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박청하 기자) 행정법원이 '하반신 마비 등 업무상 재해로 34년간 누워서 투병하다가 장 질환으로 사망한 근로자에게 유족급여 지급을 거부한 처분은 위법하지 않다'는 판단을 내놨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최수진 부장판사)는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거절한 근로복지공단의 처분을 취소해 달라고 A씨 유족이 낸 소송을 최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근로자가 업무상 재해를 입고 요양 중 새로운 병이 생겼을 때 이 역시 업무상 재해로 보기 위해서는 애초 업무상 재해와 인과관계가 있음이 밝혀져야 한다"며 "원고가 제출한 사정만으로는 사망과 기존에 승인된 상병·합병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광부였던 A씨는 43세였던 1986년에 당한 업무상 재해로 하반신 마비, 방광 결석 등 증상을 얻었다. 결국 2013년 6월 장해등급 1급 판정을 받았다.
A씨는 비슷한 시기에 진폐증, 활동성 폐결핵 등 증상으로도 장해등급 3급을 판정을 함께 받았다. 사고 후 계속 누워서 투병하던 A씨는 2020년 9월 끝내 사망했다. 직접 사인은 '독성 거대결장'(장이 늘어나는 증상)이라는 장 질환이었다.
유족은 이에 의한 사망 역시 업무상 재해라고 주장하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례비를 청구했다. 하지만 기존에 산재로 인정받은 질병이나 그 후유증으로 사망했다고 볼 수는 없다며 거절당하자 행정소송에 나섰다.
유족은 약 34년 동안 누워 투병하면서 심신이 쇠약해지고 면역력이 저하된 상태에서, 만성통증이 더 심해지자 마약성 진통제를 늘려 복용했다가 숨진 것이기 때문에 기존 업무상 재해와 인과관계가 있다며 근로복지공단의 처분이 취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망인의 업무나 기존 승인상병·합병증이 독성 거대결장을 직접적으로 발생시켰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법원 감정의의 판단에 따라 근로복지공단의 손을 들어줬다.
감정의는 A씨가 사망 직전 진통제를 늘려 복용한 것은 사실이지만, '고용량 진통제' 사용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감정의는 만성 폐 질환 등이 독성 거대결장 발병 때 사망 위험인자로 알려져 있다는 점에서 "기존 승인상병이 급작스러운 사망에 영향을 미쳤을 수는 있겠다"며 유족에게 일부 유리한 판단도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통상적·이론적 가능성을 언급한 것에 불과해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며 "사망의 유력한 원인으로 작용했다거나 기존 승인상병이나 그 합병증에 내재하는 고유한 위험이 구체적으로 현실화한 것이라 인정하기 어렵다"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유족은 1심 판결에 불복해 서울고법에서 다시 판단 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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