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최문광 노무사) 기업에서 인력을 운영할 때 근로자가 아닌 위탁계약, 용역계약을 체결하여 사업소득자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사업소득으로 처리하여도 노동법상 근로자로 인정되는 경우가 많다.
이번 호에서는 위탁계약, 용역계약 체결시 인사담당자가 유의해야 할 사항을 판례를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1. 위탁계약을 체결하였으나 근로자로 인정된 판례
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비추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기 때문에,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등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와 원심과 제1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을 종합하면 다음의 사실을 알 수 있다.
1) 피고인은 이 사건 조합의 대표자로 2012년 4월 13일 이 사건 의원을 개설하여 운영하다가 당시 재직 중이던 의사 F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2013년 4월 1일 서울북부지방법원에서 근로기준법 위반죄로 벌금 2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피고인은 F가 근로자가 아니라고 주장하며 정식재판을 청구하였으나 같은 법원에서 벌금 200만원의 판결을 선고받았고, 이에 불복하여 항소, 상고하였으나 모두 기각되었다.
2) 피고인은 그 이후 공인노무사의 도움을 받아 위탁진료계약 형식의 계약서를 제공받아 노무관계를 해결해 오다가 2017년 8월 1일부터 2018년 7월 31일까지 이 사건 의원에서 진료업무를 수행하고 매월 600만원 및 현금 135만원을 받는 내용의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였고, E는 피고인으로부터 위 금액을 고정적으로 지급받았다.
3) E는 이 사건 의원의 유일한 의사로 근무시간(주중 09:00~18:00, 토요일 09:00~15:00)이 일정하게 정하여져 있었고, 근무 장소도 진료실(원장실)로 특정되어 있었다. E가 근무 중 사용하는 각종 의료장비나 사무기기 등은 피고인이 제공한 것이다. E는 이 사건 의원을 사업장으로 한 건강보험 가입신고가 되어 있었다.
다. 위와 같은 사실관계에 나타난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E는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인다.
1) 이 사건 계약의 형식이 위탁진료계약이라고 하더라도 이 사건 계약 내용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E가 정해진 시간 동안 이 사건 의원에서 진료업무를 수행하고 피고인은 E에게 그 대가를 고정적으로 지급하는 것이다.
2) 이 사건 의원에서 진료업무를 수행하였던 유일한 의사인 E는 주중 및 토요일 대부분을 이 사건 의원에서 근무하면서 매월 진료업무 수행의 현황이나 실적을 피고인에게 보고하여야 했으므로, 피고인은 E의 근무시간 및 근무장소를 관리하고 E의 업무에 대하여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3) E는 피고인이 제공하는 의료장비나 사무기기를 활용하여 진료업무를 수행하였고 피고인으로부터는 환자 치료실적에 따른 급여의 변동 없이 매월 고정적으로 돈을 받았으므로, E가 지급받은 돈은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4) E가 비록 진료업무수행 과정에서 피고인으로부터 구체적, 개별적인 지휘·감독을 받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나 이는 의사의 진료업무특성에 따른 것이어서 E의 근로자성을 판단할 결정적인 기준이 될 수는 없다.
라. 그런데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E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로 판단하였는바,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E의 근로자성에 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2. 인사관리상 시사점
노동법상 근로자로 인정되는 경우는 일반적으로 근로시간이 정해져 있고, 매월 일정한 월급을 받으며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고,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며, 취업규칙을 적용받는 경우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실무적으로는 근로자성의 다툼이 발생하는 영역이 많다. 미용사, 학원강사, 채권추심원, 페이닥터, 변호사, 고시원 총무 등은 최근 근로자성이 다툼이 되는 주요 직종이다.
판례는 사용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제공하는 경우 근로자로 인정한다. 사용종속성 판단지표로 10가지를 들고 있지만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실무적으로 근로자로 인정받지 않기 위해서는 업무적으로 필요한 최소한의 제한만 하고, 업무수행자에게 상당한 재량이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프로필] 최문광 노무법인 한성 대표노무사
• (현)고용노동부 국선노무사
• (현)법원전문심리위원
• (현)중소기업청 비즈니스지원단 자문위원
• (전)근로복지공단 권익보호담당관
• (전)청소년근로조건보호제도 강사
• (전)워킹맘워킹대리고충상담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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