해선 최대 1년 거치기간을 부여받을 수 있도록 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소상공인 및 중소기업 지원금은 76조2000억원으로 이중 71조원(93%)이 만기연장이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지원금이 약 100조1000억원에 달했던 것 보다 24% 줄어든 수준이다.
부실 가능성이 비교적 높은 이자상환유예는 지난해 9월 말 2조1000억원에서 올해 6월 말 현재 1조1000억원으로 1조원가량 감소했다.
이세훈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은 이와 관련 “상대적으로 부실 가능성이 높은 이자상환유예 금액은 약 1조500억원”이라며 “전체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대출의 0.07%”라고 강조했다.
◇ 만기 분산‧부동산 PF 대출 연체율 상승 둔화
금융당국은 ‘9월 위기설’에 대해 이미 수차례 선을 그었는데도 계속해서 위기설이 떠오르자 자칫 금융불안이 조장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와 관련 지난 3일에는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 금융당국 수장들이 논의를 거친 끝에 ‘9월 위기설’에 근거가 없다는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
판단 배경에는 금융 시장 불안의 뇌관을 꼽히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연체율의 상승세가 둔화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지난 3월 말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2.01%를 기록했고 이후 지난 6월 말 잠정 기준 2.10%로 0.09%p 높아지며 상승 추세가 둔화됐다. 경기 침체와 맞물린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2020년 말 0.55%에서 2021년 말 0.37%, 지난해 말 1.19%, 올해 3월 말 2.01%로 높아져 금융 시장에 위협 요소로 급부상한 바 있다.
특히 부동산 PF 대출의 만기 역시 특정 시점에 집중되지 않고, 고르게 분포하고 있어 9월 만기 도래 규모도 크지 않은 상황이라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김 위원장도 지난 4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한 번 더 ‘9월 위기설’을 일축했다.
그는 “불확실성이 많으니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일부 언론하고 유튜브에서 제기하는 이유를 바탕으로 한 위기는 없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금융당국은 현재 국내 금융시장과 금융산업이 전반적으로 안정된 모습인 데다, 금융사들도 위기 상황에 대응 가능한 수준의 건전성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야
정부 측 이런 노력에도 일각에선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라’는 말을 되새겨야 한다는 지적이 여전하다.
코로나19 대출 부실 우려를 제외하더라도, 가계부채 급증 및 연체율 증가 수준이 부실의 뇌관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가계부채 급증 관련 금융리스크에 유의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실제 올해 2분기 가계대출 포함 우리나라 가계신용은 9조5000억원 증가한 1862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주택담보대출이 특히 눈에 띄게 증가했다. 14조1000억원이 증가하면서 가계대출에서 10조1000억원이 늘었다.
이밖에도 도미노처럼 쓰러지며 부실에 불씨가 될 위험요소들은 도처에 놀려있다. 통계청이 지난달 31일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올해 7월 전체산업 생산, 소비, 투자가 ‘트러플 감소’했다.
한국 경제의 활력을 나타내는 산업활동동향 3대 지표가 이처럼 모두 감소한 것은 올해 1월 이후 6개월 만이다.
정부는 코로나19 금융지원이 종료되다라도 일각의 우려와 같이 대규모 부실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며 여론을 달래고 있으나, 최근 빠른 속도로 가계대출이 늘고 있고 연체율 등을 통해 확인되듯 대출의 부실화 속도 또한 가파른 점은 충분히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뚜껑 열어봐야 알 수 있어
금융권에서도 금융당국의 행보와는 다소 다른 온도가 포착된다. 일단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을 것이란 입장들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본지 취재진에 “만기연장 사례의 경우 정부가 대출 만기를 연장해 준 것이므로 원금과 이자를 갚아온 경우다”며 “상환 유예는 조금 다르다. 빚을 갚지 않아 왔다는 것인데 9월이 지나면 결국 다시 빚을 갚아야 하는 상황이 되는 것이고, 상환유예 차주 대상 원금 거치기간 부여 및 최대 2028년까지 분할상환이 적용되긴 하지만 그래도 이들 상황이 갑자기 좋아질 거라 긍정적인 전망만 내놓을 순 없다”고 말했다.
결국 금융사들 입장에선 이들 차주들의 상황이 나아져 정상화에 이를 때까지 인내심 즉, 일종의 희생이 요구되는 상황인 셈이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본지 취재진에 “규모가 큰 시중은행의 경우 충당금을 쌓아오는 등 방식으로, (금융당국도 말했듯) 위기 대응이 가능하다는 말이 맞다”면서 “2금융권 등 규모가 작은 금융사라면 대출은 물론 부동산 PF 등 건전성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요소가 고리와 고리로 연결된 상황을 타파하기 힘들 수도 있을 것”이라며 부실 가능성을 완전 배제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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