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2.07 (토)

  • 맑음동두천 -9.3℃
  • 흐림강릉 -1.9℃
  • 맑음서울 -9.2℃
  • 맑음대전 -6.0℃
  • 맑음대구 -2.3℃
  • 흐림울산 -1.3℃
  • 맑음광주 -3.4℃
  • 구름많음부산 0.9℃
  • 구름많음고창 -3.5℃
  • 제주 2.0℃
  • 맑음강화 -9.0℃
  • 맑음보은 -6.9℃
  • 맑음금산 -5.7℃
  • 구름많음강진군 -2.7℃
  • 구름많음경주시 -2.0℃
  • 맑음거제 1.4℃
기상청 제공

사회

[르포] 의료대란, 응급실에서는 신음조차 숨을 죽였다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지난 2월 1일,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 발표 이후 9주째 병원들이 침묵에 빠졌다.

 

아프지 말아야겠다. 다짐도 하고 운동도 했건만, 모친의 급환은 막을 수 없었다.

 

갑작스러운 급통과 동시에 안경에 김이 서릴 정도의 식은땀. 미약한 호흡.

 

14일 응급상황이 발생했다.

 

119 구급차가 신속히 도착했지만, 정작 119구급차는 교차로에서 멈춰 움직이지 않았다.

 

병원을 찾는 119대원의 목소리에는 어쩔 수 없다는 낙담이 묻어났다.

 

“선생님, 지금 응급환자 가는데, 진료 시간 얼마나 걸리나요. 두 시간 반…. 예예, 보호자 분, XX병원에서 진료까지 두 시간 반에서 세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데 XX병원으로 갈까요.” (119구급대원의 말)

 

다른 병원 상황을 알아볼 것을 요청했지만, 마찬가지고 두세 시간 대기가 불가피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환자의 신음소리가 계속되는 가운데 짧은 침묵이 감돌았다.

 

‘어느 병원에 가야 하나.’

 

 

응급환자는 신속한 진료가 필요하지만, 의사 파업 이전에도 응급실은 항상 열악했다.

 

돈이 되지 않고, 힘들다는 이유로 홀대받기가 쉽고, 밀려드는 환자와 부족한 응급의료진과 병상…. 한국 응급의료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풍선 같았다.

 

파업 이전에도 대기시간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두세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니….

 

짤막한 침묵을 깬 건 신음하던 모친의 목소리였다.

 

“AA병원에 가. 내가 평소 가는….”

 

 

AA병원 응급실에 들어서자 이미 진료를 기다리는 환자가 일곱 명가량 있었다.

 

한 시간, 두 시간.

 

TV 소리조차 묵음으로 느껴지는 고요함 속에서

 

모친의 신음소리가 끊어지질 않았다.

 

주변을 오가는 병원 사람들은 늘 있는 일이라는 듯 관심이 없었다.

 

나 역시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모친의 손을 애타게 쓰다듬는 것 외에.

 

 

거의 두 시간 반 들어선 응급실에서 의사 대신 맞이해준 건 간호사들이었다.

 

십여 명 안팎의 간호사들이 분주히 다니며, 환자 상황을 확인하고, 혈관을 통해 수액이나 약물을 주입하는 동안 의사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이들의 헌신이 없었다면, 의사 파업 후 한국 의료는 즉각 붕괴했을 것이다.

 

거꾸로 말하자면 지금 한국의 응급의료는 간호인력을 갈아서 막고 있다는 셈이 된다.

 

모친에게 곧 수액과 진정제가 투여됐지만,

 

응급실 안에 들어오고 나서도 금세 진료는 이뤄지지 않았다.

 

우리만이 아니었다.

 

 

‘어디 아파요? 언제부터 아팠어요?’

 

20초 남짓한 의사의 짤막한 질문을 듣기 위해

 

응급실에 있던 모든 환자들은 묵묵히 수 시간을 기다렸다.

 

항의나 요청은커녕 말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모친이 신음이 1초도 끊이지 않았음에도

 

응급실은 숨막힐 듯 평온했다.

 

“선생님, 저희 모친께서 한 시간 반 전에 진정제를 맞았거든요. 그런데도 급통 발생 이후 4시간 이상 같은 진통이 계속되고 있거든요.”

 

 

얼마 지나지 않아 모친의 CT 촬영이 개시됐다.

 

얼마간의 기다림 후 원인이 발견됐고, 후속 조치도 이뤄졌다.

 

다만, 근본적인 조치는 의사가 없는 관계로 미뤄졌다.

 

레지던트 의사가 일단 투약으로 상황을 지켜보고

 

3일 내 수술을 상의하자고 알려왔다.

 

 

급통 발생 후 6~7시간 만에 응급상황이 종료됐다.

 

하지만 얼마간 멍한 통증이 머리를 계속 두드렸다.

 

과거 월례행사처럼 주야로 응급실에 간 경험이 있었지만,

 

이날의 응급실은

 

의료진에게 말 거는 것조차 머뭇거리게 했다.

 

이것은 환자부터 보호자, 119구급대, 간호사, 의사 등 특정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상황이 그냥 이렇게 된 것이고, 사람들은 알게 모르게 순응한 것뿐이다.

 

 

하지만 통증은 순응할 수 없다.

 


피검사, 소변검사, 활력 징후에 이상이 없다고 해도

 

세 시간 이상 통증이 발생했다면,

 

어딘가에 해소되지 않은 증상이 있다는 뜻이다.

 

고통은 조치가 이뤄지기 전까지 계속된다.

 

하지만 환자의 신음이 수 시간 동안 멎질 않았음에도

 

의사 없는 응급실은 아무 관심도 없었다.

 

 

지난 4월 1일 윤석열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일부에서는 일시에 2000명을 늘리는 것이 과도하다고 주장하고 정부가 주먹구구식, 일방적으로 결정했다고 비난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이를 결정하기까지 의사단체를 비롯한 의료계와 충분하고 광범위한 논의를 거쳤다.”

 

윤석열 대통령은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의사에게는 일방적인 결정이 아닐지 모른다.

 

그러나 환자에게는?

 

 

한국의 응급의료는 이전부터 열악했고, 의사 파업 후 더욱 열악한 구조가 됐다.

 

의대 정원 2000명 확대의 근거와 명분이 올바르다고 한들

 

어떤 명분 어떤 사유에서 의사파업이 발생했든

 

오늘도 응급실의 통증은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그 응급실에선

 

신음조차 숨을 죽이고 있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문가 코너

더보기



[이명구 관세청장의 행정노트] 공정의 사닥다리
(조세금융신문=이명구 관세청장) 며칠 전, 새로 전입한 사무관들과 조용한 만남의 자리를 가졌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어떤 말을 전해야 할지 잠시 생각하다가, 결국 두 가지만을 강조했다. 인사를 잘하라는 것, 그리고 돈을 멀리하라는 것이었다. 이 말은 새로 만든 조언이 아니다. 지금으로부터 30여 년 전, 내가 사무관이던 시절 같은 과에서 근무하셨던 한 선배 사무관께서 해주신 말씀이었다. 그때는 그 의미를 다 헤아리지 못했지만, 공직의 시간을 오래 지날수록 그 말은 점점 더 분명한 울림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그날, 나는 그 말씀을 그대로 후배들에게 전했다. 인사는 결국 사람을 남기는 일이고, 돈을 멀리하라는 말은 공직자의 판단을 흐리는 유혹과 거리를 두라는 경고였다. 공직은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긴 항해이기에, 처음부터 방향을 잘 잡지 않으면 어느 순간 되돌아오기 어려운 곳으로 흘러가게 된다. 덧붙여 이런 이야기도 했다. 너무 경쟁하듯이 하나의 사다리만 오르려 하지 말고, 각자의 사닥다리를 각자의 속도로 차분히 오르기를 바란다고. 레드오션처럼 한 방향으로 몰려 달리다 보면, 사닥다리가 무너질 수도 있고 병목현상 속에서 누군가는 추락할 수도 있다. 성과와 평가
[인터뷰] 뮤지컬 '4번출구' 제작 김소정 대표...청소년 ‘삶의 선택지’ 제시
(조세금융신문=김영기 기자) “무대 위에서 가장 조용한 숨으로 깊은 소리를 만드는 오보에처럼, 이제는 소외된 아이들의 숨소리를 담아내는 무대를 만들고 싶습니다” 오보이스트에서 공연 제작자로 변신한 주식회사 스토리움의 김소정 대표가 뮤지컬 〈4번 출구〉를 통해 청소년 생명존중 메시지를 전한다. 2026년 청소년 생명존중 문화 확산 사업 작품으로 선정된 이번 뮤지컬은 김 대표가 연주자의 길을 잠시 멈추고 제작자로서 내딛는 첫 번째 공공 프로젝트다. 공연 제작자 김소정 스토리움 대표 인터뷰 내용을 통해 '4번출구'에 대해 들어봤다. ■ 완벽을 추구하던 연주자, ‘사람의 삶’에 질문을 던지다 김소정 대표는 오랫동안 클래식 무대에서 활동해온 오보이스트다. 예민한 악기인 오보에를 다루며 늘 완벽한 소리를 향해 자신을 조율해왔던 그는 어느 날 스스로에게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김 대표는 “어느 순간 ‘나는 무엇을 위해 이 숨을 쏟고 있는가’라는 질문이 남았다”면서 “완벽한 소리를 위해 버텨온 시간이 누군가의 삶과 어떻게 닿아 있는지 생각하게 되면서 개인의 완성을 넘어 더 많은 사람과 만나는 무대를 꿈꾸게 됐다”고 제작사 ‘스토리움’의 설립 배경을 밝혔다. ■ 〈4(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