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최주현 기자) 서울고법이 '기준치의 612배가 넘는 환경호르몬이 검출된 아기 욕조 제조사가 소비자들에게 배상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놨다.
서울고법 민사4부(이광만 이희준 정현미 부장판사)는 14일 A씨 등 소비자 160명이 대현화학공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2심에서 "피고가 원고들에게 각 10만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는 친환경 폴리염화비닐(PVC) 소재 물마개가 달린 욕조 시제품에 대해 적합 판정을 받은 후 일반 PVC 소재 물마개가 달린 욕조를 제조했고, 별도 공급자 적합성 확인을 거치지 않았음에도 KC인증 마크를 표시했다"며 "이는 거짓 표시·광고 행위에 해당해 원고들의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는 제조사의 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1심 판단을 뒤집은 것이다. 다만 2심도 1심과 마찬가지로 제품에서 검출된 환경호르몬 다이아이소노닐 프탈레이트(DINP) 때문에 소비자들이 신체· 생명·재산상 손해를 봤다는 점은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대현화학공업은 2019년 10월부터 아기욕조를 제조해 다이소에 납품하거나 직접 판매했다. 제품은 맘카페 등에서 입소문을 타고 '국민 아기욕조'로 불릴 정도로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2020년 12월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은 제품에서 프탈레이트계 가소제인 DINP가 안전 기준치의 612.5배를 초과해 검출됐다며 리콜을 명령했다. 프탈레이트계 가소제는 간 손상과 생식기능 저하를 유발할 수 있다.
소비자들은 이듬해 대현화학공업을 상대로 소송을 내는 동시에 이 회사와 중간 유통사인 기현산업을 경찰에 고소하고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두 회사 대표는 어린이제품안전 특별법 위반과 사기 등 혐의로 작년 4월 재판에 넘겨졌다. 같은 해 8월 공정위는 두 업체를 표시광고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일부 소비자들은 한국소비자원에 집단분쟁조정을 신청해 두 회사로부터 가구당 5만원씩 배상받는 조정안을 수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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